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소설가

그것은 작지만 이상한 체험이었다. 2년 전 일인데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날은 평일 아침이었고, 여느 때처럼 출근하려고 주차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연식이 10년 된 내 준중형 똥차 앞에 중형차 한 대가 나이트클럽 기도처럼 떡 버티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이중주차된 그 중형차를 뒤에서 힘껏 밀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차주가 기어를 ‘P(주차)’에 두고 내린 모양이었다. 

나는 차주의 경솔함을 원망하면서 내 차에 올랐다. 빈 공간이 얼마간 있는 터라 수고스럽지만 전·후진을 몇 번만 하면 차를 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무리 차를 앞뒤로 움직이며 핸들을 돌려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나는 투덜거리면서 기어가 어디에 놓여있는지 확인하려고 그 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선팅이 짙게 돼 있어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시간만 헛되이 보내 조바심이 났고, 한 번 더 그 차를 세게 밀어보았다. 역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차주에게 연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차주가 전화를 받자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차 빼주세요!” 그러자 상대방이 짤막하게 “중립으로 해놨는데요”하고 대답했다. 나는 두 번씩이나 밀어봤다면서 혹시 착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차주는 기어를 중립에 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속는 셈치고 다시 시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또 그 차를 밀었다. 이럴 수가! 방금 전까지 바윗덩어리처럼 꿈쩍도 않던 그 차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짓말처럼 앞으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났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출근 때문에 마음이 다급했던 터라 정말로 세게 그 중형차를 밀었노라고. 그러나 두 번까지는 실패했고, 결국 차주에게서 중립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그 차를 밀어낼 수가 있었다. 

항상 마음이 문제이다. 밀다가 힘에 부치니까 마음 한구석에선 차주가 혹시 기어를 ‘P’에 놓고 내리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생겨난다. 그 순간 미는 몸의 근육들은 주차돼 있는 중형차와의 대결에서 적당히 타협한다. 그리하여 정지한 바퀴가 굴러가려는 그 임계점 직전에서 그만 포기하고 만다. 전진. 항상 ‘온몸’으로 밀고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티끌이면서도 태산인 자신의 마음부터 우직하게 밀고나가야 한다. 마음이 ‘P’이고 ‘N(중립)’이고 ‘D(주행)’이다. 

[불교신문3494호/2019년6월1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