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아사리 문광스님 ‘탄허대종사 36주기’ 특강

탄허대종사 36주기 추모다례재가 지난 5월28일 탄허기념박물관 보광명전에서 봉행됐다.

동양삼교 정신 하나로 융합
‘한국, 세계 정신수도’ 낙관
탄허스님 사상은 곧 미래학

“한국사회는 하루속히 화쟁
융합의 ‘일심사상’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

 

유불선을 회통한 사상가이자 화엄학의 대가 탄허대종사<사진> 36기 추모다례재가 지난 5월28일 서울 자곡동 탄허기념박물관(관장 혜거스님) 보광명전에서 봉행했다. 문도, 조계종 종책특보단장 초격스님,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상임이사 인경스님,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 금강선원 신도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된 이날 추모다례재는 ‘탄허스님의 경세학과 요익행’에 대한 조계종 교육아사리 문광스님(동국대 외래교수)의 특강을 중심으로 한 1부 다례재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 채수정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의 판소리 등 2부 추모공연으로 의미 있게 진행됐다.

탄허기념불교박물관장 혜거스님(금강선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떻게 하면 탄허스님이 우리 곁에 또 오실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뿐”이라며 은사의 가르침을 회고했다. 혜거스님은 “(탄허)스님의 큰 원력과 큰 뜻을 조금만이라도 펼쳐보고 싶어서 이렇게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해 스님의 뜻을 선양하려고 애를 쓰지만 아무리 해봐도 또 해봐도 스님의 그 큰 원을 어찌 다 표현할 수도 없다”며 특강을 마련한 취지도 함께 표현했다.

문광스님의 특강의 바탕이 된 논문은 ‘화엄학과 역학(易學)을 통해 본 탄허선사의 간산사상(艮山思想)’이다. 탄허 택성(呑虛 宅成, 1913~1983)선사의 민족불교 사상이자 미래학인 간산사상을 그의 회통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화엄학과 역학을 회석(會釋)하여 분석한 것이다. 문광스님은 먼저 탄허스님의 출가 전 유가 선비 시절의 자(字)인 ‘간산(艮山)’에 주목하고, 화엄학과 역학에서의 ‘간방(艮方)’의 의미에 대해서 고찰했다. 아울러 한국의 두 간산에 해당하는 오대산과 계룡산의 의미망에 대해서 분석하고, 탄허스님이 자신의 주처(住處)를 오대산과 계룡산 두 곳에 두게 되었던 의미에 대해서 김일부 선생의 <정역(正易)>을 활용하여 살펴보았다.

5월28일 탄허대종사 36주기 추모다례재에는 상좌인 탄허기념박물관장 혜거스님(오른쪽)과 조계종 종책특보단장 초격스님,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상임이사 인경스님,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 금강선원 신도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문광스님은 5월28일 탄허대종사 36주기를 맞아 ‘화엄학과 역학(易學)을 통해 본 탄허선사의 간산사상(艮山思想)’ 특강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 문광스님 특강 (요약) 

<화엄경>에서는 문수보살의 주처에 대해 ‘보살주처품’에서는 동북방(東北方), ‘여래명호품’에서는 동방(東方)으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보살주처품에서는 동북방의 청량산(淸凉山)에 문수보살이 머무른다고 되어 있는 것에 반하여, 여래명호품에서는 문수보살이 동방에 머무른다고 되어 있는 것이다. 청량국사(淸凉國師)의 경우에는 문수보살의 주처가 동북방의 청량산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하면서 중국의 오대산에 대한 상세한 주석만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이통현(李通玄)의 경우에는 이 상이한 내용에 대해서 화엄학과 역학을 활용하여 나름대로 밝혀보고자 노력했다. 여래명호품에서 문수보살이 동방에 지주(止住)한다는 것은 십신(十信)의 십수보살(十首菩薩)의 처음이라는 의미와 모든 지혜의 근원이라는 측면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곳이 금색세계(金色世界)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방의 목(木)과 금색의 금(金)의 상이함을 육갑법의 12운성(運星) 등을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다소 억지스러움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탄허스님이 중시했던 미래의 역학인 정역을 통한 회석(會釋)을 확충하여 정역팔괘도의 방위를 활용한 화역불이(華易不二)의 해석으로 이를 다시 분석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보살주처품의 동북방은 ‘선천’으로 문왕팔괘도과 일치하고, 여래명호품의 동방은 ‘후천’의 정역팔괘도와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동일한 간방임에도 불구하고 문왕팔괘도에서는 동북방에 위치하고 있고, 정역팔괘도에서는 동방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문수보살이 간방에 위치하는 것은 일치하는데 선천역학에서는 동북방에, 후천역학에서는 동방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탄허스님이 한국의 간산(艮山)을 오대산과 계룡산 두 곳을 설정하고 왕래하며 설법하고 교육하고 역경하며 미래를 준비했던 그 미의(微意)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간방’의 의미에 대해서는 <주역> ‘설괘전’ 5장에도 그 대강이 밝혀져 있다. 역학에서의 간(艮)은 동북방이며 ‘종만물시만물(終萬物始萬物)’의 완성의 의미를 갖는다. 설괘전 7장에서는 ‘간’의 상(象)을 “지야(止也)”로, 10장에서는 “소남(少男)”으로 보았다. 11장에서는 “산(山)이 되며, 지름길이 되며, 작은 돌이 되며, 문궐(門闕)이 되며, 열매가 되며, 문지기가 되며, 손가락이 되며, 개가 되며, 쥐가 되며, 부리가 검은 무리며, 나무에 있어 견고하고 마디가 많음이 된다”로 ‘간’의 상징을 풀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탄허스님은 간방인 우리 한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상징을 부여하며 자신의 미래학을 전개한 바 있다. 탄허스님은 “지구가 성숙됨에 따라 후천시대는 결실시대로 변하는데 이 결실을 맡은 방위가 간방이며 간방은 지리적인 팔괘분야로 보면 바로 우리 한국”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처럼 탄허스님은 동북방에 위치한 한국의 상징을 역학의 간(艮)이 가지는 상(象)을 활용하여 도덕(止), 청년(少男), 완성과 결실(始終)의 의미로 해석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탄허스님이 역주한 <주역선해(周易禪解)>에서 우익지욱(藕益智旭)은 간(艮)의 상징인 지(止)를 ‘묘삼매(妙三昧)’와 ‘수능엄삼매(首楞嚴三昧)가 구경견고(究竟堅固)함’이라고 불교적으로 해석했다. ‘지관(止觀)’의 ‘지(止)’로 보아 ‘사마타’의 의미로 간(艮)의 상징인 지(止)를 풀이한 것이다.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일컬었던 것과 연관해서 설명해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통현도 이를 화엄경 여래명호품의 해석에서 적극 활용하여 지(止)를 ‘선정바라밀’로 해석하면서 문수보살과 직접 연계시킨 바 있다.

