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죽은 神의 사회, 어벤져스 그리고 붓다
[수미산정] 죽은 神의 사회, 어벤져스 그리고 붓다
  •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 승인 2019.06.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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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암흑기서 인본주의 르네상스기 
쓸모 없어진 神 대신해 超人 내세워

영화 ‘어벤져스’는 그 초인들 이야기
그러나 어벤져스 영웅은 가상일 뿐
붓다는 불멸족적 남긴 현실의 초인

최근 개봉한 마블의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관객 1400만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는 전작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1100만을 넘는 수치다. 마블 영화는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2편이 개봉되었으며, 전 지구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대흥행이 가능할까? 여기에는 단순히 거대자본과 화려한 CG의 결과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존재한다. 때문에 우리는 이 같은 흐름을 시대적인 요청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십자군 전쟁에서의 연이은 패배는 기독교의 신에게 세뇌되어 있던 중세 유럽의 지성을 새롭게 각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십자군 전쟁의 명목은 이슬람의 예루살렘 탈환과 성지순례 루트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전쟁의 이면에는 인간의 이익추구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표면적인 명분만큼은 인류의 전쟁 역사상 보기 드문 성전(聖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기독교는 이교도인 이슬람에 완패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패배해서는 안 되는 전쟁에서 만신창이가 된 유럽. 이제 유럽에는 ‘신에 대한 회의(懷疑)’라는 역풍이 불기 시작한다. 마사초로 대표되는 르네상스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흔히 중세를 암흑시대라 하고, 르네상스는 인본주의적 문화 운동이라고 한다. 이는 암흑과 무지로 대변되는 신과, 이를 해결하는 인간 이성으로의 변화를 나타낸다. 즉 신에 대한 낡은 믿음을 버린 인간 의지의 발현이 시작된 것이다. 

유럽의 번영과 세계사에서의 두각은 철저히 신이라는 중세의 암흑을 걷어낸 인본주의에 기반한 것이다. 이렇게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신의 절대 구조는 사라지고, 1882년 니체의 <즐거운 학문>에 이르면 ‘신은 죽었다’는 단절의 명제가 제기되기에 이른다. 니체는 같은 곳에서 ‘우리가 신을 죽였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쓸모없어진 신을 대신해 구원자로서 초인(超人)을 제시한다. 즉 초인이라는, ‘인간을 넘어선 인간’으로 구원의 방향이 전환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초인이다. 물론 어벤져스에는 토르처럼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도 존재한다. 그러나 토르는 아버지 오딘의 죽음에서처럼, 절대 신이 아닌 죽음을 동반하는 유한적인 신이다. 즉 기독교 신과는 입각점이 다르다. 어떤 분이 나에게 ‘어벤져스 중 누가 가장 강하냐?’고 묻기에, 나는 서슴없이 ‘아이언 맨’이라고 답했다.

현재 어벤져스 구성원의 능력치가 엇비슷하다고 할 때, 과학의 발달은 결국 아이언맨 슈트의 능력을 급속도로 신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은 과학의 초인이며, 4차 산업 시대에 인류는 모두 초인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언맨은 미래에는 우리 모두가 초인이라고 역설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마블의 영화는 니체가 제기한 ‘신은 죽었다’는 명제와, 이의 해법으로 제시한 초인의 구조에 부합한다. 초인의 구원 상징이 어벤져스에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어벤져스는 마블의 세계관 속 영웅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즈음 인류의 가장 위대한 초인인 붓다에 대해서 다시한번 환기해 볼 필요가 있다.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불멸의 족적을 남긴 초인, 그 찬란한 빛이 바로 붓다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493호/2019년6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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