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라라’ 하는 정부…비난은 불교 몫
‘나 몰라라’ 하는 정부…비난은 불교 몫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9.05.31 17: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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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구역 입장료, 이것이 팩트다 ② 산사, 그 자체가 문화재
국립공원 지정부터 입장료 폐지에 이르기까지 일방적 정책 추진이 불러온 결과임에도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없이 방관으로 일관해왔다. 지난 2009년 조계종 전국 본말사 주지 스님을 비롯한 2000여 사부대중이 통도사에서 사찰 경내지 공원구역(국립·도립·군립)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문화재 ‘보존’ 보다 ‘활용’ 우선
정부 인식이 입장료 문제 키워
이제라도 ‘살아있는 유산’ 평가

산림 지키는 '산감' 없었으면
1700년 천연 숲 유지됐을까?
정부-사찰 파트너 인식 필요

#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7개 사찰로 유네스코는 이들 사찰이 ‘연속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불상 한 점, 대웅전 한 채 등 사찰이 가진 유형문화재 각각이 아닌 산사 그 자체가 신앙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유지해 온 공간으로서 역사적 연속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행자의 삶과 불교 의례 등 다양한 문화가 한 데 어우러진 종합 승원임을 인정한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들 사찰이 7~9세기 창건 후부터 현재까지 한국불교 전통을 이어온 공간으로 그 원형과 기능을 유지하고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산사를 바라보는 유네스코 관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유네스코는 산사를 종합적 성격의 ‘살아있는 유산’으로 평가했다. 사찰 진입로부터 사찰림, 부도전과 불상, 대웅전, 자연과 어우러진 수려한 공간 등은 물론 1700년 이상 지속된 신앙과 수행 공간으로서의 역사성, 문화적 특성을 가진 종합적 유산으로 평가한 것이다. 

관리 정책 또한 ‘보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네스코는 사찰 내 아직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에 대해 향후 보존 방안을 세우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늘어나게 될 관광 수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종합정비계획을 세워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도 엄격히 제한한다. 문화재 한 점(點) 한 점을 지정해 사후 보수 및 관리를 지원하는 정책이 아닌 면(面)단위 개념에서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그간 일각에선 정부 정책이 불교 문화재를 ‘보존’ 보다 ‘관리’ 또는 ‘활용’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찰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 국립공원 지정이 뚜렷한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1967년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 공원 내 토지를 갖고 있는 사찰에 대해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았다. 

실소유주인 사찰 동의 없이 사찰이 소유한 토지를 국립공원에 일방적으로 편입시켰다. 토지 사용에 대한 보상이나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 종단이 ‘국립공원은 사찰을 포함한 사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국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공원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근거다.

때마다 불거지는 국립공원 내 문화재구역 입장료 문제도 정부가 사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실소유주인 사찰 동의 없이 사찰 소유 토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데 이어 사찰과 합동 징수하던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구역 입장료 가운데 공원 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사라지고 사찰이 걷는 문화재구역 입장료만 남게 되면서 매표소에선 탐방객과 사찰 간 마찰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2년째 해마다 등산철이 되면 국립공원 내 사찰 입구에서 문화재구역 입장료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혼선을 초래한 정부의 적극적 개선 노력은 없었다. 공원 지정부터 입장료 폐지에 이르기까지,  일방적 정책 추진이 불러온 결과임에도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 없이 방관으로 일관해왔다. 정부에 의해 임의로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들은 지금까지도 마음대로 건물을 짓거나 늘리지 못하는 등 정부 규제로 인한 재산권 행사 침해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립공원 총면적 3972㎢ 가운데 국유지(2173㎢)와 공유지(511㎢)가 차지하는 비율은 67.6%다. 사유지(1000㎢)와 사찰지(279㎢)가 32.4%로 전체 면적 중 약 3분의1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가야산 국립공원은 37.5%, 내장산 국립공원 26.2%, 오대산 국립공원 17.8%, 계룡산 국립공원 15.4%가 사찰 소유 토지에 속한다. 

1700년 한국불교는 숲을 떠나 존재하지 않았다. 신라 말 구산선문도 산골짜기에 자리했고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수행자들이 산에 기대 생사를 걸고 있다. 사찰에 산림을 지키는 ‘산감(山監)’이라는 소임이 이를 말해준다. 

스님들은 절마다 산을 감독하는 산감 소임을 두고 대중이 돌아가며 도벌을 막았다. 산불을 감시하며 숲을 지켰다. 불교계, 특히 국립공원 내 편입된 사찰이 문화재구역 입장료로 인한 비난을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다.

사찰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영경 동국대 교수는 “사찰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수직적 정책을 개선하고 동등한 파트너로서 권리를 인정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찰을 ‘죽은 유산’이 아닌 ‘살아있는 유산’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지난 1000년 동안 사찰 관리로 생태가 유지돼 왔을 뿐 아니라 사찰 진입로와 포행로가 국립공원 진입로와 탐방로로 사용돼 왔음을 모르는 국민적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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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 2019-05-31 20:39:56
팩트는 ‘문화재가 아니라 절은 출가자들이 수행하라고 국민들의 혈세와 조상님들의 피와땀으로 만들어 놓은 수행공간입니다’ 사찰과 정부는 입장료수입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떳떳하다면 밝히고 문화재보존을 위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셔야합니다. 수행공간이,수행자가, 수행의길에 서있지 않았음을 알아야합니다. 출가자는 부처님의 그 마음자리에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