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통학자가 펼치는 반야심경 서화(書畫)의 세계

재일본 불교신자 류경희 교수가 6월3일부터 12일까지 ‘그대와 함께 걷는 길’을 주제로 한 개인전에서 ‘홍매’ 등 33개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 낙농학원대학 교수가
반야심경 사경을 시작으로
글과 그림 전각 작품 매진

독학으로 붓글씨 배우면서
부처님가르침 매력에 빠져

8폭병풍에 담아낸 반야심경
홍매 등 33개 작품 선보여

이 세상은 연기법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모든 현상이 서로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기법에 따라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인과 연의 상관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화(書畫)와 전각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원석 류경희 작가는 일본 홋카이도 낙농학원대학 유통학연구실 교수다. 1970년 한국에서 태어난 뒤 일본으로 유학가서 농업경제학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농림수산성, 농협중앙회를 거쳐 올해부터는 낙농학원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농업유통, 특히 FTA 관련 국제무역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는 학자인 류경희 교수가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붓글씨와 그림, 전각 작품 전시회까지 여는 데에도 과거부터 이어져온 수많은 인과 연의 상호작용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류 교수는 어머니와 함께 간 절에서 만난 노보살이 귀엽다며 <반야심경> 사경집을 선물했다고 한다. 일본 유학길에 오르기 직전 날에도 반야심경을 직접 사경한 뒤 수년동안 지갑에 넣어다니며 힘든 유학생활을 이겨냈다. 어릴적부터 한문 공부를 좋아한데다가 한문문화권이자 친불교국가인 일본에서 유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자와 불교에 친숙해졌다. 

불교서적, 특히 반야심경 관련 책을 읽으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반야심경의 가르침이 가슴에 와 닿아 손에 닿는 대로 불교서적을 탐독해 나갔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보자는 어릴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붓을 잡았고, 반야심경을 사경해 나갔다.

독학으로 붓글씨를 썼지만 그가 쏟아 부은 노력과 정성은 남달랐다. 추사 김정희를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 수없이 많은 붓글씨를 써내려갔고, 3년동안 12차례에 걸쳐 대만 고궁박물관을 찾아가 옛 중국의 수많은 문인들이 썼던 다양한 서체를 보고 익혀나갔다. 

“추사 김정희 이후 정체된 우리 서예의 계승과 발전을 테마로 잡은 뒤 ‘전통과 자유의 상생’을 화두로 작품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붓글씨를 배우다보니 불교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서예의 맥을 잇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불교공부에도 소홀할 수가 없어 함께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환희’ 작품.

류 교수는 지난해 경복궁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법련사 불일미술관 현판과 마주쳤다. 자신의 작품 사진을 본 당시 불일미술관 학예실장 여서스님은 그 자리에서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함으로써 지난해 9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여는 영광도 얻었다. 

이어 붓을 구입하러 갔다가 류 교수의 작품을 본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5호 필장(筆匠) 정해창 선생의 제안으로 지난해 11월 한중일 서화전에도 류 교수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오는 6월3일부터 12일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나무갤러리에서 ‘그대와 함께 걷는 길’을 주제로 2번째 개인전을 연다.

조계종 신도 등록을 위해 조계사에 들렀다가 우연히 나무갤러리를 방문한 류 교수의 작품을 본 나무갤러리 관계자가 작품 전시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전시를 위한 처음으로 찾아가 만난 도록과 표구 제작자 또한 조계사와 법련사 청년회 출신이다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제작해줬다고 류 교수는 털어놨다. 이같은 모든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류 교수는 연기법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반야심경을 8폭 병풍에 담아낸 ‘반야심경’ 작품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면 활짝 꽃피는 홍매화를 담아낸 ‘홍매(紅梅)’ 작품 등 33개 작품을 선보인다. 스님이 미소를 머금고 춤을 추는 모습에다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라는 글을 담아낸 ‘환희’ 작품 등 서화와 함께 석가모니부처님을 형상화한 전각 작품인 ‘세존’도 전시한다.

류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이어 불교공부와 반야심경 사경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점과 자신의 작품 등을 담은 책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불교계가 좋은 일을 펼친다면 자신의 작품도 기꺼이 보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사경을 하다보면 번뇌가 사라지고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전통적인 사군자와 현대적인 재해석이 가미된 작품, 불교의 선(禪)적인 색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 전시하게 됐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추구했던 자유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계승했는지, 작품속에 담겨있는 자유로의 통로를 발견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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