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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치매, 자폐, 비만, 아토피 등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여러 질병의 원인이 장내 세균에 의해 기인한다는 의학 분야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또한 장내에서 살고 있는 유익균 비율이 낮아질 경우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었다. 인체에서 장(腸)은 제2의 뇌(腦)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며,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세균 중에서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은 음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사찰음식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장내 유익균을 유지하는데 매우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이면서 제 철 음식이고, 이동거리가 매우 짧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사찰음식은 수행자의 건강을 고려한 수행식이며, 여기에는 불교의 지혜가 스며있기 때문에 세간에서도 매우 유용한 음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환경이 변하면서 사찰음식이 갖고 있는 장점과 특징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사찰음식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는 의학계 및 관련 분야의 성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찰음식의 사상과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더불어 영양소의 과학적 분석과 식재료 보완, 체질과 근기에 부합하는 조리법 개발이 보완되어야 한다. 

기름진 음식에 포위당하고 영양과잉으로 고통을 자초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사찰음식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사찰 음식이 우수하다고 자부할 수 없다.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이 부족해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십시일반의 마음을 실천하는 보살행이 뒷받침될 때 사찰음식은 사회적 효용성을 갖는다. 과잉은 덜어내고, 결핍은 채워주는 사찰음식 문화가 사회운동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495호/2019년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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