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불자를 만나다] 함양 서암정사 상림어린이합창단
[새싹불자를 만나다] 함양 서암정사 상림어린이합창단
  • 함양=어현경 기자
  • 승인 2019.05.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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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암정사 환하게 밝히는 꽃이에요"
서암정사 상림어린이합창단원들은 전국 어린이합창단 중에 노래잘하기로 소문났다. 노래실력만큼은 최고를 자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다.

함양읍내 초중등생으로 구성
합창단 활동하며 자신감 키워
“노래실력만큼은 우리가 최고”

자모들 밥 해먹이며 뒷바라지
가족같은 분위기로 ‘공동육아’
“스님 예쁜 단복 입고 싶어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함양 서암정사(주지 금산스님)는 석굴법당과 입적한 원응스님 유작인 금니화엄경필사본으로 유명하다. 해발 400m 높이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올라야지만 겨우 만날 수 있는 산골 사찰에서 벌써 5년 째 어린이합창단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 4월28일 찾아간 사찰은 도심에서도 보기 어려운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신나게 도둑잡기를 하는 아이들이 소문의 주인공이다.

인구 4만도 채 되지 않는데다가 아이들은 더 귀한 함양군에서, 어떻게 산속 깊이 자리한 서암정사는 상림어린이합창단을 만들었을까. 합창단 창립 사연을 물으니 전 주지 법등스님(호주 정법사 주지)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일요일 함양읍내에 나갔다가 삼삼오오 모여 PC방으로 가는 아이들을 본 법등스님은 지역사회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자고 마음을 냈다.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 대신 즐겁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합창단을 떠올렸다. 몇몇 자모들과 함께 합창단 창립의 원력을 세우고, 단원모집에 나섰다. 노래실력보다는 연습에 빠지지 않고 나올 아이들을 찾았다. 종교도 강조하지 않았다. 불자가 아니어도 합창을 하고 싶은 아이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합창단 이름으로 ‘서암정사’를 내세우는 대신 신라시대 최치원이 조성해 유명한 ‘함양 상림’에서 이름을 따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각고의 노력 끝에 함양읍내 초등학생 27명을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상림어린이합창단’이 탄생된 순간이다.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상림어린이합창단 지휘자를 맡고 있는 김보경 씨는 진주와 함양을 오가며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 씨는 “음치라며 걱정했던 아이들도 1~2년간 꾸준히 연습하면 듣는 귀가 열려서 실력이 향상된다”며 “중학교 진학한 애들 중에는 수행평가에서 A를 받기도 하고 성악을 전공해보라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또 “산만했던 애들이 합창연습을 하면서 차분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를 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연습하고, 또 무대에서 성취감을 느끼면서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열린 교육불사 후원법회에서 찬불가를 부른 단원들은 법회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초기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연습하다가, 1년 전부터 수요일 오후7시로 연습일정을 변경했다. 서암정사까지 오가는 시간이 적지 않아 함양읍 포교당인 백암사에 모여서 연습을 한다. 백암사 주지 운경스님이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합창단 운영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꼭 밥을 해주자는 것이었다. 

피자나 치킨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은 간식으로 먹일지 언정 식사시간에는 꼭 밥을 해서 먹였다. 덕분에 자모들이 바빠졌다. 어머니 3명이 한 조를 이뤄 연습 날마다 30인분을 먹일 밥과 반찬을 공수했다. 직장 다니느라 바쁜 자모는 전날 반찬을 미리 해주거나, 퇴근하기 무섭게 와서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 농사를 짓는 자모들은 쌀은 물론 고구마, 사과 등 수확하는 작물을 후원해 아이들을 먹인다.

스님의 따뜻한 후원과 관심, 부모들의 사랑으로 이어온 합창단 활동은 아이들을 변화시켰다. 아이들은 합창단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친구를 사귀며 또 다른 가족을 얻기도 한다.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 함양에 온 정은진(위성초 5)양은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언니랑 오빠, 동생, 이모, 삼촌까지 생겨 가족이 많아졌다”고 좋아했다. 큰 무대에서 서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은 덤이다. 

박희은(함양초 6)양도 “예전에 수업시간에 발표하라고 하면 어색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생겨서 잘 한다”며 “단원들과 제주도, 부산, 서울 등 평소 가기 어려운 곳에 가서 공연하고 새로운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강우진(위성초 6)양은 합창단 하면서 노래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면 애들 노래하는 거 듣는 게 전부였는데, 요새는 제가 먼저 선곡한다”며 “고음도 잘 올라가고 음정도 잘 맞춰서 주변에서도 노래 잘한다고 칭찬 좀 들었다”고 자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용돈주면서 합창단에서 배운 노래 좀 해보라는 말도 자주 한다고 전했다. 

김민아(함양초 6)양은 요새 코인노래방을 자주 가서 인기가수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나름의 연습시간이다. “이모 제안으로 합창단 활동하게 됐는데 친구들이랑 즐겁게 노래 연습하는 것도 좋고,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것도 재밌다”며 즐거워했다.

창립멤버이기도 한 단원들은 자신이 참여하는 합창단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노래 실력으로는 어느 사찰 합창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뿜는다. 결속력도 높다. 학교 합창단 참여를 권유받거나, 이웃 교회에서도 오라고 하는데 그 때마다 아이들은 “상림어린이합창단 활동해야 된다”며 단호히 거절한다고 한다. 

아쉬운 점을 꼽아보라고 하니 승복 같은 합창단복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금 단복도 좋지만, 다른 절 합창단처럼 예쁜 치마 입고 노래 부르고 싶다”는 간절함을 어른들에게 전했다.

자신도 원래 불자가 아니었지만, 합창단 활동으로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양해숙 자모회장은 “합창단 활동하면서 아이들도 성장하지만 부모도 달라졌다”고 했다. 언니, 오빠, 형, 누나, 동생을 만난 아이들은 학교에 가도 서로 챙겨줄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부모들도 처음엔 남으로 출발해 이웃이 됐고 이제는 가족이 됐다고 한다.

강민기(함양초 5) 윤주(함양초 3) 남매가 함께 합창단원으로 활동한다는 조영아 자모회 총무도 합창단 활동이 공동육아의 장이 됐다며 웃었다. “지역사회라 한 집 건너면 아는 사이인데 합창단을 통해 부모들간 신뢰가 쌓여 인간관계도 확장됐다”며 “내 자식, 남의 자식이 이제 우리 자식이 돼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추억을 쌓고 기뻐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우쿨렐레를 연습하는 아이들.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는 상림어린이합창단은 변화에도 직면했다. 창립멤버 7명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새 단원 모집이 화두로 떠올랐다. 오는 10월 창립 5주년 공연도 기획하고 있어 분주하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면 도량에서 뛰어놀아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허허 웃는 주지 금산스님은 “지방사찰일수록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어린이합창단이 사찰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서암정사가 산중 사찰이라 도심사찰처럼 풍족하게 지원해주지 못함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럽다”는 스님은 더 많은 공연기회가 아이들에게 주어지길 희망했다. 또 “종교와 관계없이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었지만 인연이 되면 신행활동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며 “서암정사 외에 지역 사찰에서도 어린이합창단을 창립해 지역사회 어린이들에게 기여하는 동시에 포교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나게 장난치던 아이들이 노래연습을 시작하면 진지해진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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