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로 무장한 군수뇌부” “찬송가로 여는 청와대”…

개혁 성향 종단 집행부와
대중 요구가 결합한 결과
기독편향 군종장교比 시정
한기총 “YS의 배신” 공세
30여년 지난 현재 더 심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승만 정부로부터 시작하여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방적으로 불교를 지원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불교재산 지원 즉 적산사찰 불하를 언급한데 이어 김영삼 대통령의 군승 수 증원, 이명박 대통령의 공무원 점심시간 신앙공부 금지 등을 불교 지원 사례로 제시했다. 

지난 두 번에 걸쳐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시기 2~3%에 불과하던 기독교인 규모가 정부의 적극 지원 아래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살폈다. 이번 호에는 한기총이 제기했던 김영삼 정권 시절의 군승 수 증원이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졌는지 살펴본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 발생한 군내 기독교 편향사건에 관해 사과하기 위해 당시 이양호 국방부 장관이 총무원장 월주스님(사진 맨 왼쪽)을 예방한 모습. 일부 광신적 성향의 기독교 군 간부에 의해 불교를 폄하하는 종교 편향이 일어나 당시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김영삼 대통령 당시 발생한 군내 기독교 편향사건에 관해 사과하기 위해 당시 이양호 국방부 장관이 총무원장 월주스님(사진 맨 왼쪽)을 예방한 모습. 일부 광신적 성향의 기독교 군 간부에 의해 불교를 폄하하는 종교 편향이 일어나 당시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김영삼 정부 비판하는 보수 기독교계 

기독교 보수단체는 김영삼 정부 시절을 암흑기로 부른다. 장로 대통령이 기독교를 우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앞선 전두환 노태우 시절보다 더 불교를 지원했다는 것이 기독교측 일부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며 기독교 중심 정책을 펼 것을 노골적으로 주장했었다.

기독교계가 가장 분개하는 부분이 군종장교 비율 조정이다. 하지만 이는 군을 십자군 군대로 만들려는 기독교 보수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일반 국민 종교 분포와는 전혀 다른 군 장병 종교 비율을 어느 정도 현실에 맞도록 조정한 것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첫 장관 인사에서부터 기독교 편향이라는 불교계 반발에 직면했다. 절에서 자랄 정도로 독실한 불교신자였지만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노태우 대통령과 비교해 김영삼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부터 종교성향이 우려됐었다. 김영삼 후보는 우려하는 불교계를 향해 임기 중 종교 편향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약속을 거듭하며 몇 가지 불교계 공약을 제시했다. 군승 충원도 그 중 하나였다. 이 약속은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휴지조각이 됐다. 

김영삼 정부의 각료와 청와대 비서진 첫 인사를 본 불교계와 국민들은 경악했다. 첫 조각(組閣)에서 불자는 한 명도 없었던 반면 기독교는 7명에 달했다. 첫 군 수뇌부 인사도 기독교 일색이었다. 김동진 육군참모총장은 가톨릭장교연합회장, 김재창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한국기독교장교연합회장이었다. 한국군 의전 서열 10위 안의 대장 중 불교신자는 김철우 해군참모총장 한 명 뿐이었다.

언론은 이를 두고 “한국군 수뇌부가 군인정신과 함께 기독신앙으로 또 다른 무장을 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대통령도 노골적으로 자신의 종교 성향을 드러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나 자신이 다니던 충현교회 신성종 목사와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를 불러 청와대에서 가족예배를 치렀다. 언론은 “찬송가 소리에 열리는 청와대의 일요일”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노골적인 기독편향과 장차관 청와대 참모진 군수뇌부에 이르기까지 기독 일색의 고위직 인사가 공무원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분명했다. 특히 상명하복의 계급사회 군에는 이보다 확실한 메시지가 없다. 결국 탈이 났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한 달 뒤인 1993년 4월1일 17사단 전차 대대에서 훼불 사건이 발생했다.

군법당과 성당을 철거해 창고로 사용하라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대대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상을 화형식이라는 명목아래 불태우는 극악무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대대장은 불교신자 간부를 타부대로 파견하거나 사병을 탄압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교를 탄압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불교계와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렇지 않아도 김영삼 정부의 장차관, 군장성 인사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불교계가 들고 일어났다.

군내 종교편향 불거져 불교 반발 

17사단 전차대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 군에서 거의 비슷한 종교 편향이 일어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육군 제2훈련소장이 국방부 장관의 훈시를 왜곡해 불교법회 장병 인원을 제한한 사실이 드러나고 육군본부 계룡대는 기존 대형교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지으면서 8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수도기계화사단도 기존 120평 규모의 교회를 두고도 군부대 매각 대금으로 7억5000만원을 들여 300평 규모의 교회를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목아래 다시 짓도록 했다.

