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윤회매(輪廻梅) 작가’ 김창덕 작가
서귀포서 ‘열흘 가는 꽃 없다 말하지 마라’展

조선말 실학자 이덕무 선생이
75도 밀랍으로 만든 ‘윤회매’
실패거듭하다 200년만에 재현
출가수행자 출신 김창덕 작가
불교의식과 현대예술 접목한
테크노 바라춤도 창시해 공연

밀랍으로 만든 ‘윤회매’를 200여 년 만에 재현한 다음 김창덕 작가가 7월31일까지 서귀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워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에서 화괴(花魁)’라고도 한다. 특히 통도사 자장매(慈藏梅)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반가운 봄의 전령사로 손꼽히며 해마다 수많은 이들이 찾아가 봄손님을 반기고 있다. 매서운 추위가 뼛속까지 사무칠 때 향이 더욱 짙어지는 매화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향해 생사를 걸고 용맹정진하는 것과도 흡사 닮았다.

꽃이 피는 시기가 길지 않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볼 수는 없는 매화. 남녘에서는 이미 매실 수확이 한창이지만 제주에서는 여전히 매화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펼쳐지고 있다. 그 자리는 바로 제주 서귀포 복합문화공간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가 지난 8일부터 오는 731일까지 여는 다음 김창덕 작가 초대전 열흘 가는 꽃 없다 말하지 마라전시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밀랍(蜜蠟)으로 만든 인공 매화인 윤회매(輪廻梅)’ 작품과 더불어 윤회매와 돌가루를 녹여 만든 회화작품인 윤회 도자화’, 수묵화 등 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윤회매는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이자 문장가인 이덕무(1741~1793) 선생이 짧게 폈다 지는 매화를 오랫동안 차 마시는 자리에 놓고 감상하기 위해 만든 예술작품이자 차문화로 처음 만들어졌다. 국내 유일의 윤회매작가로, ‘다음(茶愔)’이라는 작가명으로 더 알려진 김창덕 작가는 그 후 200여 년이 지난 1996년 이덕무 선생의 <윤회매십전>을 처음 접한 뒤 시행착오 끝에 한동안 사라졌던 윤회매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윤회매는 벌이 꽃가루를 채집해 꿀을 만들면서 생긴 밀랍을 75도 열을 가해 다시 매화꽃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이 모든 게 돌고 도는 불교의 윤회와 흡사해 윤회매(輪廻梅)라 이름 붙여졌다. 그 후 20년 넘게 자신만의 윤회매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14세 때 출가해 범어사와 태안사, 개암사 등지에서 20년 넘게 출가수행자로서의 길을 걸었던 만큼 그의 작품 곳곳에서 불교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미술사를 전공했으며 인간문화재 제50호 정지광스님으로부터 범패와 지화를 전수했다.

선화(禪畵)는 물론 현대미술, 서예, 퍼포먼스, 테크노 바라춤, 다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예술장르를 뛰어넘는 예술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젊음의 거리 홍대거리에서 자신이 창시한 테크노 바라춤을 출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미국과 독일, 베네수엘라,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전시하고 공연을 펼침으로써 해외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작가가 창시한 ‘테크노 바라춤’ 모습.

지난 8열흘 가는 꽃 없다 말하지 마라초대전 개막식에서도 김 작가는 그림자놀이와 테크노 바라춤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갤러리 리채 관장을 거쳐 지난 201711월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 미술과 음악, 차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윤회매문화원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김 작가는 윤회매 관람을 통해 내면의 꽃과 만나길 당부했다. 그는 “75도의 밀랍에서 피어올린 매화 꽃잎 한 떨기는 흡사 수행과도 같다면서 우리 모두에게는 내면의 꽃이 있고, 윤회매를 통해 내면의 꽃을 볼 수 있는 만큼 홀로 윤회매를 보는 시간은 나 자신과의 만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 전통문화는 현시대와 조화롭게 접목됐을 때 전통이라는 것이 정체되지 않으며 이 시대에도 풍류의 바람결이 우리와 함께 호흡해야 전통문화의 변화,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윤회매가 현 시대에 부각돼 첫 창제한 이덕무 선생의 삶이 인문학적으로 이 시대에 다시 환생하길 기대해 본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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