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나눔이 모토…미래가 더 기대되는 도량

광주 길상사는 도심포교당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주지 스님을 필두로 신도들은 봉사와 나눔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자비행을 펼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스리랑카 해외봉사를 떠난 길상사 스님과 신도들이 봉사를 마치고 부처님께 참배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내 자리를 함께 했다.

송광사 포교당으로 출발
이웃과 함께 하는 사찰…
나눔과 봉사가 으뜸인 불자
10년만 지역대표 사찰 우뚝

사찰 앞 복합문화공간 조성
1층 카페는 지역주민 사랑방
탈북민 이주민 지원센터 운영

“우리 절의 큰 자랑은 신도들!
궂은 일 마다않는 보살님들”

광주광역시 광산구. 2015년 KTX 호남고속선이 광주송정역에 열리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며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광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전도유망한 지역이지만 불교는 호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산구에는 유명하거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이나 대찰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도심 포교당으로서 고군분투를 넘어 이고득락(離苦得樂)으로 가고 있는 사찰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 반가웠다. 광주시 광산구 산정동에 위치한 길상사(吉祥寺)가 주인공이다. 

‘산정동 맛의 거리.’ 광주 길상사가 위치한 곳이다. 그야말로 저자거리에 있는 도심포교당이다. 길상사는 송광사 광주포교당이기도 하다. 도심포교당이지만 빌딩이나 신식 건물에 자리하고 있지 않다. 크지는 않지만 어엿한 사격(寺格)을 갖추고 있어 이곳이 사찰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풍긴다. 

길상사의 역사는 1996년부터 시작됐지만 길상사의 오늘 같은 모습은 10여년 전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주지 도제스님이 부임한 것은 지난 2009년. 거의 빈 절이다시피 한 길상사에 들어와 현재의 길상사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도제스님은 한사코 그 공을 신도들에게 돌렸다. “우리 절의 자랑은 신도들입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든지 불평 없이 묵묵히 따라주는 신도들이 있어 현재의 길상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신도들의 지지와 성원,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길상사는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었다. 신도들이 무조건적으로 따라준 것은 주지 스님이 가는 방향이 옳았기 때문이다. 길상사의 도심포교당으로서 위상과 진로는 확고부동했다. 하화중생하는 불교, 이웃과 함께 하는 사찰, 나눔과 봉사하는 불자…. 도제스님 주지 부임이후 길상사의 이정표가 됐고 지금도 그 기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길상사 신도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할 임무는 ‘봉사’가 됐다. 

길상사에는 다양한 신도 봉사 모임이 존재한다. 보현회와 문수회, 수자타회 등 봉사모임이 지역 복지와 중생 구제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복지관 장애인 쉼터에서 주말마다 점심 공양을 대접하는 나눔을 펼치고 있다. 봉사회가 마련한 나눔은 주말에 오히려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들을 위한 것이다. 주중에는 복지시설 등지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지만, 주말은 시설들도 쉬므로 식사를 제공받기가 여의치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이 길상사 신도들의 봉사모임이다. 보현회 문수회 수자타회 소속 신도들은 점심공양 대접에만 멈추지 않고, 장애인들과 함께 공양하며 장애와 비장애인 사이의 소통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같은 봉사활동은 10년째 접어들었으니 길상사의 나눔에 대한 진정성은 증명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신도들의 나눔은 국내외를 망라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매년 해외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스리랑카, 베트남, 네팔 등지로 나선 해외봉사는 학교에 화장실을 새로 지어주고, 마을에 우물을 파주고, 컴퓨터를 기증하며, 아픈 이들을 위해 의료적인 혜택도 주고 있다. 올해도 주지 스님과 신도 30여명이 베트남으로 봉사를 떠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매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스스로 불자로서 즐기기보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잔치를 열고 있는 것을 보면 길상사 신도들은 어떤 불자들이 잘 알 수 있다. 

물론 봉사에만 신행이 집중돼 있지는 않다. 부처님 가르침을 정확히 아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초심자를 위한 불교기본교리반은 벌써 12기를 운영하고 있고,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하는 불자들을 위한 경전반도 가동 중이다. 도심포교당이라는 취지에 맞춰 토요일에는 어린이법회, 일요일에는 가족법회를 열어 남녀노소 모든 세대의 신행활동을 이끌고 있다. 

길상사가 사찰 앞에 문 연 복합문화공간.

길상사의 방향은 그저 지역주민에게만 머물러 있지 않다. 역시 도심포교를 담당하며 사회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단일민족이 자랑이었던 시대는 지나고 우리사회도 이제 다문화사회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역할도 불교와 사찰에 부여되고 있는 시대적 요구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며 미래를 준비하는 길상사의 노력은 최근 결실을 맺었다. 

길상사가 위치한 골목의 초입에 있는 3층 규모의 건물에 마련한 또 다른 보금자리가 그것이다. 이 건물은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공간, 3층은 다문화 센터로 꾸며졌다.

1층에 있는 카페 고월당(古月堂)은 지역주민의 사랑방이다. 다양한 음료를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들르며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 인기가 있다. 게다가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음악회가 열리고, 인문학 강좌도 개설하고, 교육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멀리서 일부러 고월당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귀띔했다. 

2층 ‘광주하나센터’는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새로운 곳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곳으로, 통일부가 지원하고 광주광역시가 지정하는 시설이다. 3층 ‘아시아밝음공동체’는 이미 유명하다. 2009년 설립된 미영리민간단체로,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등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길상사가 지역주민과 함께 탈북민과 이주민에게 관심을 쏟는 이유는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기 위함이다. 길상사가 진행하고 있는 각종 사회사업으로 인해 신도들은 글이나 말로서가 아닌 온몸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체득하고 직접 실행하며 진짜 불자가 돼가고 있다. 

길상사가 지금까지 펼친 불사는 불과 10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가 더욱 기대되는 길상사의 미래. 그래서 길상사가 앞으로 중생을 위한 불사를 어떻게 전개하고 결실을 맺을지에 대한 기대가 있을 뿐 우려는 없다. 
 

광주 길상사 주지 도제스님

■ 길상사 주지 도제스님  

“힘겨운 사람 돌보는 일, 내가 할 일”

길상사에는 최근 또 좋은 일이 생겼다. 주지 도제스님이 지난 5월28일 광주에서 활동하는 30여 청소년단체 모임인 광주광역시청소년단체협의회장에 취임했다. 불교계에서 회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가 깊지만 지역 청소년단체 내에서의 불교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도제스님은 “회장이라서 대단하고 좋다는 것이 아니라 스님이, 불교계에서 회장이 나오기까지 지역에서 불교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살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제스님의 지역 내 역할은 두세 가지로 정의하기 어렵다. 어린이 청소년 단체부터 외국 이주민 및 탈북민 센터, 복지시설 등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스님이 활동하고 있다. 웬만한 시민, 복지단체 조직도에서 스님의 법명을 발견하기 쉬운 이유다. 도제스님이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종교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입니다.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고통 받는 중생들과 함께 가자는 원력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스님이 보기에 현재 불교는 위기다. 사찰 안에만 안주해서는 세상은 불교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타종교가 그나마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곳에 불교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더욱더 신도들과 함께 봉사와 나눔에 나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처님은 늘 세상 속에서 이웃과 함께 하셨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한국불교를 조금 멀리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세상 속 고통이 있는 곳에 불교가 있어야 합니다.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쉬게 해주는 안식처, 안락처가 되는 불교로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불교신문3493호/2019년6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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