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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열여섯 살 스님이 일러준 ‘공양간 예의’

“제발 절에 와서 반찬을 남기거나 음식을 마음대로 버리지 말아주세요.”

지난 4월 김천 청암사 승가대학에서 만난 올해 열여섯 살인 원화스님이 “토씨 하나 빠트리지 말고 신문에 가장 크게 내달라”며 한 당부다.

“법회가 열리는 날이면 하수구가 반찬으로 꽉 막혀 물이 안내려가는 걸 자주 봤다”는 스님은 “이른 아침부터 공양 준비하는 스님들과 환경을 생각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드실 만큼만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속에선 중학교에 다닐 나이인 스님이 어머니, 할머니뻘 되는 불자들에게 전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려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순간 ‘오관게’의 의미가 떠올랐다. 공양 전 습관처럼 외운 게송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오관게는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간 많은 이들의 노력, 내 스스로 공양을 받기 부끄러움은 없는지 돌아보고, 깨달음을 위해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공양하겠다는 서원이다. 스님들이 발우공양할 때는 또 어떠한가.

각자 발우에 먹을 만큼만 더는 것은 당연하고, 마지막으로 그릇을 헹군 물까지 모두 마셔 처음 발우를 펼 때 깨끗했던 발우 상태 그대로 공양을 끝낸다. 그래서 불교의 공양은 청결하고 청빈하다. 설거지를 한다고 세제를 펑펑 쓸 일도 없고, 음식이 남아 버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요즘, 불교의 공양법은 어떤 환경운동보다 실천하기 쉽고 가치 있는 전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 틈에 그 의미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원화스님은 “여러 번 떠다 드신다고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데 괜히 스님들 눈치 보는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반찬이 쑥쑥 없어지면 스님들은 ‘불자들이 맛있게 드시니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어린 사미니 스님의 얘기를 듣고, 절에서 공양할 때 욕심껏 음식을 담아와 다 못 먹고 버린 적은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릇에 담는 양을 줄이고, 조금 번거롭더라도 왔다 갔다 하는 편이 지구환경에 더 바람직하다. 당장 이번 법회 때마다 실천한다면 사찰은 물론 우리 사회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불교신문3488호/2019년5월15일자]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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