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않는’ 힘의 핵심
‘생각은 짧고 빠르게!’
인과를 믿고 힘써 정진하라
禪의 진수 보여주는 책

두려워하지 않는 힘

진우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진우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두려워하지 않는 힘  
- 힘이 필요할 때 읽는 스님의 문장   

진우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오래 생각한다고 해서 뾰족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친다손, 죽음이 갸륵하다고 봐주지도 않는다. 어쩌면 생각을 탁 끊고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나 조용히 지켜보는 게, 차라리 최선의 처세일 수 있다.

본지 사장 진우스님의 신간 <두려워하지 않는 힘-힘이 필요할 때 읽는 스님의 문장>도 결국은 이러한 관점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과(因果)를 굳게 믿고 힘써 정진하는 것. 이것뿐이고 이거면 된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두렵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다. 해가 지는 것은 다시 뜨기 위함이고 절망은 희망을 위해 기꺼이 과거가 되어준다.”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봐도 유익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쉽고 짧고 빨리 읽힌다. 쉽사리 잊히지는 않는다. 혼돈을 걷어내고 원망을 누그러뜨리고 삶을  차분히 관조할 기회를 제공한다. 인과 그리고 무상(無常). 세상의 이치를 덤덤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억누르고 괴롭혔던 문제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탈 많고 말 많은 인생 그래도 끝까지 한번 가보자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간결하고 담백한 생각은 역설적으로 오랜 사색의 결과물이다. 진우스님이 처음 글을 쓰게 된 건 10년 전 담양 용흥사에 선방(몽성선원)을 개원하면서부터다.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입선(入禪)한 후, 아침 6시 공양시간까지 1시간 남짓 짬이 났다. 하루 중 가장 맑은 기운으로 정제된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던 스님은 자신의 공부를 점검하고 다짐하기 위해 짤막한 글들을 써내려갔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당신만의 의식이었다.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였지만 오래지 않아 소문이 났다. 가까운 이들과 나눠 읽기만 했는데 구경꾼이 수백 명으로 늘었다. 네이버 밴드 ‘오늘의 명상’(https://band.us/@jinwoo)에서도감상할 수 있는 사유(思惟)다. 가입자는 현재 1700명을 넘어섰다. 매일 아침 맑은 기운의 글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날마다 쓴 4000여 편의 글 가운데 90편을 엄선해 묶은 것이 이번 책이다.
 

불교신문 사장 진우스님의 신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은 불교의 가르침에 의거해 삶에 힘을 주는 글귀들로 채워졌다. 김형주 기자
불교신문 사장 진우스님의 신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은 불교의 가르침에 의거해 삶에 힘을 주는 글귀들로 채워졌다. 김형주 기자

책 서문의 핵심이다. “‘스스로 마음을 평정하게 다스리면 대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그 어떤 행복 방편으로도 인과(因果)에 따른 불편함과 불행을 면할 수 없습니다. 오직 스스로 일으켜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인과의 과보로 인해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生)의 불편함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해법을 설명하는 데 무게를 두었습니다.” 벗어나려고 하니까 더 갇힌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과 같이 ‘두려워하지 않는’ 힘의 핵심은 무심(無心)이다. 가급적 “생각은 짧고 빠르게!” 혼자서도 잘 살다가 공연한 ‘생각’으로 ‘결정 장애’에 빠지게 된 지네의 일화가 많은 울림을 선사한다. “발 빠른 지네에게 물었다. ‘지네야 너는 발이 수십 개인데 어느 발부터 움직이느냐?’ 그 말을 들은 지네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많은 생각은 오히려 번뇌(煩惱)가 되리니…(122쪽).”

역대 조사(祖師)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 게 무심이다. 선법(禪法)의 진수를 자연스럽게 일러준다는 것이 책의 큰 매력이다. 의외로 무심함은 간단하다. 걱정하지 말고 예측하지 말고 모든 것을 인연에 맡기면 그만이다.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일랑 지금 바로 그쳐라.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해가 지면 다시 떠오른다.” 아이는 가벼운 짐도 힘겨워하지만 건장한 청년은 무거운 짐도 거뜬히 짊어진다. 곧 참고 기다릴 줄 알면 누구나 훌륭한 어른이다.

“달팽이 한 마리가 체리나무를 기어 올라갔다. 새들이 놀렸다. ‘그렇게 늦게 올라가면 체리는 떨어지고 없을 거야.’ 달팽이가 말했다. ‘내가 다 올라갈 때 즈음엔 체리가 다시 열릴 거야’(16쪽).” 무심은 뚝심이다.

진우스님은 1972년 강릉 보현사로 출가해 1978년 백운스님을 은사로 수계했다. 오대산 상원사 청량선원, 담양 용흥사 몽성선원 등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했으며,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를 지냈다. 이후 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과 재심호계위원, 총무원 총무부장과 호법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불교신문 사장으로 일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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