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지 않는 태양, ‘무산스님’
저물지 않는 태양, ‘무산스님’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05.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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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

김병무 홍사성 엮음 인북스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  

김병무 홍사성 엮음
인북스

무산스님(霧山, 1932~2018). 원적에 든 지 1년이 지났지만 불교계에선 조금도 저물지 않은 이름이다.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 1주기를 맞아 생전에 스님과 인연을 맺었던 여러 인사들이 거성(巨星)이었던 당신의 삶을 회고하는 책이 나왔다.

스님은 뛰어난 ‘마당발’이었다. 86년 인생을 꿰뚫는 코드는 회통(會通)이었고 그래서 더욱 존경받는다. 위로는 국가지도자부터 아래로는 시골 촌부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만나 어울리며 위로했다. 사상적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았고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었기에, 어디에도 적이 없다. 

스님에게 신세 진 스님과 정치인과 교수와 기자와 시인들은 책에서 한 목소리로 그 원융(圓融)의 정신을 그리워하고 있다. 열반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조의를 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글도 볼 수 있고 스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이장의 감회도 볼 수 있다. 스님은 갈등과 증오의 시대를 치유할 희망이자 본보기였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한다.

‘원적 1주기’ 스님이
몸소 보여준 ‘본지풍광’
모든 계층과 어울리며
아픔 치유한 일화 소개

지난해 5월26일 입적한 설악당 무산대종사는 현대 한국불교가 배출한 큰 스승 가운데 한 분으로 추앙받는다. 시조시인 조오현으로 왕성하게 활동했기에 ‘오현스님’이란 호칭이 더 익숙한 이들도 있다. 젊은 시절 금오산 토굴에서 부처님처럼 6년간 고행했으며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로서 설악산문을 재건했다.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원로의원으로 추대됐으며  만년에는 백담사 무문관에서 4년 동안 폐관 정진하다가 삶을 마무리했다. 

만해축전과 만해대상을 만들어 현대의 한국인들에게 만해 한용운의 자유와 생명 사상을 새롭게 고취한 대사상가이기도 했다. 국가발전에 기여한 원로에게 주는 은관문화훈장과 종단의 대표적 고승에게 수여하는 조계종 포교대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업적으로 드러난 삶은 대략 이러한데, 책에서는 그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품성과 저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무산스님 원적 1주기를 맞아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이 발간됐다. 한국불교의 큰 별로 자리한 스님에 관한 미담을 읽을 수 있다.

‘해골 인형’을 늘 곁에 두고 본래면목을 상기하며 하심과 무욕의 삶을 살아온 모습이 보인다.  ‘깨달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일깨우며 자신의 말대로 일관한  일화들도 빛난다. 2011년 반값등록금 집회에 나갔다가 벌을 받게 된 대학생들의 벌금 1억 여원을 대신 갚아줬다는 뒷얘기도 신선하다. 스스로 빛나기보다 남을 빛내주는 일을 즐기고,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추억 속에서 다양한 화법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스님의 법문이 승속 구분 없이 대중들에게 큰 감화를 준 것은 바로 스님의 이 진정선 진솔함 때문이었다. 스님께서는 수줍음도 많이 타셨는데 이 수줍음 속에는 언제나 진정성과 진솔함이 녹아 있었다. 소탈함, 자유로움 섬세함 자상함 등은 다 이 진정성과 진솔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신흥사 주지 우송스님).”   

엮은이들은 한때 절집에서 무산스님과 사형 사제의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어른을 잃었다는 크나큰 황망함이 조금 가시자 나중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언행록이라도 한 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나섰다. “코끼리 다리에 대한 기억일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를 책으로 엮는 것은 생전에 스님이 보여준 본지풍광(本地風光)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아직 어리석은 후학들이 살아가는 데 지남으로 삼기 위해서”라고 서문에 썼다. 

이러한 취지에 기꺼이 여러 사람들이 기꺼이 함께 했고 총 48편의 글이 나왔다. 이렇듯 미담(美談)은 내가 만들지 못한다. 반드시 남들이 만들어준다. 말로도 만들지 못한다. 진심어린 행동과 실천만이 미담을 만들어낸다. 저자로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은 스님과의 추억을 하나둘 꺼내놓는데 하나같이 칭찬 일색인 미담이다. 비할 바 없이 크고 넉넉했던 삶의 가치가 새삼 입증된 셈이다.

[불교신문3490호/2019년5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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