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복지관이 지역사회의 교육기관 역할을 톡톡히 해 주민과 이용자들로부터 호평받는다고 한다. 서민과 소외계층을 돕는 구호기관 역할을 하던 복지관은 2000년대 들어 중산층의 여가활용 및 문화서비스 제공처로 활동 폭을 넓혀왔다. 이어 불교계 복지관이 평생 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지역주민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적극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불교계 복지관의 열정을 느낀다. 

인문학 역사 강좌가 많은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인문독서 아카데미를 통해 민주주의, 헌법, 대한민국 역사, 인권 등을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조선 후기부터 현대사회까지 근현대사 100년의 한국사와 세계사 등 역사 전반을 살펴보는 강좌를 실시한다.

서울 하계종합사회복지관 역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초등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역사 여행을 개설했다. 이 복지관은 영상을 활용해 아이들이 직접 역사 현장을 답사하여 촬영 편집하는 교육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수원 팔달노인복지관은 매주 금요일 역사를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여는데 이 지역 유물인 화성을 주제로 삼았다. 지역 특성과 인문학을 결합한 좋은 예다. 

미술과 문화재 등 문화 강좌로 주민들과 호흡하는 복지관도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미술관은 서울 시내 주요 전시회를 찾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강좌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판교노인종합복지관은 주요 사찰을 찾아 탑 건축 등을 살펴보며 역사 문화 철학 건축을 생각하는 인문강좌를 열었으며 고양시 덕양행신종합복지관은 이 지역의 문화재 속에 숨어있는 역사를 주제로 인문학 교실을 열었다. 

불교계 종합복지관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역의 역사 문화 특성을 살리면서 주민들이 목말라하는 인문 문화 욕구를 충족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모습이다. 복지는 이제 서민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구호(救護)에 머물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 용어에서 보듯 복지는 소득과 계층을 떠나 한 나라가 생산한 재화를 구성원들이 함께 누리는 국민공동체 기능을 수행한다.

이 역할은 주로 중앙 정부 지자체 등 공공영역의 몫이다. 복지가 국민공동체를 굳건히 하는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재화의 분배기능을 넘어 가치 공유까지 이르러야한다. 그러나 가치를 공유하는 문제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역사관과 세계관이 제각각인데다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 정부가 주도하다가는 자칫 정치적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가치를 공유하는 기능은 준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 복지관이 제격이다. 우리 역사를 권력자가 아닌 국민 시각에서 바라보고 물질의 발전이 아닌 자유 인권 가치를 확장하는 틀에서 바라보는 교육이 마을의 복지관에서 이루어진다면 국민통합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다. 

더불어 불교계 복지관의 인문 교육이 불교가 지향하는 인간 존중과 타인에 대한 배려, 바른 생활과 평안한 마음 자세를 지니는 내용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495호/2019년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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