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뫼 우에 올랐어라.
솟아 퍼지는 아침 햇볕에
풀잎도 번쩍이며
바람은 속삭여라.
그러나 아아 내 몸의 상처받은 맘이어
맘은 오히려 저리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다 느끼면서.

-김소월 시 ‘엄숙’에서


김소월은 시 ‘바리운 몸’에서 “꿈에 울고 일어나/ 들에/ 나와라.// 들에는 소슬비/ 머구리는 울어라./ 풀 그늘 어두운데”라고도 썼다. 아침이 왔지만 꿈속에서 울고 나온 듯 마음에는 어두운 구석이 있다. 그러나 자연의 생명들은 반짝이고, 부드럽고, 활발한 기운으로 살아 있다. 산에 올라 바라본 풍경도 다르지 않다. 넘치듯 높은 활력이 있다.

시인은 홀로 아픈 마음이 있어서 통증을 느끼지만 이내 사람에게 항용 있는 그 엄숙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에게 있는 엄숙은 무엇일까. 정중하고 위엄이 있는 기품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 된 바탕인 이 엄숙에 의해 사람은 고난과 슬픔과 외로움을 의연하게 견뎌내는 것일 테다. 깎아 세운 듯한 산(山) 같은 성품이 있어서 사람은 스스로 고절(孤節)하고 떳떳한 것일 테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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