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 한국화가 6월23일까지 ‘관심(觀心)’ 전시회

일상서 접하는 정물과 풍경
한지 여러 겹 포개 올린 뒤
수묵작업으로 작품 승화시켜

20년간 전국 사찰순례하며
마주친 ‘탑’ 등 불교문화서
받은 영감을 작품에 녹여내

강미선 한국화가가 수행을 통해 엿본 자신의 내면세계를 사찰 전각들로 표현한 ‘정중동2’ 작품.

한지와 먹을 사용해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들을 담백하게 표현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강미선 한국화가가 신작을 선보였다. 강미선 작가는 지난 5월16일부터 오는 6월23일까지 서울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 ‘관심(觀心)’을 열고 있다.

강 작가는 그동안 몰두해 온 ‘관심(觀心)’ 시리즈를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간다. 총24회의 개인전 가운데 ‘관심(觀心)’을 주제로 한 게 이번 전시회를 포함해 총11차례에 이른다.

강 작가는 “자신의 삶, 일상 속 발자취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며 그 마음과 마주하는 수행의 과정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 제목이면서 작품 제목이기도 관심(觀心)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심적 태도나 감정을 뜻하는 ‘관심(關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마음을 보는, 즉 자신의 마음을 본다는 뜻으로 수행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에서의 지관(止觀) 수행, 마음챙김인 셈이다. 즉 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쉼 없이 흘러가는 마음 상태를 지켜보는 수행을 통해 집착과 분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작가는 한지와 먹을 사용한 수묵(水墨) 작업을 통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물과 풍경을 간결한 선과 은은한 색채, 담담하게 쌓은 먹빛으로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한국의 미감을 형상화하는 작가의 수묵작업은 여러 겹을 발라 올린 한지의 고유한 물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화강암 표면과 같은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 두드러진 게 특징이다. 

작가는 거친 결의 닥종이에다가 한지를 여러 겹 발라 올려 작업한다. 손으로 종이죽을 만들고, 다리미로 다리고, 붓으로 두드리며 종이를 여러 겹 발라 올린다. 이를 통해 거친 질감을 조절하는 동시에서 두터운 한지에 깊숙이 흡수하는 수묵의 효과를 얻어낸다. 강 작가에게 ‘먹’이란 만물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이며, ‘한지’는 단순한 재료 이상으로 수많은 붓질을 반복한 행위의 흔적인 것이다.

'여시아문' 작품

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총34점을 전시한다. 아트사이드갤러리 지상1층 전시공간에는 백자와 그릇(식기), 다기 등 일상의 기물과 백자에 꽂힌 붉은 매화, 석류 등 과일을 소재로 다룬 정물 시리즈가 선보인다. 작가 자신의 삶, 그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은 주로 수묵의 농담(濃淡)을 통해 대상을 단순화시켜 표현하고, 매화 등의 작품에는 약간의 채색도 넣었다.

지하 1층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풍경 시리즈가 주를 이룬다. 이 또한 정물시리즈처럼 작가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것들이다. 1998년부터 ‘우리문화사랑’ 답사모임을 통해 전국 사찰을 참배하며 마주친 절과 불상, 탑 등 불교전통문화에다가 서촌에 위치한 작업실을 오가며 본 한옥 등 풍경을 담아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가졌던 경주 남산 답사, 특히 석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 깊음을 작품속에 녹여내고자 노력했다.

문화유산 답사에 이어 3년 전 불교에 귀의한 강 작가는 서울 정각사를 재적사찰로 삼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광주 무각사와 칠곡 묘향사, 영주 부석사, 남원 실상사 등 인연 있는 사찰을 찾아 다니며 불심을 증장하고, 수행과 기도를 통해 받은 영감을 작품에도 반영하고 있는 불자다. ‘기도’ ‘여시아문’ ‘정중동’ ‘부석사’ 등이 이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강 작가는 “그림을 그리다보면 저도 모르게 제 자신이 작품 속에 반영되는 것을 느낀다”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수묵의 조형적 표현방법을 앞으로도 다양하게 실험하며 작업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석사를 거쳐 중국 남경예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총24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으며 64회에 걸쳐 단체전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과 공산미술제 특선, 중앙일보 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석사' 작품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