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천년사찰의 나이테 부도밭
-부도밭 기행을 시작하며
부도에는 스님 사리가 모셔져있다. 그래서 부도는 수행자의 마지막 흔적이며, 후학들에게 정진을 당부하는 경책의 상징이다. 그렇게 늘어난 부도들을 흔히 ‘부도밭’이라 불린다. 결국 부도밭은 시간의 흐름 속에 그 사찰을 단단하게 지탱해온 나이테와 같다.
그 공간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미 촬영을 마친 부도밭도 있다. 자칫 비슷한 사진의 나열로 보일 수 있어, 마지막 연재까지 고심하며 독자여러분들께 선보이고자 한다.
<1> 오대산 월정사 부도밭
오후에 월정사 출장이 잡혀있던 날, 눈이 일찍 떠졌다. 필요이상의 사진장비를 주섬주섬 챙겨 바로 출발했다. 이런 계획은 없었지만, 너무 좋은 날씨가 혹시나 하는 기대를 불러온 결과다. 서울조차 미세먼지에서 해방된 날이었다. 그렇게 오전 9시에 도착한 오대산 월정사 부도밭. 월정사만 다녀온 기억이 있는 이들은 아마 부도밭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부도밭은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오르는 큰길 오른편에 전나무 숲에 둘려 쌓여 있다. 주로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에 세워졌던 종 모양을 닮은 석종형 부도가 대부분이다. 큰 부도는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선다. 작은 것은 허리춤 정도다. 같은 형태 같지만 들여다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마치 삭발염의한 스님들이 근기에 따라 수행법이 다르듯.
월정사는 한국전쟁 당시 완전히 전소 되었던 아픔이 있는 도량이다. 대덕광전을 비롯한 사찰의 중심영역에서 사라진 시간의 간극을 부도밭이 메워준다.
부도에 피어난 파릇한 이끼와 5월 오대산의 엷은 녹음이 어우러진다. 전나무로 둘러싸인 부도밭에 부드러운 빛이 시나브로 옅게 베어든다. 맑은 그늘에 오대산 전체가 들어가 있는 덕이다. 하지만 이 조건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나로 엮여있는 듯한 부도밭과 전나무숲을 부지런히 오가며 촬영을 이어갔다. 머문 지 1시간이 넘었을 무렵 볕이 강해진다. 이제는 부도밭을 떠날 때다.
큰 사진을 해결했으니 편한 마음으로 월정사를 거닌다. 경내를 둘러보고 거꾸로 전나무 숲을 지난 일주문으로 향했다. 이때 누군가의 감탄사가 들린다. “이 산 너무 좋다” 이와 동시에 일주문의 ‘月精大伽藍(월정대가람)’ 이라는 탄허스님의 친필이 새겨져 있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5월 문수도량 월정사는 그렇게 오대산과 하나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사진·글=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3496호/2019년6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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