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스님

“스님, 백일기도를 하면 아기가 생길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절박함으로 떨리고 있었다. 몇 번 상담을 신청했던 분과 오늘에야 시간이 맞아서 차 한 잔을 나누게 되었다. 힘들게 살아오다 늦게 결혼을 했는데 아기가 안 생긴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시술도 하고, 좋다는 약은 다 먹어봤다고 했다. “네, 마음이 그렇게 힘들면 기도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어떻게요?” 나는 차 한 잔을 건네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보살님, 지금 사는 것은 어떠세요? 늦게나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였으니 행복하시지요? 그리고 가정을 꾸렸으면 당연히 아기가 있으면 좋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아기를 갖고 싶으면 입양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조용히 눈물을 닦는 보살님께 다시 차 한 잔을 드리며 말했다.

“보살님, 살아가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애를 쓸 뿐이지요. 보살님은 지금 아기가 없어 힘들다고 하시지만 세상에는 보살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기가 없다고 인생이 불행하진 않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찾을 수가 있답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듯한 보살님은 가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스님, 고맙습니다. 이제 어떤 일이 생겨도 그 자리에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산책길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가 하나 있다. 그 소나무가 좋은 땅에 씨앗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탓하며 싹 틔우기를 포기했다면 이렇게 멋진 소나무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 척박한 돌 틈에서 살아내려고 애쓴 과정들이 더 아름다운 나무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처절한 슬픔이면서 아름다운 것이다.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러하기에 더욱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주어진 삶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기울여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불교신문3497호/2019년6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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