탄허스님은 한국의 지리적 간방인 오대산에서 출가하여 정신적 간산인 계룡산에서 미래를 준비했다. 그는 한국이 문수보살의 처소인 간방임에 주목하고, 지리적 간산인 오대산과 정신적 간산인 계룡산을 왕래하면서 간방인 한국에서 미래의 정신문명이 새롭게 개벽할 것임을 확신하고 자신의 학술을 전개했다. 계룡산 자광사의 창건과 학하리에 화엄대학원을 세워서 후천개벽시대를 준비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그의 간산사상에서 기인한 것이다.

탄허스님은 이곳을 인재양성과 미래교육의 산실이자 도의교육의 중심지로 만들어 삼교회통을 바탕으로 한 동양학의 응집처로 발전시켜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함이었다. 이를 위해 매우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계획을 세웠었다.

탄허스님의 이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의 원력과 미래예견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유성구 학하동 인근에 그동안 많은 대학들이 설립된 것이다. 국립 충남대학교가 1979년에서 1985년 사이에 인근의 대덕캠퍼스로 이전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989년에 대덕캠퍼스로 이전했다. 1991년에 건양대학교 메디컬 캠퍼스가 들어섰고, 목원대학교의 유성캠퍼스는 1999년에 학하동 인근 도안동에 자리를 잡았고, 2012년부터 배재대학교 대덕밸리캠퍼스가 들어왔다. 한밭대학교는 아예 학하동 안에 2000년에 이전을 완료했다. 자광사가 자리하고 있는 학하동 주변은 그야말로 탄허의 예견대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한 대학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탄허스님은 계룡산을 자미원국으로 보았기 때문에 당시 대통령인 박정희로 하여금 신도안에서 각종 종교단체와 무속인들을 이주시키고 대전으로 수도이전까지 고려하게 만들었다. 이어 신도안면 부남리는 전두환·노태우 두 군인출신의 대통령이 1983년부터 1993년까지 대한민국 국군의 3군 통합 군사기지인 계룡대를 이주 완료시킴으로써 900만평을 국가가 확보하게 되어 한국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화엄학과 역학을 융회한 그의 회통정신의 근저에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했던 민족불교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화역회통(華易會通)의 정신을 활용하여 화엄경의 숨은 의미를 더욱 깊이 고찰해 보았다는 것이 본 논문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

탄허스님이 입적한지 36년이 됐다. 스님은 평소에 “나는 사후에 명성이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방대한 학술과 사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을 더하고 있다. 그의 미래예지와 미래학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그 의미가 드러나고 분명해지고 있다. 동양삼교의 정신이 하나로 융합되어 세계문명을 선도하고, 간방인 한국이 세계의 정신수도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던 그의 예견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는 단수이나 미래는 복수이다. 아무도 미래를 단정할 수 없고 운명은 결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법안(法眼)을 갖추었던 한 선지식의 형형한 안목은 갈수록 그 빛을 발하고 있음을 본다. 탄허스님의 모든 사상은 미래를 준비했던 미래학이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경전의 역경불사도 한문이 미약해질 시대의 인재교육을 위해 마련한 것이며, 모든 예지도 미래를 바르게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진다.’ 스님의 바람대로 한국사회는 하루속히 화쟁과 융합의 일심(一心) 사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 채수정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는 판소리로 탄허대종사 36주기 추모의 뜻을 전했다.

[불교신문3492호/2019년6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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