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스승 한산 화엄

송강스님 지음 도반

나의 사랑 나의 스승 한산 화엄  

송강스님 지음
도반

“부처님이 위대하신 것은 다른 종교에서처럼 특별한 초능력을 발휘하거나, 사람이 아닌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직 사람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신 부처님. 그래서 부처님이 세상의 스승이 되시는 것이고, 모두의 존경을 받으시는 것이다.” 

부처님의 생애를 책으로 펴냈던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은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스승의 덕목으로 인간적인 풍모와 덕화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신의 신념을 이번엔 자신의 스승에게 투영했다. 송강스님이 은사인 한산당(寒山堂) 화엄대선사(華嚴大禪師, 1925~2001)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나의 사랑 나의 스승 한산 화엄>은 스승과 실제 있었던 일, 실제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실었다.

개화사 송강스님이
은사 스님 행적 정리
달마도 잘 그렸던
숨은 도인 ‘눈길’

한산스님은 1925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일본 오사카 제국대학 의과대학을 다닌 엘리트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군의관으로 끌려갔다가 살아 해방 후 서울대 의대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새로운 인생길이 열렸다. 전쟁 중에 포탄 파편 네 개가 대퇴골에 박혔는데 두 개는 수술로 제거했지만 나머지 두 개는 도저히 빼낼 수가 없어서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부산 범어사 조실이자 현대불교의 선지식인 동산스님과의 만남이 기연(機緣)이 됐다. 마침 저녁나절 절에 범종소리가 들리자 “저 종소리를 잡아오너라”는 동산스님의 물음에 한산스님이 입으로 ‘콰앙’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심전심’이 이뤄졌다. 1948년 수계 이후 동산스님 아래서 정진하던 중 1958년 무자 화두를 참구하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어 오도송을 토했다. 부산 범어사 주지를 역임했고 김해 동림사를 복원하기도 했다.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이 찍은 한산스님의 말년 모습.

사진으로 본 한산스님은 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스님의 풍모를 빼닮았다. 책에서는 경허스님 못지않게 걸림 없는 도인이었던 한산스님의 삶을 살필 수 있다. 승적도 없는 객승들을 반갑게 맞아주며 무언(無言)으로 교화했던 대자비, 쌀 한 톨 개수통 안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했던 근검절약, 하루 8시간 이상 3년간의 용맹정진 등이 눈길을 끈다. 달마도를 비롯해 수준급의 선화 솜씨도 확인할 수 있다.

한산스님이 그린 달마도.

송강스님은 중학생 시절에 한산스님을 처음 만났다. 대자유인의 호방한 선풍에 반해 이후 평생을 시봉했다. 1980년 10·27법난을 겪은 후 송강스님이 중앙승가대에 공부하러 올라올 때, 한산스님은 왜 다시 교학을 연구하려 하느냐고 물었다. 송강스님은 그때 세 가지 이유를 말씀드렸다. 

첫째, 팔만대장경을 모두 섭렵하여 부처님과 옛 조사님들을 모두 만나봐야겠다는 것. 둘째, 제 자신이 수행의 길에서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의 자리에 이르러야겠다는 것. 셋째, 훗날 가장 존경하는 스승님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겠다는 것. 40년이 다 되어 이제야 스승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책 곳곳에는 은사에 대한 존경과 흠모가 절절하다. 송강스님은 서문에서도 “이 책은 오로지 제 기억에 의한 것”이라며 “만약 스승님에 대한 설명 중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제 기억이나 제 살핌에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행여 누를 끼칠까 연거푸 몸을 낮추고 있다. 책의 내용을 떠나 어른을 모시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귀감이 된다.

서울 강서구 개화산에 개화사를 창건한 송강스님은 왕성한 집필과 강의활동으로 포교하는 중진 스님이다. 불교신문에 ‘송강스님의 백문백답’,  ‘송강스님의 마음으로 보기’, ‘다시 보는 금강경’을 연재했으며 <금강반야바라밀경> 시리즈, <송강 스님의 백문백답>, <송강 스님의 인도 성지 순례>, <송강 스님의 미얀마 성지순례>, <경허선사 깨달음의 노래(悟道歌)>, <삼조 승찬 대사 신심명(信心銘)>, <말, 침묵 그리고 마음>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2014년 <부처님의 생애>로 중앙승가대학교 단나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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