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영산회상도·시왕도 등 환수 본격 나서

한국전쟁 혼란기를 틈타 무단반출된 뒤 미국 LA 라크마에 보관돼 있는 ‘신흥사 영산회상도’.

극락보전 삼존좌불 후불화로
1755년 조성된 초대형 불화
6·25 혼란기 틈타 무단반출

미국 LA ‘라크마’ 박물관서
감정의뢰로 소장사실 알려져

명부전 시왕도도 같은 시기
반출돼 라크마가 6점 소장

신흥사·속초문화재제자리委
6월말 라크마서 환수 협상

제3교구본사 신흥사(주지 우송스님)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미 해병대 중위에 의해 무단반출 됐던 ‘신흥사 경판’ 1점을 지난 3월 미국 시애틀 현지에서 환수했다. 65년만에 원소장처인 신흥사로 환지본처한 것이다.

신흥사는 경판과 비슷한 시기에 무단반출된 뒤 현재 미국 LA카운티미술관(라크마)가 소장하고 있는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에 대한 조속한 환수를 위해 수년째 라크마 측과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전쟁의 혼란기 속에서 무단반출됐다가 최근 환수에 성공한 경판에 이어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원만하게 환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1755년 조성돼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721호)의 후불화로 법당을 장엄했지만 한국전쟁 이후 자취를 감췄다. 1950년대 참전 미군이 찍은 사진속에는 신흥사 영산회상도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953년부터 1954년까지 속초에 주둔한 미군 통신장교 폴 뷰포드 팬처(Paul Bupord Fancher)가 1954년 5, 6월에 찍은 사진에는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뒤에 ‘영산회상도’가 관찰된다. 

하지만 1954년 신흥사에서 경판 1점을 무단반출해 가져갔다가 지난 3월 되돌려준 미 해병대 포병부대 중위 출신 리차드 브루스 락웰(Richard Bruce Rockwell) 씨가 1954년 10월께 찍은 사진에는 극락보전 영산회상도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팬처 씨와 락웰 씨의 사진을 비교하면 1954년 5, 6월에서 10월 사이에 영산회상도가 불법반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부전 내 시왕도도 마찬가지다. 팬처 씨의 사진 화면속에는 시왕도가 총10점 중 5점이 있어야 하지만 2점은 이미 사라지고 3점만 존재했다. 하지만 락웰 씨의 사진속에는 시왕도가 5점 있어야 하지만 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 영산회상도와 비슷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국전쟁으로 1950년 10월 비상계엄이 선포된데 이어 38선 이북지역에 대한 유엔군에 의한 군정 시기(1951년 8월~1954년 11월)를 거치는 동안 신흥사 일대는 불자와 일반인은 물론 스님조차 출입할 수 없게 엄격하게 통제됐다. 이로 인해 신흥사는 자연적, 인위적인 위험요인에 그대로 노출되고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1954년 11월 신흥사로 다시 되돌아온 스님과 불자는 극락보전 내 영산회상도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신흥사는 한국전쟁과 이후 혼란기를 틈타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경판 등 적지 않은 성보문화재가 도난 등 무단반출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담은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수십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가 미국 LA 라크마(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가 ‘석가여래설법도(Buddha Shakyamuni Preaching to the Assembly on Vulture Peak)’라는 이름으로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2007년 뒤늦게 국내에 알려졌다. 

석가여래설법도의 가치를 감정해달라는 라크마의 요청을 받은 정우택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화기(畵記)를 통해 신흥사가 원소장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라크마가 1998년 영산회상도를 구입할 당시 6개의 조각으로 잘리고 오랫동안 말려 있어 전시가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했다. 라크마 측은 1998년 뉴햄프셔 홉킨튼 지방에 사는 메리 S. 프렌치(Mary S. French)가 아들이 구입해 집 다락방에 놓아뒀던 불화를 구입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6개 큰 조각과 파편으로 나눠진 석가여래설법도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1년 여 동안 보존처리 작업을 통해 완벽하게 복원된 뒤 라크마 한국관에서 특별 전시됐으며 현재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보존처리를 위해 정우택 교수가 연구년 동안 라크마에 상주하며 학술 자문을 했으며, 지류 분야 전문가인 박지선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장(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이 5명 이상의 연구원과 함께 보존처리작업에 매진한 결과다.

라크마 측은 1998년 석가여래설법도를 구매한 직후 화기를 확인해 신흥사에 원소장처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신흥사 측은 공문을 받는 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폴 팬처 씨가 1954년 5~6월 촬영한 신흥사 극락보전과 명부전에는 영산회상도<사진 위 왼쪽>, 시왕도 3점<사진 위 오른쪽>이 존재하지만, 리차드 락웰 씨가 같은해 10월 찍은 사진에는 영산회상도<사진 아래 왼쪽>와 시왕도 5점<사진 아래 오른쪽>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1755년(영조 31년) 6월에 그렸다는 발문(跋文)이 선명한 가로 4.064m, 세로 3.353m 크기의 초대형 불화다. 이 불화는 석가모니부처님의 깨달음과 설법을 안정감 있는 구도위에 한 폭의 불화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색은 원봉안처를 떠나 수리과정에 이르기까지 변색과 박락 등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붉은색과 녹색을 주조색으로 하면서도 파스텔톤의 중간색을 사용함으로써 차분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준다. 현재 신흥사 극락보전에 봉안돼 있는 영산회상도는 새롭게 조성돼 1956년 3월17일 점안한 성보다.

신흥사 명부전 시왕도는 1798년(정조 22년)에 조성됐으며 세로 124.4cm, 가로 93.9cm 크기다. 총10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라크마에 6점이 소장돼 있다. 나머지 4점은 미국 내 다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흥사는 영산회상도 환수를 위한 추가 협상을 위해 오는 6월26일 라크마를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신흥사는 라크마가 소장하던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가 30년 만인 지난 2017년 7월 고국으로 돌아온 것처럼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또한 무단반출된 만큼 환지본처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특히 2017년 2월 출범한 사단법인 속초시 문화재 제자리 찾기 위원회도 동행해 영산회상도 환수를 염원하며 만든 영문 책자와 동영상 자료를 라크마 측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신흥사를 대표해 지난 3월 경판을 환수한데 이어 영산회상도 환수 협상에도 나서는 능인사 주지 지상스님은 “성보문화재는 문화재이기 이전에 성보로서 예경의 대상인 만큼 박물관 수장고가 아닌 원 소장처인 사찰에 있을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난다”면서 “한국전쟁 혼란기를 틈타 무단반출됐던 소중한 성보를 환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는 21개국, 18만2080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2%인 7만6382점이 일본에 있으며, 2번째로 미국에 27.75%인 5만532점, 3번째로 독일에 6.62%인 1만2052점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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