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처님 품에서 生 마감하는 병동
[사설] 부처님 품에서 生 마감하는 병동
  • 불교신문
  • 승인 2019.06.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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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 호스피스(Hospice) 완화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불교 호스피스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동국대 일산병원 완화의료센터 개원은 불자들에게 감로수처럼 반갑고 놀랍다. 이 완화의료센터는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자광스님의 발원과 직원들의 헌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의 보시로 문을 열었다.

개원식을 하기 전부터 운영에 들어간 완화의료센터는 말기암 등 임종을 앞둔 중증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호스피스 병동 역할을 수행 중이다. 스님이 불교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환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기도한다. 유서쓰기, 일생참회기도, 내생을 위한 발원기도에다 임종 과정 환자에게 수계식도 한다. 불교계가 오랫동안 기다리고 염원하던 모습이다.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육체적 고통을 완화시키고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는 의료 시설이나 제도를 일컫는다. 종교시설에서 순례자에게 침식을 제공하던데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임종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완화하는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의학의 발달은 죽음을 늦추는데까지 발달해 자가호흡을 하지 못하는 중환자에게 호흡기를 달고 각종 기계 장치를 동원해서 생명을 연장했지만 이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건강한 인간 뿐만 아니라 죽음을 앞둔 환자도 존엄한 죽음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각성이 호스피스의 출범과 확대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도 의학에 기댄 연명보다 사람다운 죽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가 급속도로 확장 추세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고민은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 이를 돕는 기관 단체 시설이 종교계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불교는 이 흐름에 한참 뒤쳐졌다.

불교의식의 대부분이 죽음 이후에 집중된 것에서 보듯 우리는 삶과 의미 있는 죽음에 대해 그간 많이 소홀했다. 이러한 문화가 병원과 호스피스 시설이 다른 종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결과를 낳았다. 평생 불교신자로 살다 막바지에 다른 종교에 기대는 불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줄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 교리나 의식이 원래 죽은 자에 집중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제사에 치중했던 브라만의 행태를 비판하며 새롭게 등장한 종교가 불교다. 부처님께서는 죽음 이후에 관해 말씀하지 않으셨다. 오직 살아있는 동안 치열하게 공부하고 자비행을 베풀 것을 강조하셨다. 특히 출가 수행자들은 제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던 부처님의 뜻을 한국불교는 깊이 새겨야한다. 

그런 점에서 동국대 일산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개원은 한국불교에 일대 전환점을 가져다줄 의미 있는 사건이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생을 회고하며 평화로운 마음으로 마지막을 맞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한국불교의 오랜 염원이며 앞으로 가야할 길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들으며 생을 마감하는 인연을 맺는 호스피스 병동이 전국에 들어서기를 기원한다.

[불교신문3497호/2019년6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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