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묻힌
보석 같은 그림들
‘명작 불화’가 전하는
인생의 심오한 지혜

명화에서 길을 찾다

강소연 지음 시공아트
강소연 지음 시공아트

명화에서 길을 찾다  
-매혹적인 우리 불화 속 지혜
   

강소연 지음
시공아트

‘천지창조’, ‘아담과 이브’, ‘최후의 만찬’… 서양의 명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그림들이다. 공통적으로 기독교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들은 ‘기독교 회화’라 하지 않고 ‘서양 명화’라고 한다. 칭해진다. 반면 우리에게 우리들만의 ‘명화’란 무엇일까. 흔히 김홍도나 신윤복 등의 그림을 예로 든다. 우리의 오랜 전통문화인 불화(佛畵)를 선뜻 떠올리는 일반인은 드물다.

하지만 불화는 뛰어난 예술성과 옛 선조들의 지혜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화’라고 칭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명화에서 길을 찾다-매혹적인 우리 불화 속 지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1000년 이상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 불교적인 주제를 다룬 불화를 인문학적닌 해석으로 보편적인 ‘명화’의 반열에 올리려는 노력을 품고 있다. 

불화는 스토리텔링이다. 자비와 희생 등 고결한 주제의 회화를 매개로 우리가 지켜가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책은 우리 불교 최고의 명화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짚었다. 최고의 예술성을 자랑하는 불화들을 선별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쉽게 풀어 소개했다. ‘진정한 자비라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순례하는 선재동자 이야기, 아귀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천도재를 올리는 목련존자 이야기, 난폭한 아들 탓에 극락을 염원하는 여왕 이야기를 다룬 그림들을 실었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불화 명작들의 클로즈업 이미지 200여 장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이미지는 저자가 직접 소장처를 찾아가 촬영한 것들이다. 실물을 접하기 힘들거나 멀찍이 떨어져서만 볼 수 있는 불화를 바로 눈앞에서, 더 나아가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디테일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건 색다른 기쁨이다. 마치 작품을 그리는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또한 명화의 스토리를 분명하게 전달하면서 명작들에 담긴 삶의 지혜를 생생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학문의 성장은 인생의 성장이다. 오랜 시간 우리 문화재를 연구한 저자는 각각의 명작들에서 삶의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으로 그간 공부의 깊이를 입증한다. 희생과 자비, 용서와 관용, 인내와 노력, 버림과 해탈 등등. 현대 사회에서는 생소하게 들리거나 소홀하게 여기기 쉬운 가칠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결국 우리 삶의 궁극적인 지혜라고 강조한다. 불교에서는 ‘십바라밀(十波羅蜜)’이 이러한 가치들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덕목이다.

줄여서 ‘자비희사(慈悲喜捨)’라고 한다. 자(慈)는 남을 아끼는 마음, 비(悲)는 남의 괴로움을 덜어주려는 마음, 희(喜)는 남과 함께 기뻐하려는 마음, 사(捨)는 남을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이다. 불화에 나타나는 십바라밀의 정신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강소연 교수는 문화재와 불교에 대한 내공이 대단하다”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직접 격려하고 있다. “<명화에서 길을 찾다>는 보기 드문 역작”이라며 “몽골 초원 밤하늘의 별빛, 타클라마칸 사막의 샘물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불화의 향기로 피어오른다”고 일독을 권했다.

저자인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30년이 넘도록 오로지 문화재만 연구한 베테랑 학자다. 문화재청 전문위원, 문화창달위원회 위원, 사찰보존위원회 위원, 조계종 국제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홍익대 겸임교수, 동국대 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선일보 전임기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 <사찰불화 명작강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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