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환경문제와 불교’ 주제 학술대회
‘제39회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양국 참가단은 ‘세계평화기원법회’ 봉행 후 마이니치 삿포로 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학술대회를 이어갔다. ‘환경문제와 불교’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측 대표로 이병인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가 ‘한국불교의 친환경적 전통과 복합유산적 가치 그리고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일본 측 대표로는 코미네 미츠히코 전 대정대 학장이 발제자로 나서 ‘환경문제와 불교’에 대해 발표했다. 양측은 “불교도로서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연과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하고 양국의 환경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찰, 후대에 물려줄 종합유산으로 재평가 돼야”
# 이병인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
‘한국불교의 친환경적 전통과 복합유산적 가치, 그리고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이병인 교수는 이날 “사찰은 종교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유산을 간직한 복합유산으로 후손에게 떳떳하게 물려줄 수 있는 미래유산으로 재평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 사찰이 갖고 있는 복합유산적 가치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 근거로 사찰은 종교적 성지로 스님들 수행처이자 생활공간, 법회와 포교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기능해왔다는 점, 수천년 동안 우수한 생태환경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는 점, 한국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때문에 이 교수는 “사찰은 단순히 하나의 보물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 이 시대 유산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종합유산으로 후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며 “이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 돼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보존 및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오늘날 환경운동에 있어 불교가 가진 친환경적 가르침과 생활양식은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환경 문제에 충분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로 구체화하는 것만이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을 생활화하고 현실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구체적 불교환경운동으로 △가야산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 반대운동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65일간 수경스님 투쟁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5차례 단식한 지율스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소신공양한 문수스님 사례 등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불교계, 많은 스님들은 산주정신을 바탕으로 수행환경을 보존하고 사찰보존지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다”며 “이 같은 전통은 오늘날에도 불교가 이 시대에 기여할 사회적 역할과 기능의 하나로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오늘날 한국 사찰이 대표적 자연문화유산으로 남겨진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환경을 주제로 한 이번 대회에 대해서도 “한일 양국이 이번에 논의된 것을 중심으로 부처님의 수승한, 불교의 친환경적 가르침과 생활양식을 되살리기 위한 적극적 환경활동들이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한일 양국이 지속적으로 교류해 불교도로서의 환경보존의지를 천명하고 실질적 환경 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자로서 ‘자연과의 공생’ 잊지 말아야”
# 코미네 미츠히코 전 대정대 학장
코미네 미츠히코 전 대정대 학장은 이날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를 단순히 ‘환경문제’로 바라봐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 ‘연기법’에 가치관을 두고 이를 공부하는 불자라면 대기오염, 오존층의 파괴, 산성비, 플라스틱으로 인한 자연파괴 등 환경문제를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로부터 발생된 문제' 즉 연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는 ‘불교와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 내용으로 고타마 싯다르타 6년 고행을 들었다. 코미네 전 학장은 “고타마 싯다르타가 고행 끝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둘러싼 환경, 즉 ‘인과 연’을 알아차릴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수자타가 고타마에게 올린 우유죽 공양은 ‘자비’의 마음에서 나온 행위이고 수자타의 등장은 ‘사회’, ‘환경’의 중요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심신이 쇠약한 고타마 싯다르타에게 공양을 올림으로써 기운을 내도록 한 것은 그를 둘러싼 환경 덕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그 근저엔 타인을 우선시하는 자비심을 기반으로 한 불교의 소중한 가르침이 포함된 것이라고 봤다.
코미네 전 학장은 “밥공기나 그릇이 깨지면 속에 있던 것들이 모두 흘러버리듯이 우리들 살아있는 존재에게도 대지, 자연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며 “사람과 자연과의 공생이 바로 ‘연’의 실천이며 그 연을 중요시하는 이들의 한걸음 한걸음이 축적돼 지금의 풍족한 생활과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환경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일체중생실유불성’, 즉 우리처럼 생명이 있는 존재는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자연은 부처님과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붓다의 가르침 근원인 ‘인과 연’, ‘자비심’을 소중히 여긴다면 지구 환경 문제 또한 좋은 방향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네 전 학장은 “개개인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만든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불교도로서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대처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이고 지금부터라고 진지하게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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