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 자욱한 독경소리에
불두화 수줍게 피어난다

낮 동안 그늘을 쓸던
바람마저 시나브로 잦아들고

잘 익은 적막
산속 절을 감싸는 저녁

약수터 오르는 군상들
한 움큼 물로 번뇌를 씻는다

-방남수 시 ‘산속 절’에서


고요한 산속 절에 낮의 시간이 흐른다. 경내에는 독경소리가 가득하다. 이 소리에 불두화가 핀다. 맑은 바람은 그늘을 쓸고 간다. 습하고 어두운, 마음의 그늘을 쓸어내 깨끗하게 한다. 그 바람도 이제 잠잠해질 정도로 도량은 청정해졌다. 고요한 기운이 절을 둥글게 에워싸는 저녁에 어느덧 이르렀다. 산속 절을 찾은 사람들도 청정수로 번뇌를 잊는다. “잘 익은 적막”이 우리들의 내면이었으면 좋겠다.

방남수 시인의 시는 구도(求道)의 시이다. 시인은 시 ‘합장’에서 “귀의의 문을 연다// 서쪽 탑으로 넘치는 햇살// 마음의 문 열고// 촛불 밝혀// 향 사르면// 비로소 번지는 염화미소// 당신 몸속에 부처가 있다”라고 노래했다. 

[불교신문3493호/2019년6월8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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