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종교·문화 버리고 생태가치만?
[수미산정] 종교·문화 버리고 생태가치만?
  • 이영경 논설위원·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 승인 2019.06.1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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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보존지 1700년 종교·문화가치 지녀
생태가치만 중시 관리정책 강화하면 고사 우려
전통사찰보존지는 경관보호지역 지정 관리해야
생태 중심 자연공원 관리 원칙 정책전환 절실
이영경

전통사찰보존지는 사찰 전각들로 이루어진 건축물 공간뿐만 아니라 사찰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토지(산림과 농경지 등)를 포함한다. 전통사찰보존지에는 1000년 넘게 종교활동과 더불어 종교 공동체의 전통적인 생활이 유지되고 있으며, 국보와 보물 등 많은 문화재가 있기 때문에 생태가치뿐만 아니라 더 수승한 종교가치와 문화가치가 존재한다. 

현재 조계종단이 소유하고 있는 전통사찰보존지의 2/3가 국립공원 등과 같은 자연공원에 편입되어 있는데, 자연공원에 편입된 곳에서는 사찰공동체의 자원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자연공원의 관리원칙이 생태중심이기 때문에 전통사찰보존지의 종교가치나 문화가치를 위한 자원이용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행과 포교를 위해 필요한 불사 등을 포함한 모든 자원이용 행위는 자연공원법, 문화재 보호법, 산림법에 의하여 중복규제를 받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종교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은 보호지역(protected areas)에 속한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전 세계의 보호지역에 대한 관리와 연구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 최대의 공식기구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1400개에 달하는 정부 및 비정부 기관이 가입되어 있으며, 1만6000명에 달하는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현재 환경부, 문화재청,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10개 기관이 가입해 있다. 

IUCN에서는 다양한 보호지역을 관리목적에 따라 구분하는 관리 카테고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유엔환경계획 생물다양성 협약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제적 기준이다. 

IUCN의 카테고리는 크게 6가지(I∼VI)로 구분되며 그 카테고리의 특성을 나타내는 명칭이 있는데, 이 명칭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카테고리 Ia는 엄격한 자연보호구역, 카테고리 Ib는 원시야생 지역, 카테고리 II는 국립공원, 카테고리 III은 자연기념물, 카테고리 IV는 종 및 서식지 관리지역, 카테고리 V는 육상/해상 경관보호지역, 카테고리 VI는 자원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보호지역이다. 

카테고리 II(국립공원)의 관리목적은 본질적으로 자연시스템으로 복원되고 있는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서 인간의 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반면에 카테고리 V(경관보호지역)는 자연보전과 더불어 다른 가치들을 보호하고 지속적인 인간의 상호작용을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1967년 최초로 보호지역이 지리산에 지정됐는데, 지리산국립공원이라 명명됐으나 IUCN 카테고리는 V(경관보호지역)로 분류되었다. 사실 지정된 카테고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지리산 경관보호지역으로 명명되었어야 했다. 이후 지정된 모든 국립공원도 지리산과 같은 상황으로 이름만 국립공원이고 카테고리는 경관보호지역이었다. 2005년 이후 정부는 노력을 통해서 2018년 현재 16개 국립공원을 카테고리 II로 변경하고 6개 공원은 아직 카테고리 V로 남아있다. 이렇게 카테고리를 V에서 II로 변경하고 올해에는 자연공원의 관리를 생태기반으로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의 생태성이나 생물종 다양성을 위해서 우리나라 보호지역이 카테고리 II로 지정되는 것은 반갑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전통사찰보존지에는 1700년 동안 지속된 종교가치와 문화가치가 존재하며, 이러한 가치들은 생태가치만을 중시하는 관리정책이 강화되면 고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통사찰보존지는 카테고리 II가 아니라 카테고리 V로 지정하여 관리해야 하는데, IUCN이 2008년에 발간한 보호지역 카테고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하나의 보호지역에 두 개의 카테고리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호지역과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정부의 유연성 있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불교신문3495호/2019년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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