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부처님 탄생시 외치셨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 외에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없는가?


불교는 神에 의지하지 않고 
진리를 직접 구현하는 종교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뛰며 
실천해야 완성된다는 의미


A   부처님은 태어날 때,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이 세상에 내 오직 존귀하니, 온통 괴로움에 휩싸인 세상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혹은 “나는 세상에 광명을 비추고, 고통과 번뇌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도다”라고 하셨다고 한문 및 인도 빨리어 경전에 나와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부처님의 탄생 메시지입니다.

한문과 빨리어 경전에서 전하는 메시지 내용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시며 말씀을 외치셨다고 하는 것은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걸으실 수 있었고 진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내용은 말 그대로 ‘부처님의 탄생설화’입니다. 설화는 모름지기 신화 ·전설 ·민담 등을 말합니다. 설화는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지혜나 교훈만 찾으면 되지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면 안 됩니다.

불교의 여러 설화 중 ‘부처님 탄생설화’는 불교를 널리 알리려는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심사숙고의 결과일 것이며, 당연히 가장 널리 알리고자 하는 핵심사상을 함축해서 담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메시지는 우리가 제대로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 선언 외에도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셨다’는 비언어적 극적묘사에도 주목해 보아야합니다. 

불교는 무신교이기 때문에 그리스문명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문화가 들어오기 전까지 불상숭배는 없었습니다. 신앙대상이라면 부처님의 족상(足相)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뜻하는 법륜마크, 사리탑 정도였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왜 부처님 발모양을 불교의 상징이라 여기게 되었을까요? 더욱 흥미로운 것은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의 설화에도 부처님 발 스토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아끼는 제자 중, 마하가섭은 부처님의 임종을 보지 못했습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여 이미 관속에 들어가시고 난 다음에야 도착한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마하가섭을 위해 관 밖으로 두 발을 내 보이시는 기적을 보여 주셨습니다. 왜 하필 발이었을까요?

부처님 탄생과 죽음의 설화에 동시에 발걸음이 등장하고, 원래 불교의 참 상징은 족상이라는 것은 발이 상징하는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 즉 불교는 어떤 신에도 의지하지 않고 진리를 직접 구현하는 종교, 신앙으로만 아니라 두 발로 직접 주인공이 되어 뛰어 실천해야 완성되는 종교라는 것입니다. 

[불교신문3493호/2019년6월8일자]

이정우 군법사ㆍ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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