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특집] 부산 홍법사 천진불들의 야단법석
[부처님오신날 특집] 부산 홍법사 천진불들의 야단법석
  • 신재호 기자
  • 승인 2019.05.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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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리고 더뎌도 발우공양, 예불도 척척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만 뒤쳐져도 달려가 등을 떠밀어서라도 그들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겨루게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 도리인양 여겨지는 것이 요즘 세태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도 전에 일찍이 어린이집을 떼고 유치원과 학원을 보낸다.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줄줄 외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부모들에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나 되냐고 물으면 아마 말문이 쉽게 못 여는 부모들도 꽤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단기출가 시킨다면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여기 부산 홍법사로 단기출가한 5살 보명스님이 있다. 도반들 나이가 5~7세임을 감안하면 나이로는 막내다. 조금 더디고 느리지만 부처님 품안에서 경쟁자가 아닌 도반으로 더블어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홍법사 동자스님들을 만나보았다.

조마조마 위태위태 불안불안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면
동자 스님들 모두 알아서 척척

언제 어디서 동자스님들의 흥겨움이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비 오는 날도 예외는 어니다.

단기출가한 부산 홍법사 동자스님들의 해맑은 모습을 담기위해 야외활동이 많은 날로 일찌감치 취재일정을 잡아 두었다. 그날이 지난 4월29일. 하지만 그날이 가까워질수록 비올 확률과 예상 강우량도 증가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믿는 구석이 있기에 비가 내림에도 취재를 강행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경험치가 쌓일수록 천진불 모습이 그대로 베어 나오는 ‘동자스님은 언제나 옳다’라는 확신이 있다.

동자스님들은 발우공양을 마치는데 꼬박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스님들은 스스로 해결해가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도착하니 실내놀이가 한창이다. 동자스님들은 도반들에게 서로 존칭을 쓰며 스님으로 부르다가도 급할 때는 다양한 말이 튀어나온다. “오빠 그게 아니야” 5살에서 7살까지 10명의 동자스님 가운데에는 5살 비구니스님도 있다. 예고 없이 웃음보를 빵빵 터뜨려 주는 동자승들의 일과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어느덧 점심공양 시간이 되었다. 법사스님의 안내에 따라 이제 제법 익숙한 듯, 한 줄로 공양간으로 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내 우산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가자 흥이 돋기 시작한다. 팔은 하늘로 쭉 펴고 까치발로 걷기도하고, 좌우로 힘껏 우산을 휘저어 보기도 한다. 

이미 공양간에는 천수물과 밥과 국 그리고 반찬통이 끈이 달린 헝겊주머니에 감싸인 채로 줄맞춰 놓여있다. 동자스님들은 제자리를 찾아 앉았지만 여전히 부산스럽다. 법사스님은 동자스님들이 스스로 깨닫고 올바른 자세를 취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준다. 어느 세월에 공양을 마칠까? 무사히 마칠 수는 있는 걸까?

맑은 그 모습, 무엇을 해도 이쁘다.

하지만 기우였다는 것을 이내 보여준다. 동자스님 3명이 법사스님 앞에 줄을 서 합장을 하더니, 먼저 천수물을 발우에 따라주고 밥과 국을 나눠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안전을 위해 앉은 자세로 음식통을 끌면서 나눠준다. 이후 음식을 더 받을 수 있는 가반(加飯)의 순서. 이때 동자스님들은 취향에 따라 꺼리는 음식은 덜어낼 수도 있다. 

이제 비로소 발우공양이 시작된다. 이맘때의 연령은 6개월에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5살의 보명스님은 공양 속도가 더디다. 하지만 이 또한 법사스님이 말없이 끝까지 기다려준다. 그리고 공양을 마치자 흐뭇한 엷은 미소로 바라봐준다. 보명스님은 그렇게 공양시간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하고 있었다.

장삼과 가사를 스스로 수하기는 아무래도 벅차다. 이때는 스님들과 선생님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어진 시간은 천연염색 체험. 아직 염색을 제대로 해보기에는 어리다. 하지만 흰색 티셔츠에 다른 색을 물들이는 과정이, 하루가 지나면 조금 더 부처님 제자다워지는 동자 스님들과 닮아있다. 다음은 본격적인 스님수업이라 할 수 있는 목탁습의 시간. 

곱게 손을 모아 차수를 한 동자 스님부터 목탁을 쥐어준다. 이어 목탁을 치며 부처님께 삼배하고 천진불의 목소리로 반야심경을 봉송한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래도 법사 스님은 습의를 마치면서 당부의 말을 덧붙인다. “도반들의 소리에 귀 기우리며 함께 하셔요.”

동자스님들은 목탁치는 것을 좋아한다. 목탁습의를 맡은 현수스님이 목탁을 먼저 받을, 차수를 이쁘게한 동자스님을 찾고 있다.

주지 심산스님은 이전에 본지 칼럼을 통해 홍법사 동자승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사찰 구석구석을 몰려다니며 시끌벅적하고, 궁금한 것도 말도 탈도 많아 웃음과 울음이 수시로 교차하는 동자승들을 간들간들하게 떨어질락말락하는 상태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곤지랍다’는 말로 이들을 향한 한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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