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해 세간에서 말이 많다.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문화재를 보존한 사찰에 들어설 때 내는 입장료다. 종단이 사용하는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언론은 여전히 문화재관람료로 부르며 부당하다고 강변한다. 

입장료에 대해 시비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문화재를 보거나 사찰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산에 가기 때문에 입장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얼핏 타당하고 합리적 항변으로 보이지만 이는 한국 사원의 특성과 오랜 전통을 모르거나 불교계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성의 발로다. 지난해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데서 보듯 한국의 산사는 독특한 양식과 문화 전통을 갖고 있다.

서양은 그림 건축 한 점 한 점을 문화재로 바라보지만 한국 산사는 사찰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숲 계곡 암벽 산 전체가 하나로 어우러져 가람을 이룬다. 우리나라 절은 신라 때부터 주변 자연과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산세 계곡 주변 지형 나무 등 자연과 마을 등 인문환경까지 고려하여 절터를 잡고 건물을 배치했다.

가령 소백산 부석사는 산의 지형을 따라 점점 위로 올라가며 불국토로 향하는 화엄교리를 담아 가람을 배치하였으며 통도사는 계곡을 따라 굽이치면서도 영축산이 점점 경내로 들어오게 가람을 배열했다. 또한 큰 절 주변 산 곳곳에 배치된 암자는 수많은 고승의 발자취와 수행담이 얽힌 한 편의 대하 역사서다. 암자와 암자, 암자와 산을 연결하는 오솔길도 마찬가지다.

숲은 스님들이 심고 가꾼 수행터다. 수많은 전쟁과 생존을 위해 이 땅의 숲이 파괴되었을 때 유일하게 보존된 곳이 사찰이다. 모든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내소사 백양사 월정사 등 깊고 아름다운 숲은 저절로 자란 것이 아니라 모두 스님들이 심고 가꾼 사찰의 숲이다. 

그래서 한국 산사는 산 계곡 숲 길 등 자연을 빼고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지정된 문화재만 문화재로 인정하려 들고 돌담으로 두른 좁은 경내만 사찰로 바라보는 잘못되고 편협한 인식이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둘러싼 시비를 낳는 것이다. 

정부가 국립공원을 지정하여 관리 하기 전 이미 그 산의 주인인 스님과 사찰이 숲을 가꾸고 보호해왔다. 그 세월이 천년이 넘는다. 정부가 관리한다며 나선 지 이제 겨우 50년이다.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은 울창한 숲을 파헤쳐 도로를 내고 음식점과 술집 호텔을 짓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돈벌이 뿐이었다.

반발하는 불교계를 달래느라 문화재관람료를 받게 하더니 슬쩍 입장료를 끼워서 받다가 정부 재정이 나아지니 선심 쓰듯 빠져나가고 덩그러니 남은 불교계가 비난을 한 몸에 받는 것이 오늘날 벌어지는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둘러싼 갈등의 실체다. 

온갖 법으로 사찰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고 당연히 받아야할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잘못된 여론전으로 불교계를 ‘산적’으로 전락시킨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나서 불교계의 기여를 인정하고 엄청난 피해를 감수한데 대해 사과하고 문화재구역 입장료 징수의 정당성을 홍보하는데 나서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저항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불교신문3492호/2019년6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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