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공양, 진리의 그릇은 항상 넘쳐나니…”


‘불이상’ ‘보덕학회’ 탄생의 주역 
문서포교 법보시 운동 주인공
실상화 보살, 구족우바이 연상

구족우바이를 만나러 가는 동안에 선재는 선지식의 고마움을 생각해보았다. 선지식은 달과 같아 능히 청량한 가르침의 광명으로 중생의 번뇌와 아픔을 다 사라지게 하며 선지식은 봄 날씨와 같아서 모든 착한 법의 씨앗을 자라게 하니 선지식이 나의 스승이며, 나의 사랑, 나의 희망, 내가 가야할 목적지구나 하는 생각으로 선지식의 고마움에 더 가슴이 설렜다.

드디어 바닷가 해주성에서 구족우바이를 만난 선재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녀와 함께 있는 만명의 동녀들의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과 향기를 맡으며 마음이 평온해졌다. 온갖 성내는 마음, 원수를 생각했던 마음, 욕심 부려 빼앗고자 하는 마음, 아첨하는 마음, 교만한 마음,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교만한 마음이 다 사라지고 오로지 평등하고 자비한 마음이 저절로 드는 것이었다. 선재는 자신의 마음속 이런 변화를 느끼며 이것이 공덕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아름다운 그녀가 살고 있는 집에는 드러낼 만한 가구조차 없이 검소하고 정갈한 상태로 그녀 앞에 달랑 작은 빈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여인들이 좋아하는 옷, 장신구, 신발, 가방과 화려한 가구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삶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자 선재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구족우바이에게 설법을 청한다. 그

러자 구족우바이는 “나는 다만 보살의 다함없는 복덕장해탈문만 얻었을 뿐이란다. 이 작은 그릇만으로도 중생들의 온갖 욕망을 채워주고 맛있는 음식으로 모두 배부르게 한다.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모두 충족되지만 그릇의 모든 복덕장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했다. 

어디 음식뿐이랴. 공양(供養)이라 함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며 예배하는 것, 부처님께 향과 꽃, 차와 과일, 음식과 의복, 진리의 등불인 설법행까지를 다 공양이라 한다. 이 공양으로 일체중생이 평등하게 행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한 행이다. 진리를 설하는 법문은 우리들의 의식을 깨어나게 하여 가치관을 바꾸는 일로 가장 소중한 법공양을 말한다. 법공양은 부처님이 설하신 경전의 가르침이다. 여기서의 밥은 그냥 밥이 아니라 진리의 밥, 진리에 고픈 이들에게 진리를 설함으로써 마음이 만족하고 법열(法悅)의 환희를 느낄 수 있다. 

가르침을 받은 선재가 정신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만명의 동녀들이 모두가 법열에 얼굴이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 느꼈던 경이로움이 바로 이런 가르침 덕분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구족우바이는 빙그레 웃으며 백만 아승지 권속들이 모두 나와 함께 원, 선근, 생각, 마음이 같고 우리의 이러한 공덕의 등불은 탐욕의 어둠을 밝힌다고 말하니 존경의 마음이 더욱 커졌다. 구족우바이는 선재에게 대흥성의 명지거사를 만나 보살행과 공덕에 대해 더 공부하라고 소개한다.

중생의 삶의 터전인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하늘세계와 성자의 깨달은 세계인 성문, 연각, 보살과 부처님의 세계인 십법계 어디서라도 진리의 법을 전하며, 중생의 배고픔과 욕망을 충족시킨 다함없는 복덕장해탈문(無盡福德藏解脫門) 위대한 구족우바이의 삶은 존경스럽다.

그녀가 구족이라는 이름을 지닌 것이 바로 인욕바라밀을 중심으로 십바라밀을 실천하여 모든 공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낮추는 조그만 그릇,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빈 그릇,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음식이 넘쳐났던 것은 인욕의 끝없는 경계가 바로 자비심으로 법계를 함용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는 사기순 민족사 주간에게 우리 곁에서 구족우바이처럼 사시는 분을 알고 싶다고 하자, 즉각적으로 “네, 그런 분 계십니다. 실상화보살인데 안타깝게도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실상화 윤용숙(1936~2016) 하면 교계 안팎에서 유명한 분이라지만 나는 금생에 인연이 없어 만날 수 없었다. 광덕 큰스님을 선지식으로 모시고 수행한 분으로 여성재가불자들이 공경과 공양심을 지니고 승보를 받들며 불교를 수행하는 기틀을 마련한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불이상’과 ‘보덕학회’의 탄생의 주역이며 문서포교를 통한 법보시운동의 대표적 인물이다. 실상화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삶의 자취를 통해 한국의 여성 불자들이 좀 더 지혜롭고, 자비로운 실천을 힘들지만 인욕바라밀을 가슴에 담아 선지식으로 모시길 발원해본다. 

[불교신문3493호/2019년6월8일자]

원욱스님 공주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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