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땅 주방 세면장 편의시설 갖추고
주변 돌 활용 기초 다진 복층 경량 집
천만원 가량 들어간 청년주택 곧 완성
불교소유관 대입하니 주택문제 답보여
‘영원한 내 땅’, 물거품 같은 관념 불과

정웅기

실상사 유휴지에 청년들이 어울려 6평짜리 오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5개월여 전부터 집짓기 공부를 하던 청년들 10여명이 1인용 작은집을 스스로 설계하였고, 산기슭 나무를 옮겨 심고, 터를 다졌다. 지금은 마을 어른의 도움으로 배선공사를 하고, 값비싼 시중 단열재를 대신할 왕겨훈탄을 굽느라 부산하다. 앞으로 40여일 후면 작은 오두막 한 채가 들어선다.

집 크기는 농막 기준인 6평에 불과하지만, 주방과 세면장 등 편의시설을 두루두루 갖추어 혼자 살기 부족함이 없도록 설계했다. 주변의 돌을 활용해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1.5층 복층의 경량목구조로 집 틀을 만든 후, 집 안에는 2평짜리 구들침대, 태양열 온풍기, 태양열 온수기 등으로 난방과 온수를 해결한다. 문, 창호 등은 주변에서 버려진 창문과 현관 등을 재활용하고, 붙박이장은 버려진 목재 파레트를 모아 만든다. 이 집을 짓는데 약 1천만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건축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청년들 협업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주변 자연재료들을 활용하여 지을 이 작은 집에 청년들은 ‘청년대안주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년들의 오두막 짓기는 실험 혹은 대안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집은 주거공간이라는 본래 의미보다는 재산증식 수단이 된지 오래다. 수억~수십억 대에 이르는 높은 집값이 보편화된 도시에서 뿐만 아니라 땅값, 집값이 많이 오른 농촌에서도 청년들은 자력으로 집을 마련할 꿈을 꾸기 쉽지 않다. 청년들이 집만 포기한 것도 아니고, 또 집이 생긴다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직장, 연애, 결혼과 출산…. 이렇게 청년들이 포기한 많은 것 중에 집이 바탕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의미가 각별하다. 1인용 오두막으로 시작했지만, 가족이 살 수 있는 10평대의 집을 2000~3000만원대에 지을 수 있다면, 내 집을 장만해보겠다고 팔걷어 부치고 나설 청년들이 꽤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소한 농촌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은 얼마든 집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이 당찬 실험은 점유와 소유를 분리한 불교의 사방승물(四方僧物) 제도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방승물은 법당이나 토지, 불상처럼 현전하는 공동체나 개인이 임의로 사용하고 처분할 수 없는 광의의 공동체 재산을 말한다. 주요재산을 시공을 초월한 공동체가 소유하게 함으로써 불교재산은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비교적 잘 보존되었다. 이렇게 사방승물의 발상으로 집을 바라보자 굳이 땅을 사지 않고도 준공공적으로 쓸 수 있는 사찰 유휴지가 눈에 들어왔고 실상사가 흔쾌히 마음을 내주었다.

앞으로는 농촌 곳곳의 빈집들, 국토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국공유지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사찰의 많은 토지를 소유와 점유-이용을 분리하는 사방승물 관리 방식으로 청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당사자인 청년들뿐만 아니라 사찰에게도 이익이다. 청년이 북적이는 새로운 미래의 사하촌을 얼마든 꿈꾸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땅과 집은 본래 인간 소유물이 아니다. 잠시 자연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넓은 땅, 큰 집이 행복을 가져오지 못한다. 영원한 소유의 내 집은 물거품 같은 관념에 불과하다. 일찍이 이를 통찰하여 땅과 집을 시공을 초월한 공동체 전체의 자산으로 보았던 사방승물의 지혜를 배워, 수십 수백년 이상 묵은 땅과 집의 문제를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주거문제를 둘러싼 온갖 병폐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시작은 비록 소박하지만, 청년들의 작은 오두막 실험이 변화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불교신문3496호/2019년6월19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