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에서 펼쳐진 데니스 노블 교수와 도법스님의 대담

남원 실상사를 찾은 데니스 노블교수와 도법스님, 통역과 엄융의 교수 등이 열띤 학술대화를 이끌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가 평생동안 풀지 못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답을 찾기 위해 특별한 여행에 나섰다. 그는 지리산 실상사에 도착했다.

지난 20일 실상사(주지 승묵스님) 설법전에서는 데니스 노블 교수와 도법스님이 함께 ‘시스템생물학과 불교’라는 주제로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다.

노블 교수는 “DNA는 책 속의 알파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DNA가 우리 몸에 있다. 이를 책으로 한다면 대단히 큰 책,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책이 될 것이다. 책의 글자가 책이 아닌 것처럼 유전자가 곧 인간은 아니다. 하나의 분자로서 DNA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DNA는 스스로 협동할 수도 없다. 삶이란 유전자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우리 안의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이다”며 DNA가 우리 몸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원효대사의 시가 이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씨앗에서 열매를 맺는 되풀이 과정과 생명 삶은 같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유전자가 아니다. 내 두뇌가 나도 아니다. 나는 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상호작용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 무아이다. 동양에서는 수 천 년 동안 그와 같은 사고를 해 왔다. 나도 생물학이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철학적 사고와 수행 등을 통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현대과학과 불교이론들이 여러 가지로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노학자의 생물학적 연구와 철학적 사고의 결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법스님은 “83세라는 노령임에도 탐구의 열정이 대단하시다. 존경스럽고, 상대적으로 저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고 죄송스럽기까지 하다”며 “유전자론과 시스템생물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불교와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을 들으면서 제안 한 가지와 질문 한 가지를 하고 싶어졌다. 제안은 유전자이론과 시스템생물학이 회통 내지 화쟁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질문은 시스템이론과 유전자이론을 받아들였을 때 삶의 내용이 어떻게 차이가 나게 되는가”하고 되물었다.

노블 교수는 "화쟁, 좋은 제안이다. 찬성한다. 하지만 유전자이론과 시스템이론이 교류가 안 되고 있다. 질문도 중요한 질문이다. 유전자이론은 진화론부터 출발했다. 21세기 초에 종합적 결론 내면서 큰 오류 범했다. 예를 들면 피부가 한 개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견해로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유전자가 특징을 만들어낸다. 좋고 나쁜 유전자의 구별이 없다. 환경에 따라 잘못된 유전자는 있을 수 있다. 모든 유전자가 우리 몸에서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좋다 나쁘다는 판단 때문에 우생학이 생겨났고, 2차대전에서 나치의 살육근거가 됐다. 사회적으로 큰 파괴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중국 등도 일본에 의해 하류인간 취급을 받았다. 경제에도 영향 미쳤다. 이기적 협력적 구분을 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인간을 본다. 그 결과 이기주의적 태도를 정당화하고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 구조를 형성해간다. 시스템 접근으로 이분법적 존재 아니라는 것 깨닫게 됐다. 지금 경제학자들과 협업을 통해 작업 중이다"며 문제점에 대한 실천도 이야기 했다.

도법스님은 “불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처음은 언제부터인가, 끝은 언제인가? 불교는 무시무종이라 한다. 일반학문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또 일반 학문에서는 근본을 찾고 있다. 불교에서는 근본은 따로 있지 않다고 말한다. 조건생조건멸이 불교의 기본 사고이다. 공이라고 하고 연기라고 하고 중도라고도 한다. 윤회나 죽음은 없다. 변화가 있을 뿐이다. 죽음도 윤회도 없다. 선사들이 말하기를 윤회는 꿈속에는 있고 깨어나 보니 없는 것이라고 했다. 즉 윤회는 없다. 없는 것에 전전긍긍하는 것이고 전도몽상인 것이다. 노블 교수는 어제부터 실상사에 와서 지내고 있다. 오늘 새벽 4시부터 실상사를 안내했는데, 연로함에도 진지하게 탐구하고 터득한 삶의 태도를 무심결에 풍긴다. 감동을 느끼고 놀랍다. 이번 인연으로 우리 안목이 넓어지고 높아지게 됐다”고 평했다.

노블교수와 도법스님의 만남은 BK미디어의 다큐멘터리 'OLD AND WISE' 제작과정에서 이뤄졌다. 노블교수는 실상사 이외에도 삼보사찰과 백양사, 미황사 등을 방문하며 지혜를 찾는다.

데니스 노블교수가 시스템생물학 등 현대과학과 불교의 관련성을 설명하고 있다.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이 데니스 노블교수의 발표를 듣고 논평을 하고 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과 사찰대중 그리고 멀리서 소식을 듣고 찾아온 청중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호응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마을가수 한분이 한영애의 조율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잡았다.

 

행사를 위해 방문한 데니스 노블교수와 엄융의 교수에게 도법스님이 실상사 경내를 안내하며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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