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절로 우리절] <18> 부산 혜원정사
[절로절로 우리절] <18> 부산 혜원정사
  • 부산=홍다영 기자
  • 승인 2019.05.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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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웃음소리 함성소리에 조용할 날 없는 사찰”
부산 혜원정사는 공부면 공부, 수행이면 수행, 봉사면 봉사까지 열정적인 활동으로 도심 포교의 모범을 보여 왔다. 사진은 지난해 진행한 여름불교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

신도들 시작과 끝 책임진다…
20년 지켜온 주지 스님 철칙
도심포교 모범도량 ‘원동력’

어린이 청소년 눈높이 포교
혜원문화축제 부산시민 환호
복지포교 SNS전법활동 활발
“부처님 품에서 행복한 삶”

“한 보살님이 다가와 자기를 아느냐고 묻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미안한 마음을 전했죠. 그러자 이 보살님이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 ‘스님께선 잘 모르겠지만 혜원 글짓기 1회 수상자’라고 했습니다. 그때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학교를 그만둘 뻔 했지만, 사찰에서 장학금을 받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사찰에 왔더라구요. 사찰 신도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스님, 바로 혜원 키즈네요’라며 좋아했습니다. 허허.”

얼마 전 사찰 마당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부산 혜원정사 주지 원허스님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20여 년 전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소녀에게 사찰은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혜원정사에는 이런 사연이 넘쳐난다는 것을. 한 번은 불교학생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세배를 하러 왔다. 그 중 낯익은 얼굴들이 있어 스님이 반갑게 맞았더니, 자신도 불교학생회 출신이었단다. 부모의 놀이터가 자연히 자녀의 놀이터가 된 셈이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묘봉산 자락에 위치한 혜원정사는 1975년 쌍계사 방장 고산스님이 폐사처럼 버려진 곳을 다시 일으켜 세워 도심사찰로 만든 곳이다. 이후 1996년께 은사 스님의 부름을 받아 포교 일선에 나선 원허스님이 한결같이 포교를 펼치며 오늘의 혜원정사를 만들었다. 도심포교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혜원정사를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4월 중순 찾아가 보았다.

부산 혜원정사 전경.

“신도들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주지 스님의 철칙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선재어린이집’부터 만난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는 의미로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반대편 건물에는 대학부회, 중고등부회, 어린이회라고 굵은 글씨로 써 붙인 계층별 법회 공간이 있다. 이처럼 혜원정사는 신도들이 부처님 품안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 희망인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며 큰 힘이 돼 주고 있다.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스쿨오브 어택’으로 노래와 춤, 힙합에 관심 있는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며 든든히 지원하고 있다. 2016년 12월엔 속사포 랩퍼이자 불자 가수로 잘 알려진 아웃사이더와 ‘로얄비츠 컴퍼티션’ 페스티벌을 열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역 청소년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불교적 색체도 거의 내세우지 않은 행사여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선재어린이집 원아들을 배웅하는 주지 스님.

매년 백일장과 음악회를 열고 문화로 지역주민들과의 소통도 소중히 여긴다. 올해로 백일장은 22회, 음악회는 18회를 맞을 정도로 연륜이 쌓였다. 매년 6월 둘째 주 토요일 개최하는 혜원문화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행사가 열리는 날엔, 만불전과 육화전 등 주요 전각 마다 글쓰기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청소년기 때 자칫 거칠어 질 수 있는 심성을 글로써 다스려주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공연을 마련해 절을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부처님 정법(正法)을 바르게 배우고 실천하는 ‘핵심 불자’ 양성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혜원불교교육원을 통해서다. 지난 2017년엔 기존 불교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확장한 혜원불교교육원을 개원했다. 평생학습과 시민교육을 표방하는 교육원에서는 초심자를 위한 입문과정과 부처님 생애를 비롯한 기본 교리를 배우는 불교대학, 재가불자로서 전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전법대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탈종교화 시대 불교 포교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시민포럼도 눈여겨 볼만하다. ‘가까이 더 가까이, 전법의 동행’, ‘가족 포교, 우야꼬?’를 주제로 한 시민포럼을 열어 포교 원력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재가불자 지도자상을 구축하고, 시대에 발맞춘 포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 경전강의실, 명상학교, 시민강좌, 선다회 등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불자들의 신행을 돕고 있다.

2005년 복지법인을 만들어 노인복지에도 힘쓰고 있다. 법인에서 일하는 사람만도 100여 명이 된다. 노인들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고 있다. 1년에 1000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복지법인 산하 시니어 클럽을 통해 일자리를 얻어 건강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1993년부터 시작한 경로잔치는 물론이고 지역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반찬 배달도 20년이 넘게 하고 있다.

주지 스님은 페이스북이나 밴드 등 SNS를 활용한 포교에도 열심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좋은 결과를 주기도 합니다. ‘연꽃은 높은 산이나 육지에선 자라지 않고, 낮고 축축한 진흙 속에서 자란다. 그러므로 번뇌의 진흙 속에서 우리는 깨달음의 연꽃을 피워야 한다(유마경)’. 연 밭에 연잎만 무성하고 꽃이 피지 않는 것은 환경과 조건이 너무 좋아 더 이상 번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럴 때 연 밭을 적당히 파헤쳐주면 다음해 가득 피어납니다. 연뿌리에 적당히 상처를 주면 스스로 생명의 위기를 감지하고 번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생기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세상의 질서에 순응할 줄도 아는 마음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스님은 짧지만 여운이 남는 글로 일상에 지친 대중들을 위로한다. 페이스북 친구도 3000명이 넘는다. SNS에 올린 글을 추려 <그 생각, 놓아도 괜찮습니다>라는 책을 내고 따뜻한 격려를 아까지 않는 스님이다.

주지 스님과 차담을 마치고 절을 나설 즈음, 마침 어린이집 원아들이 하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님은 아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교사들을 격려하고 차에 무사히 오를 때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눈높이 포교가 따로 있는 게 아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불교신문3489호/2019년5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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