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禪까지] <19> 법의 눈① -도(道)와 마(魔)를 구별하는 지혜
[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禪까지] <19> 법의 눈① -도(道)와 마(魔)를 구별하는 지혜
  • 등현스님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 승인 2019.06.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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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절정은 ‘나없음’에 도달하는 것


호흡을 내쉬고 들이쉬는 사이
지수화풍 생멸 보며 무상 느껴
나와 나의 것 없음을 알게 돼

호흡을 챙겨 알아차리면 배에 바람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바람이 가득 찼을 때 배는 단단하고, 바람이 빠졌을 때 배는 부드러워진다. 마치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가득 찼을 때 단단하고 바람이 빠졌을 때 부드러운 것과 같은데, 이는 물질의 지대(地大)를 관하는 것이다(色).

다시 호흡을 주시하면 배에 바람이 은은하게 들어가고 은은하게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물질의 풍대(風大)를 느끼는 것이다(受). 들이쉰 호흡에 의해 배가 불러오면 ‘(배가) 불러옴’, 배가 꺼지면 ‘꺼짐’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알아차리면(想) 잡념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주시의 앎(識)이 수반하면 배가 따뜻해지는 화대(火大)를 느끼게 된다. 

정진이 끊어짐 없이 이어지면 온몸의 내면이 희열에 젖어있는 촉촉함(水大)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호흡의 들고 나감을 관찰함이 깊어지면 의식이 편안하게 가라앉아서 미세한 것까지도 알아차리게 되고, 미세함 속에서 ‘행위의 원인인 의도’를 볼 수가 있다(行). 

이와 같이 오온이 호흡에 전심으로 집중되어 있으면 호흡을 들이키는 의도와 들이킴, 내쉬려는 의도와 내쉼이 쌍으로 일어나고 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를 정신적 의도와 육체의 움직임을 또렷이 구별하는 앎(名色區別知, nāmarūpa pariccheda ñān.a)이라 한다. 이는 몸의 움직임과 그 의도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얻어지는 지혜이고, 사띠(위빠싸나) 수행을 통해 얻는 지혜의 첫 단계이다. 

그러나 수행자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호흡의 움직임과 그 의도에 마음을 더욱 더 기울여 관찰하면 이 둘 사이에 연기적 인과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숨을 들이쉬려고 함’의 의도에 의해서 ‘숨을 들이심’의 행위가 있고, ‘숨을 내쉬려고 하는 의도’에 의해 ‘내쉼’의 행위가 있다. 이를 정신과 육체작용의 연기를 아는 지혜(緣把握知, paccayapariggaha ñān.a)라 하고, 이때 호흡과 의도는 끊임없이 일어남과 사라짐이 되풀이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호흡의 과정 속에서 풍지화수 4대의 끊임없는 생멸을 봄으로써 무상함을 느끼고, 거기에는 나(我)도 나의 것(我所)도 없음을 보아 알게 된다. 또한 알아차림이 확장되면 호흡을 일으키는 의도(行)와, 그것을 지켜보는 앎(識)과, 호흡에 대한 이름붙임(개념, 想), 그리고 호흡의 과정에서 경험되어지는 느낌(受) 그 어느 과정에도 나나 나의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를 의도와 육체적 현상들의 무상·고·무아에 숙달한 지혜(熟達知, sammasana ñān.a)라 한다.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는 말이 있다. 산을 넘으려면 고개를 넘어야만 하고, 고개를 넘다보면 고개에서 만나는 도적떼도 피할 수 없다. 이 도적들은 잠재의식 안에 잠자고 있던 번뇌이고, 업의 드러남이다. 오온의 무상, 고, 무아를 관찰할 수 있게 되면 도에 가까워졌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무아를 완전히 철견하지 않은 이에게 이런 체험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더욱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행자에게 이와 같은 체험이 발생했을 때, 초보자는 그 현상을 자랑하고 집착하게 된다. 이들은 이 수행의 절정이 나없음(無我)에 도달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수행을 처음 시작할 때의 불순한 동기에 연유하기도 한다.

이 체험들을 위빠싸나에서 파생된 번뇌(觀隨染, vipassanā upakkilesā)라 하고 다음과 같은 10가지 현상에 대한 집착으로 드러난다. ①마음이 집중된 상태에서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빛이 보이고(光明, obhāsa) ②어느 순간에 경전이나 교리에 대한 이해력(智, ñān.a)이 증장되며, ③④⑤ 몸의 희열(喜, pīti), 편안함(輕安, passaddhi) 또는 즐거운 느낌(樂, sukha)을 경험한다. 

⑥⑦깊은 신심(勝解, adhimokkha)이 일어나, 노력 없이 정진이 저절로(努力, paggaha)되기도 하고, ⑧⑨흔들림 없는 마음챙김(現起, upat.t.hāna)으로 마음의 치우치지 않은 평정한 상태(捨, upekkhā)를 체험하기도 한다. ⑩이러한 제 현상들의 하나 혹은 여러 가지에 대한 집착과 욕망(欲求, nikanti)이 일어나면 그것이 마장이 되고, 이와 같은 체험들을 집착하지 않고 수행과정의 현상일 뿐이라고 알면 도(道)와 마(魔)를 구별하는 지혜(道非道智見淸淨, maggāmagga ñān.a dassana visuddhi)를 갖춤이라 한다. 

[불교신문3493호/2019년6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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