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배움의 열정만으로 스스로 교실을 찾아와 영어수업을 듣는 캄보디아 학생들의 모습. 선풍기 하나 없는 교실에서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몰두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곳곳에 있다.

캄보디아 따께오주에 위치한 쁘레익따퍼 바라밀초등학교에서는 여전히 우렁찬 소리가 들려옵니다. “I want to…” 꼬부랑글씨가 이제야 익숙해지는 걸까요. 학생들의 배움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그 열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소하고 어렵기만 했던 꼬부랑글씨가 익숙해져 갑니다. 더운 날씨에 선풍기 하나 없는 교실이지만 학생들의 공부열기까지 더해지니,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까지 큰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그동안 이 학생들에게 간절한 배움이었던 걸까요?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배움을 실현할 수 없었던 학생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5개월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아이들은 영어교실을 통해 공부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낀 것 같습니다. 또한 스스로 배움의 이유를 찾아갔습니다.

쁘레익따퍼 바라밀초교 후원아동인 욘 스레이 뻐흐는 이제 자신이 이름을 영어로 쓰고 읽게 됐습니다. 볼 때마다 늘어가는 영어 실력과 호기심을 보고 있자니, 기특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영어수업에 결석 없이 참가하며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꿈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노트에 빼곡히 적힌 영어 문장들과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몰두해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 저희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과 선생님들의 체계적인 수업으로 영어교실은 성공적인 여정을 마칠 수 있게 됐습니다. 5개월이라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길을 열어 주었고, 언어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다고 배움의 열정도 가난한 것은 아닐 테지요. 그저 순수한 배움의 열정만으로 스스로 영어교실을 찾아와 공부를 하며 꿈을 꾸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놓칠세라 칠판을 뚫어져라 보며 받아 적고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꿈을 찾아가는데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집중하고 또 집중했습니다.

이 아이들의 배움의 기회가 과거형이 아닌 진행형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꿈틀거리는 배움의 열정이 가난이라는 굴레 때문에 끊어지지 않기를 말입니다. 후원자분들의 자비행으로 뿌린 씨앗이 발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꽃피는 성장 과정까지 함께 하기를 기약해 보겠습니다.

[불교신문3488호/2019년5월15일자]

조우리 지구촌공생회 캄보디아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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