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무원 문화부장 효탄스님

약간 놀라운 일이었다. 출판기념회를 종단 국제회의장에서 하다니…. 헌데 막상 5월26일 그곳으로 가보니, 후원금도 받지 않으시고 책 3권을 안겨주셨다. 축사에서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출판기념회 같은 것 안한다(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를 빗댄 말)”고 해 모두 웃었다. 일요일 오후 황금같은 시간에 국제회의장을 꽉 채운 하객들을 단상에 나란 앉아 맞이하신 홍윤식 교수님과 조명렬 교수님은 얼마나 감회가 많으셨을까?

홍 교수님은 단상에서 내려오셔서 1993년 12월10일부터 1994년 2월13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고려불화전(高麗佛畵展)’을 떠올리셨다. 당시 동국대 박물관 3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고려불화전은 교수님의 힘이 아니었으면 정말 열릴 수 없었던 일이었다. 나라에서도 해낼 수 없었던 일이었으니…. 

석정(石鼎)스님은 삼광교휘(三光交輝)- 대전 엑스포 세계박람회개최, 성철 종정스님 열반, 사리 110과 출현과 더불어 고려불화전 개최를 그렇게 축하하셨다. 그래서 이번에 출판한 책도 <회상, 고려불화전>과 <융합의 구조기능에서 본 연사(蓮史) 홍윤식의 불교문화기행>이다. 조 교수님은 기다바다께 덴세이(北畠典生)의 불교기초입문을 번역했다. 

요즘 부쩍 건강이 안 좋으신 홍 교수님은 나의 학문적 은사다. 교수님과 인연은 동국대 1988년 석사과정 때부터다. 사학과에 스님이라고는 달랑 나 혼자 뿐이었으니 서로 어색한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수님께서는 1994년 종단사태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선뜻 일본 용곡대 유학의 길을 열어 주셨다.

그런데도 우매한 나는 교수님에 대해서, 그 학문적 영역에 대해서 좀체 다가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학문적 의문을 궁구하느라 문헌사학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교수님의 불교무형문화(佛敎無形文化)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지금도 승려인 나로서 생각하면 할수록 부끄러운 일이다. 교수님의 불교무형에 관한 관심은 일찍이 ‘불교의식에 나타난 제신(諸神)의 성격-신중작법(神衆作法)을 중심으로’,<한국민속학> 1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논문은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1969년이었다. 그저 놀라운 혜안에 감복할 따름이다. 그러나 나는 종단 문화부에 근무하면서, 그리고 무형문화에 차츰 접하게 되면서부터 교수님과 사제관계로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났다. 얼마 전 한국불교민속학회에서 주최한 ‘땅설법 계승과 발전방향’ 학술세미나도 그 중에 하나다. 

한편, 교수님께서는 ‘올해의 불자대상’을 받으셨다. 얼마나 환희로운 일이신가. 평생을 불교를 신앙하면서 함께 종단적·학문적 업적을 이루어내셨고 그것을 종단에서 인정하고 감사의 상을 주셨으니 함께 기뻐할 일이었다. 나는 교수님께서 받으신 불자대상은 그 어떤 상보다도 더 가슴 뜨거운 상이셨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교수님께서 5년 뒤에도 이번과 같은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실 것을 응원 드린다. 그리고 늦은 감이 있지만 교수님의 학문적 업적을 이어서 열심히 정진할 것을 마음속으로 약속드린다. 

[불교신문3494호/2019년6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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