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에 검은색 터틀 셔츠만 입고
단순 소박한 불교적 삶을 살며
애플을 선불교적으로 경영했던
스티브 잡스….
우리도 키워낼 수 있을까?

윤성식
윤성식

어떤 유명 사업가의 동생은 개인적으로 나와 친분이 있었는데 자기 형과 골프에 관해 나눈 대화를 들려 주었다. ‘형, 사업하려면 골프해야 되요?’하고 물었더니 ‘골프 못해도 사업하는데 전혀 지장 없어’라고 답하더란다. 능력으로 돈벌기 어렵다보니 사업가는 항상 능력 외적인 요인에 관심을 갖는다.

모두가 리베이트를 주며 사업을 하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업가는 한탄을 한다. 자기도 리베이트 주며 사업을 했고 돈도 벌었지만 이제 리베이트는 그만 주고 싶단다. 자기는 돈을 많이 벌어서 사업을 접어도 평생 잘 먹고 살 수 있지만 회사가 망하면 종업원도 마음에 걸리고 실패자로 남는 것도 찜찜해서 그냥 리베이트 주며 사업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조세 전문가의 진단에 의하면 사업가는 항상 소득세와 법인세를 탈세하라고 가정하고 아예 탈세를 염두에 두고 높은 세율을 책정한다. 세율을 높여봐야 성공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탈루하면 많은 재산을 형성할 수 있다. 문제는 죽을 때 상속세 문제가 대두한다. 대한민국의 상속세는 유난히 높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성공적으로 탈루한 사람이 모아 놓은 재산을 상속세로 가져가기 위해서란다. 물론 그 사람의 주관적 의견이지만 제법 설득력 있었다.

각종 통계를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한민국은 신흥 부자가 나오기 매우 어렵다. 재벌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재벌이 계속 가지치기를 하며 뻗어나갈 뿐 신흥 부자에겐 틈이 많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 성장에 재벌이 기여한 바가 상당하기에 무조건 재벌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취한다면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게 된다. 서투른 개혁은 대한민국의 경제 기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대한민국 곳곳이 사업하기에 정말 녹록치 않다. 대한민국에서 과연 부처님 말씀대로 불교교리에 입각하여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떴을 때 온 지구인이 애도했다. 미국의 ABC 방송은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은 선불교 경영이라고 보도했다. 결혼도 스님의 주례로 불교식으로 올리고 결가부좌하고 명상하는 스티브 잡스의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부자답지 않게 작은 집에 사는 그에게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가 이렇게 작은 집에서 온 식구가 사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한번도 돈벌기 위해 제품을 만든 적이 없고 자기 가족과 친구가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청바지에 검은색 터틀 셔츠만 입고 단순 소박한 불교적 삶을 살며 애플을 선불교적으로 경영했던 스티브 잡스를 대한민국에서 키워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기업인이 사망할 때 전 세계 사람은 고사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애도하는 사업가가 있을까?

한국에서도 정치인과 사업가는 무조건 욕을 먹고 존경받지 못하는 존재지만 겪어보면 괜찮은 사업가도 제법 있다. 이미 성공한 사업가는 먹고 살기에 충분한 돈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손해를 보더라도 불교적으로 경영해보면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어쩌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남기며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부처님의 지혜다.

어떤 사업가는 ‘제가 과거에 돈 벌기 위해 나쁜 짓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좋은 일 하려고 복지사업하고 있어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나는 그가 이미 스티브 잡스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를 키워내는 것은 불교의 임무만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불교도 바뀌고 세상도 바뀌어 스티브 잡스 같은 사업가가 많이 나타나기를 희망해본다.

[불교신문3494호/2019년6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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