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생전에 한국을 네 차례나 방문한 지한파였다. 첫 방한 때인 1974년 그는 한국의 대표적 불교사원인 불국사를 방문했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동방정교회 사제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그는 대웅전에 들어가 불교식으로 합장을 하고 예의를 표했다.

더 아름다운 일은 그가 경내를 둘러 볼 때 그를 알아본 한 비구니 스님이 성호를 그어 그에게 존경을 표시한 것이었다. 이 장면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전해져 큰 화제가 되었다.

청마 유치환에게 수천통의 편지를 받은 것으로 유명한 이영도 선생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후배문인들을 만날 때마다 ‘교회에 안다니나?’하고 물을 정도로 전도에도 열심이었다. 1974년 그가 회원이던 여성문학인회가 김천으로 문학기행을 갔을 때였다.

그는 직지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당에 들어가 절부터 했다. 동행한 후배 한분순 시인이 놀라자 이렇게 말했다. “남의 집에 가면 그 집 어른한테 인사하는 게 예의다. 절에서는 부처님이 큰 어른 아니냐?”

부처님은 이웃종교에 대해 너그러운 분이었다. 장아함 <나형범지경(裸形梵志經)>에는 이교도가 부처님에게 ‘당신의 종교만 최고냐, 당신의 가르침을 따라야만 죽어서 좋은 곳에 태어나느냐’고 힐문하는 장면이 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누구든 탐욕과 증오와 망상을 제거해야 한다. 나의 제자라도 이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바른 지혜를 얻지 못하고, 외도라도 이를 멸하면 해탈을 얻는다’고 대답한다. 올바른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종교를 믿느냐는 부차적인 것이라는 말씀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란 책에서 ‘기독교인은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돼야 한다’고 썼다. 최근 영천 은해사로 부처님오신날 법회에 참석해서는 종교적 이유로 합장도 하지 않았다 한다. 개인의 신앙은 존중해야 하지만 공당의 대표로 절에 왔다면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런 협량을 가진 분이 대권이라도 잡으면 어찌될지 그게 걱정이다.

[불교신문3492호/2019년6월5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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