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부리 천하 사람들은 수명이 백 살인데 더 오래 살기도 하고 혹은 짧기도 하다. 

- <대루탄경> 중에서


껌 씹다 어금니 덮어씌운 게 훌렁 빠졌다. 치료받은 지 10년이 다 되어가니 그럴만도 했다. 병원에 가는 거야 당연하지만 간수 안되는 게 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니도 다 삭았다는 의사의 말에 아버지 생각은 왜 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속가의 어르신들은 대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뵌 적도 없고, 할머니도 환갑의 연세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위암이었다.

위암이란 걸 알기 전 할머니께서 음식을 잘 못 드시고 체기가 자주 있어 나는 어린 나이에 어디선가 소다를 먹으면 괜찮다는 소릴 듣고는 용돈을 털어 소다를 사다 드린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코흘리개 손주가 사다준 쓰디쓴 소다를 입에 털어 넣고는 “우리 손주가 사다 준 약이라서 그런지 달고 맛있네” 하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더랬다.

그래서 난 어리석게도 오랫동안 소다가 단 것인줄 알았더랬다. 아버지도 그리 늙지 않은 연세에 이가 아파 고생하시던 모습이 기억 속에서 생생한데, 나도 벌써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었다.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너도 늙어봐라!” 하시던 어른들을 껴안고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은 날이었다.

[불교신문3494호/2019년6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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