만우스님

부처님을 향해 온갖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이교도에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선물을 가져왔으나 내가 받지 않았다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인가?’ 그러자 대답했다. ‘그야 준 사람의 것이지요.’

선물이 됐든 악담이 됐든 내가 받지 않으면,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물건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버릴 수도 있겠지만, 악담이라면 고스란히 자기 것이 된다. 누구에게 다시 선물을 하거나 자기 것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다. 이제 그 악담은 그 사람 자체가 된다.

만약 악담이나 비방을 똑 같은 방식으로 대꾸한다면 나 역시 그와 똑같은 인간으로 치부된다. 점잖지 못하게 같이 싸우고 있다고, 아무 죄가 없어도 사람들은 나를 비방한다. 그놈이 그놈이란 이야기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왜냐하면 인간이 사고하고 그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이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인성을 결정짓는다. 성인의 말을 하면 성인으로 추앙받고, 강도의 말을 하면 강도로 취급받는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르면 위선자가 되고, 없는 사실을 있다고 우기거나, 해놓고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저잣거리에서 악다구니를 해대며 싸우거나 양아치들이나 쓰는 말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다.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또 하나의 시대정신을 구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 급 사람들이고 보면, 과연 국민들의 수준이 저 정도로 유치한지 의문이 간다. 그 막말들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면 한번쯤 눈감아줄 수는 있겠지만, 전략적 또는 정치적 계산에 의한 발언이라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서 국회나 정치판은 막장으로 치닫는다. 더 노골적으로 민의를 거스른다. 그 말말과 악담은 온전히 그들만을 위한 선물이다. 그게 막장이다.

[불교신문3497호/2019년6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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