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많지 않더라도 소수라 할지라도
신사들이 보내는 갈채로 충분한 연극이
훌륭한 연극일 수도…정책도 마찬가지
국가성장 발전 위해 과거 매몰되지 말고
반대와 쓴소리도 포용하는 리더십 간절

프랑스 혁명의 열기가 고조되던 시기 1790년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을 통해 프랑스 혁명의 급진성에 대한 오류와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목적이 수단을 거룩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인가. ‘사람들이 집단으로 행동할 때 자유는 권력이 되고 만다.’ ‘자유라는 미명하에 초래되는 혼란 상황은 병사들에게 호감을 얻는 기술과 지휘력을 갖춘 장군의 출현과 맞물릴 때 군사독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함으로써 책이 출간된 지 9년 후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예언한다.

아울러 버크는 과거의 과오와 결점을 찾아내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은 매우 쉽지만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성찰과 신념을 가지고 시간을 두고 변화하더라도 개혁은 보존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혁명이나 급진적 개혁은 사려깊고 선한 의지의 사람들에게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요즈음 대한민국은 성급하거나 특정 이념에 얽매인 사려 깊지 못한 개혁 조치들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기존의 제도틀이 망가지고 부작용이 심각하게 노정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국민을 걱정하고 보살피기 위해서 노심초사하기 보다는 핑계대거나 관료탓을 하거나 지엽적인 통계로 둘러대기에 바쁘니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집권자들보다 일반 국민이 더 심각하게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정책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검토하여 정책을 결정·집행함에 있어 정권이 교체되면 종전과 다른 입장과 방향의 정책이 시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새롭게 시도되는 정책의 경우 그 집행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한 시의적절한 오류의 수정과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정책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고 외교안보나 경제정책과 같은 국민의 생명과 생존에 직결되는 중요 정책의 경우는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신중한 노력이 더 요구된다. 

전후 부흥한 일본 경제나 우리나라의 1997년 IMF 외환위기 극복에서 보듯이 산업사회의 경제는 전쟁폐허나 국가부도사태와 같은 치명적 실패가 있더라도 다시 여건만 주어진다면 단기간 내에 회복이 가능하지만 4차, 5차 산업과 같은 지식경제사회에 있어서는 한번 망가진 경제 상황은 오랜 기간 고통이 따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한 도태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는 그만큼 정책 실험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교육, 역사 등 사회 각 분야에 걸쳐 개혁적인 정책실험 조치들로 국가성장의 엔진이 멈추어 있고 이제는 그간 어렵게 쌓아온 발전의 기반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지경이다.

민주주의에 있어 다수는 항상 중요하지만 그것이 고려대상의 전체는 아닌 것이며 관람객이 많은 것보다 소수라 하더라도 신사들이 보내는 갈채로 충분한 연극이 훌륭한 연극일지도 모른다.

집권 2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정책오류는 과감히 시정하고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반대편이나 쓴소리도 포용하는 원융무애(圓融無)한 리더십이 간절하다.

[불교신문3489호/2019년5월25일자]

하복동 논설위원·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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