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념스님

한해의 절반에 속하는 6월이 오면 곡식의 종자를 심는 망종이라는 절기를 전후로 무논에 모심기를 한다. 모가 사름을 해 잎이 푸릇푸릇해지면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다가온다. 때문에 ‘미끈유월’이라 한다. 

6월은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러기에 6월6일 현충일은 물론이거니와 6월25일도 빼놓을 수 없다. 6·25사변, 6·25동란이라 하다가 이젠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그날을. 이름이 바뀌어도 전쟁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 있건만….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간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에겐 한국전쟁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리라.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듯하다. 6·25를 겪은 나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아직 남아 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폭격을 맞을까봐 책상 밑으로 숨곤 했다. 그만큼 전쟁의 상흔이 깊었다는 걸 의미한다. 전쟁이 무엇인지 책으로만 익힌 젊은 세대들에게 세계평화와 안녕을 유지하려면 지구상에 전쟁이 없어져야 한다는 걸 알게 해주고프다. 

한국전쟁은 세계전쟁역사상 일곱 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내었으며 그 수가 무려 백만 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념의 차이가 불러온 전쟁으로 군인보다 민간인 사상자가 더 많았다. 다른 나라와의 전쟁이 아닌 동족간의 전쟁이었기에 더더욱 가슴 아프다. 

6·25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이라는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초등학교 시절 고무줄놀이하면서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이라며 멋모르고 펄쩍펄쩍 뛰며 노래를 불렀다. 교실마다 “잊지 말자 6·25사변”이라는 표어를 붙여놓고 반공정신을 철저히 가르쳤다. 미워하는 것만 배운 것이다.

이전과 달리 지금은 6·25에 대해 매스컴에서 그다지 다루지 않는 것 같다.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산화하신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것이거늘. 이름 없이 사라진 그분들의 묘비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6월의 꽃인 백합을 꽂아드려야겠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쓰라린 전쟁의 상처를. 두 번 다시 우리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불교신문3494호/2019년6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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