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구역 입장료, 이것이 팩트다 ③입장료, 어떻게 쓰일까

일반인들은 사찰이 국립공원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기여했다는 점, 토지 사용에 대한 재산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오직 문화재구역입장료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국립공원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정부도 이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에 함께 나서야 한다. 사진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법주사 전경.

입장료 수익, 사찰문화유산 관리비 절반도 안돼
해외 종교시설 입장료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아

"사찰이 공원 유지 및 관리에 기여했다는 인식
국민적 공감대 기반해 절충안 조속히 마련해야"

2007년 1월1일 정부는 37년간 징수해오던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다. 공원 관리 비용을 직접 부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혜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직접 징수해오던 입장료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당해 예산 232억원 국고지원을 약속받으며 입장료 폐지 수순을 밟았다. 그간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합동 징수해오던 사찰과 사전 논의는 물론 관련 대책은 없었다.

사찰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입장료 폐지를 결정한 정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국립공원 입구마다 ‘이제 국립공원 진정한 주인은 국민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것이었다. 정부는 입장료 폐지를 국민에 대한 서비스로 생각했고 남겨진 몫은 사찰로 넘겨졌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분리 징수가 시작된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한 지금의 반감은 그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합법적 징수에도 돌아오는 비난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사찰이 요구한 사안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와 법에 의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된 일이다. 1962년 제정돼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 <문화재 보호법> 제49조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관리단체가 지정돼 있는 경우 ‘징수권자’는 ‘관리단체’, ‘관람료’는 ‘해당 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금액 한도나 수익금 사용 등에 관한 사항도 관리단체 자율적 결정에 달렸다. 1962년 해인사를 시작으로 사찰들은 당연히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아왔다.

역풍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등산철만 되면 국립공원을 오르는 탐방객들이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는 사찰에 날선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 국립공원 내 위치한 사찰 24곳 중 사찰 입구와 거리가 떨어진 매표소는 약 15곳, 이들이 도마에 올랐다. 

“사찰 문화재를 관람할 생각이 없는데 통행세를 받는다” “카드 결제가 안된다” “관람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불투명하다” 등이 주된 반응이었다. 원칙적으로 문화재구역 입장료 징수 금액과 그 사용을 비롯해 공개 여부 또한 관리단체, 즉 사찰의 자율적 선택임에도 비난은 이어졌다.

유지 관리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

종단은 문화재구역 입장료 수익 전체 100% 가운데 53%는 입장료를 징수하는 해당 사찰의 일상적 유지 및 관리비로 30%는 문화재 유지 보수, 나머지 17%는 스님 교육과 종단 운영 등에 쓰고 있다. 사찰에 들어가는 53% 수익은 입장료 징수와 관련한 기본 행정 및 사무 업무를 보는 직원 급여 등에 쓰인다. 

수익 중 30%는 문화재를 유지 및 보수하는 비용을 비롯해 홍보 및 관리자 급여 지불로 사용한다. 입장료를 징수하는 매표소 직원 인건비 등도 여기 해당된다. 나머지 17%는 종단에 분담금 형식으로 올려 보내는 금액이다. 사찰 내 문화재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스님들을 위한 교육 기금과 종단 유지를 위한 경비에 쓰인다. 입장료 수익 모두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중앙종회, 교구종회 등 1년에 수차례 감사를 받는다.

2018년 조계종 세입세출 결산서 기준으로 문화재구역 입장료 한 해 수익을 추정하면 약 414억원. 종단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앞서 2006년 외부 연구기관에 의뢰해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는 67개 사찰 문화재 유지 관리 비용으로 추정한 금액이 807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유지 관리 비용은 약 1050억원(물가상승률 30% 고려)이 넘는다. 

지정 문화재를 보수 및 관리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 비용을 비롯해 주변 탐방로 정비까지, 문화재를 직접 관리하기 위한 인력, 즉 스님들 교육에 드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지정은 정부가 책임은 소유자가

과거 정부는 이 같은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합동 징수 당시 국립공원 입장료 수익 중 10~30%를 사찰에 지원한 바 있다. 사찰 내 있는 국보, 보물, 지방유형문화재, 문화재 자료 뿐 아니라 사적이나 명승지, 천연기념물 등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 보수를 위해 지난 30여 년 간 사찰로 하여금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토록 하고 부족분은 합동 징수하던 공원 입장료 일부로 충당한 것이다.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사찰 소유 문화재를 국가가 지정했다면 책임 또한 국가에 있으므로, 사찰 내 문화재 관리에 소요되는 예산 역시 국가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성인 1인 입장료는 22파운드(3만2898원), 이탈리아 산타마리아 델레그라치에 성당은 12유로(1만5855원)에 달한다. 불교 문화재가 산재한 중국, 일본 등도 상당한 비용을 입장료로 받는다. 중국 아미산은 3만2700원, 일본 법륭사는 1만5500원, 동대사는 1만300원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문화재구역 관람료를 받고 있는 조계종 사찰은 현재 총 70곳. 종단 2000여 개 사찰 중 극히 일부다. 그 중 국립공원 내 위치한 입장료 징수 사찰은 24곳으로 적게는 성인 1인 기준 1600원부터 많게는 5000원을 징수한다. 입장료 평균은 2400원 안팎, 해외 종교 시설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인 셈이다. 그럼에도 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한 여론은 비판 일색이다.

국내 최초 국립공원학과를 개설하는 등 공원 연구에 힘써온 유기준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로 인한 사찰의 문화재구역 입장료 징수에 따른 갈등, 공원의 급격한 훼손, 자유이용에 대한 탐방객의 잘못된 인식 등은 이미 예견된 쟁점이었다”며 “사찰이 공원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기여했다는 점, 토지 사용에 대한 재산권을 갖고 있다는 점 등에 근거해 공감대를 찾고 이에 근거해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부와 사찰뿐 아니라 불특정 대중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절충안을 찾기 쉽지 않겠지만 범국민적 이해만이 문제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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