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균 작가 伊서 ‘그믐 몽 결’展

신경균 도예가가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에서 달항아리 파편과 인공지능 최첨단 영상기법의 콜라보를 선보인다.

‘불의 심판’으로 한 작품 탄생
“도자기 깨는 건 ‘선정 예술’로
파편을 흙으로 돌려주는 행위”

인공지능 최첨단 영상기법과
한국 전통도예작업 ‘콜라보’

항아리 파편과 상호작용
‘오감’ 통해 예술작품으로…

하나의 도자기가 태어나기까지는 흙 캐기를 시작으로 점토만들기, 물레작업, 성형과 깎기, 유약 입히기, 그림그리기, 불 때기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각 단계 단계마다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절과 날씨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도자기 예술은 예술가의 삶 그 자체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모든 과정 가운데 불의 심판이 가장 치열하다. 가마 곁에서 사흘 동안 불을 지켜보면서 언제 나무를 더 넣을지 등 순간적인 판단이 치밀해야 하고 굴뚝의 연기 색깔도 수시로 살펴보아야 한다. 불의 심판을 통해 수십 개의 달항아리 가운데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나머지는 실패하거나 예술가에 의해 깨진다. 신경균 도예가는 도자기를 깬다는 것은 “선정의 예술로서 파편들을 흙으로 돌려주는 의도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신경균 도예가는 11일부터 오는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팔라조 모라 갤러리에서 ‘그믐 몽 결(Touch Crescent Moons)’ 전시회를 연다. 유럽문화재단 초대전으로 열리는 이번 ‘그믐 몽 결’ 전시회는 흙으로 환원되는 달항아리 파편들의 꿈을 연장하기 위한 대화형 미디어(Interactive media, 상호작용하는 매체) 설치예술작품으로 선보인다. 

‘한국 전통도예’가 인공지능 최첨단 영상기법과 결합함으로써 관객들이 전시물을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던 기존 방식을 훌쩍 뛰어넘어 관객이 작품과 상호작용을 통해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만나게 된다. 즉, 관객이 달항아리 파편을 보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조각을 만지면 달항아리 제작과정속에 담긴 정보와 결합된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신 작가가 도자기를 만드는 다양한 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오감으로 즐기게 되는 것이다.

파편 조각과 연결된 컴퓨터 시스템에는 최인숙 교수와 로빈 바거 교수가 이끄는 영국 맨체스터 살포드대학 미디어시티팀이 지난해 12월 방한해 신경균 도예가가 달항아리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촬영한 16테라바이트(TB) 분량의 4차원 영상물이 수록돼 있다. 신 도예가의 온 몸에 센서를 붙여 움직임 하나 하나를 데이터화 했으며, 미세한 불가의 빛 변화까지도 최첨단 영상기법을 통해 오롯이 담아냈다.

이는 지난 2017년 영국문화재단 초청으로 맨체스터를 방문한 신경균 도예가의 도자기 제작 시연을 지켜본 최 교수가 사업을 제안하면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최인숙 살포드대학 교수는 “흙과 불, 물, 나무, 철 등 5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도자기 제작과정은 인간에 의한 순수 예술”이라며 “육체와 느낌만으로 아는 지식을 4차 산업혁명의 하이테크 인공지능과 접목해서 새로운 지평으로 더욱 넓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균 도예가는 “달항아리 파편은 부서졌으나 그들도 오랜 시간을 거쳐가며 견디어 낸 과정의 한 부분”이라며 “그 파편들을 이 작품의 인터페이스에 도용하기 위해 흙으로부터 찾아와서, 그믐과 초생의 조각으로 설치해 관객들에게 결을 느끼게 해 주며 미디어의 상호작용을 전달하는 주요한 구성요소로 변신시켰다”고 설명했다.

신경균 도예가의 달항아리 파편이 음악과 영상물로 새롭게 선보였다.

이도다완(井戶茶碗)을 재현한 도예가 고(故) 신정희 선생의 아들인 신경균 도예가는 “도자(陶瓷)의 길이 곧 출가와 수행의 길”이라 여기고 작품 활동에 전념해 온 불자 도예가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서울 아트링크 갤러리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 및 초대전을 수십차례 열었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 대표작가와 부산문화대상(문화예술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환영리셉션장에 신경균 도예가의 백자 달항아리가 전시됐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게 신경균 도예가의 달항아리를 선물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도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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