해군에서는 구축함 내 법당 불상을 재수가 없다는 이유로 바다에 던진 사건이 보고됐다. 해병대에서 불상과 목탁 탱화 불서 등을 선임하사가 불태운 사건, 기독교 사단장이 법당입구 길을 봉쇄하고 교회를 가도록 강요한 사건, 불교활동 지원을 1년간 중단한 사단장, 전 장병을 강제로 예배당에 가도록 한 모 포병연대장 등 수많은 편향사례가 터져 나왔다. 

군내 종교 편향은 사실 김영삼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 미군정부터 시작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도 상습적으로 자행됐다. 군사독재 정부 아래서 군에 관련된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은폐됐다가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척결 등 군 문민통제와 사회민주화 분위기를 타고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불교계와 사회 여론에 밀려 군내 종교 편향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권영해 국방부 장관은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공정하고 세심한 종교활동 보장이라는 제목의 장관 지휘서신 1호를 각급 지휘관 및 참모들에게 보냈다.

권 장관은 이 지휘 서신에서 지휘관의 공정한 종교활동 보장과 규정에 의한 종교시설 사용, 종교상징물에 대한 훼손 및 경시 금지를 강력히 지시했다. 이어 국방부 각 군 군종감 및 실무자들은 17사단 전차대대 훼불사건과 관련, 모임을 갖고 △타종교에 대한 비방 및 방해 등 금지 △신자획득을 위한 개종 강요 행위금지 △종파 간 의견 존중 등을 결의했다. 

이들은 또 일부 지휘관들이 종교성향에 따라 편향적 활동을 하며 신자들은 같은 신앙을 가진 지휘관 등을 이용한 보직 및 진급운동으로 무리를 빚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종단 개혁 후 잘못 바로잡아

군승충원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우여곡절을 거친 뒤 1995년에야 결말을 지었다. 아래로부터 대중의 요구를 받아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개혁적인 성향의 종단 집행부가 정부와 협상을 벌인 결과였다. 김영삼 정부 당시 군승 비율 확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해방 후부터 대한민국 군대에서 기독교 신자 군 간부에 의해 종교 편향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었으며 이는 군고위직의 기독교 일색 인사에서 비롯됐음이 드러났다. 한국 군의 또다른 면이 밝혀진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대중들의 요구와 역량을 갖춘 자주적 개혁적 성향의 종단 집행부가 함께 힘을 합칠 때 종교 편향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불교계가 건진 수확이다. 

1994년 이전에는 정부를 향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반면 1995년 당시 총무원장 월주스님은 ‘정부 당국자와 국민여러분 께 드리는 글’이라는 특별담화를 발표, “종교 편향 정책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의례적인 일과성 사과 형식이 아닌 편향적 종교 정책과 잘못된 관행에 대한 구제적인 시정”이라며 정부를 향한 경책을 아끼지 않았다. 총무원은 ‘종교편향정책 시정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포교원은 진상조사반을 꾸렸으며 중앙종회 의원 30여명은 대통령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처럼 불교계가 종단 집행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정부에 맞서자 김영삼 대통령은 월주스님을 비롯한 태고 천태 진각 등 각 종단 대표 13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가운데 “종교 편향 사례를 바로잡고 앞으로 편향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실상 사과를 표명했고 1993년 논의하다 중단됐던 군종장교 비율 재조정 문제도 다시 논의가 시작돼 매듭을 지었다. 

한기총이 주장하는 것처럼 장로 대통령이 기독교계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불교계가 단합하여 해방 후부터 당연한 일처럼 여겨오던 잘못된 군내 종교 문화와 정책을 바꾼, 불교계의 자주적 노력의 결과다. 

그러면 25년이 지난 지금은 군내 종교 편향이 사라지고 종교 비율도 조정됐을 까? 정반대다. 군 장성의 기독교 대비 불교 비율은 그 때보다 더 크게 차이가 벌어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기독교 위주의 군 고위 인사가 거듭되면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군 안팎의 분석이다. 

기독교 편향 군인사 더 심해져

청와대의 한 고위급 인사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군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많은 것이다. 장군으로 전역한 한 예비역불자는 “군 고위직으로 갈수록 대부분 기독교인이고 불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재 우리 군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현역 군승은 “일부 광신적 성향의 지휘관에 의한 종교 편향은 여전히 보고가 들어오지만 위에서부터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기독교인이다 보니 안에서 문제제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수장이 역대 장로 대통령들이 불교 특혜를 주었다는 식으로 거짓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조계종 종회의원 스님은 이렇게 진단했다.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 1위로 나오는, 역대 가장 독실한 기독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본다. 불교에 조금의 여지도 주지 말라는….” 

[불교신문3495호/2019년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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