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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이 전하는 ‘부처님 오신 뜻’]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시비장단 벗어나 본래 마음 바탕으로 살아야 주인공”
  • 해인사=김하영 기자
  • 승인 2019.05.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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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4월 초순에는 미국을 다녀왔다. 조계종 교육원에서 승려연수교육으로 진행한 ‘원각스님과 함께하는 미국 동부 문화기행’에 강사로서 함께 했다. 열흘이나 진행된 강행군이었지만, “살짝 무릎이 아픈 정도”를 제외하고는 방장 스님은 강건해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방장 원각스님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고준하거나 난해하지 않고 근기에 맞춘 가르침, 대기설법(對機說法)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마음을 편하게 했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은 “내가 주인공으로 살면 세상은 소통이 잘 되고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내 욕심 네 욕심 내려놓고 
지혜 모은다면 소통 상생
소통 되면 세상이 잘 돌아
모두 행복해지는 길 열린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부처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서 하신 사자후다. 그 말씀은 내가 왕자니까 다른 사람보다 존귀하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불성 자성 근본본성이 존귀하다는 의미다. 부처나 중생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세상에 선언하신 것이다. 이를 선언하고 삼계의 중생들이 그 불성을 잘 모르고 미혹해 고통을 받으니 내가 이를 깨우쳐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선포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그 원력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설명한 방장 스님은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도 덧붙였다. “부처님은 복과 지혜가 구족하신 분이다. 우리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서 부처님처럼 복을 짓고 지혜를 닦아 복과 지혜가 원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이 원만하려면 복 받을 일을 해야 한다. 봉사를 하거나 보시를 하는 일도 여기에 해당된다. 지혜는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고 참선을 하고 기도를 하고 수행을 하면 원만해진다. 수행으로 내 본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원만한 삶을 살 수 있다. 

복과 지혜가 원만해지는 방법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안 되는 것은 실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셔야 도움이 되듯이 말로만 하면 안 된다. 반드시 실천을 해야 내게 도움이 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를 되새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지만 세상은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최근 들어 한 지상파 방송이 또다시 불교와 종단을 폄훼하면서 생채기를 입혔다.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은 세간의 인심을 반영한다. 방장 스님도 세간의 소리를 알고 있었다. “세상은 많이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그래서 우리 종교와 종교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세상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하는 일에 생긴다면 반성해야 하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도 방장 스님에게 불교는 세상의 희망이다. 한국불교는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부처님 법’과 ‘사찰이 위치한 환경’을 대표로 꼽았다. 사찰이 위치한 곳치고 명당이 아닌 곳이 없고, 미세먼지로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장소이자, 일단 절에 오면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부연이다. 부처님 법은 또 어떠한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세상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거나 명예를 높여서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가면 또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긴다. 부처님의 중도(中道)는 본래의 마음자리로서, 상대로부터 벗어난 자리다. 상대로부터 벗어나 지혜롭게 살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환경과 내가 둘이 아닌 동체대비로 서로 돕고 가꾸게 되니, 세상은 평화롭고 나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처럼 좋은 법과 좋은 환경이 있는데 왜 세상 사람들은 모를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공부하고 정진해야 한다”고 방장 스님은 강조했다. 

방장 스님이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은사 스님 선양사업 때문이다. 전 조계종 종정 혜암스님이 내년이면 탄신 100년을 맞이한다. 혜암스님의 수행 자취를 따르는 순례모임이 결성되고 사상을 되새기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내년까지 사업 일정이 촘촘하다. 상당법어집이 발간되고, 진영이 조성되고, 국제학술세미나도 예고됐다. 혜암스님 선양 사업의 중심에는 방장 스님이 있다. 

일정 챙기기와 참석은 기본이고, 행사 주최자로서 일일이 손을 거든다. 최근 미국으로 순례를 가서 내년에 열리는 국제학술세미나 발제자를 섭외한 일은 여러 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 스님은 평생을 참선하신 분이다. 참선해서 깨달아야 생사 문제가 해결되고 인생 문제가 해결되므로 도(道)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방장 스님은 혜암스님이 은사라는 이유만으로 선양사업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스승의 삶과 사상이 저변에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방장 스님은 “우리 스님은 당신 생활은 철저했지만 다른 이에게는 자상하셨다”고 회고했다. 

“스님은 평소 ‘내 일을 잘하고 내 공부를 잘하는 것이 남을 돕는 일이다’, ‘인연 따라 남을 도우라’, ‘공부하는 사람은 가난하고 고행하는 것을 배우라’고 말씀했다. 그 중에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말씀이 자주 회자되는데, 스님은 ‘공부하다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말씀도 했다. 참으로 죽어야 사는 것이다. 여기서 죽는다는 것은 번뇌 망상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야 지혜가 나온다.” 

방장 스님이 스승을 존경하는 이유는 ‘실천행’ 때문이다. “스님은 말씀으로만 하지 않고 실천하셨다. ‘법은 대승법을 쓰고 행은 소승행으로 하라’고 말씀했다. 법을 펴는데 있어 보살행을 하는 대승법을 써야 하지만, 내 행동은 항상 조심해서 계율을 잘 지키고 위의 있게 거동하는 소승행을 따라야 한다는 말씀이다. 우리가 배울 점이다. 내 행동을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방장 스님에게 안심법문을 청했다. 스님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그곳이 바로 진리다)’라는 경구로 법문을 시작했다. “있는 곳마다 주인공이 되라는 임제스님의 말씀은 내가 주인공이니 너는 객이라는 것이 아니다. 시비장단에서 벗어난 본래의 마음 바탕에서 생활하면 곧 주인공의 삶이다.” 

운문스님이 하루는 제자들에게 ‘보름(15일) 이전에 대해선 묻지 않겠지만, 보름 이후에 대해서 한 마디 일러라’라고 물었다. 제자들이 답하지 못하자 운문스님은 스스로 이르기를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했다. “우리가 주인공의 삶을 살면 ‘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이다.” 

해인사 장경판전 주련에 ‘원각도량하처(圓覺度量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라는 문구가 있다. “깨달음(극락세계)이 어디 있느냐, 나고 죽고 하는 이대로가 극락이고 깨달음의 세계다. 내가 바뀌면, 달라지면 이대로가 극락세계다. 내가 주인공의 삶을 살면 이대로가 극락세계지, 극락을 가야만 극락세계가 아니다.”

방장 스님의 안심법문에는 자신이 본래 지닌 마음바탕을 깨달아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지극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내가 주인공이 되면 펼쳐질 미래에 대해서 스님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내 마음의 근본자리를 깨달아 생활할 때 나도 해탈해 자유롭고 세상도 동체대비로써 잘 사는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내 욕심 네 욕심이 있어 소통이 안 되는 것이지, 내 욕심 네 욕심을 내려놓고 본래의 마음 바탕에서 지혜를 모은다면 상생이 되고 소통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국가든 개인이든 소통이 잘 돼야 건강합니다. 피도 잘 돌아야 건강하고, 물도 잘 흘러야 깨끗하고, 돈도 잘 돌아야 경제가 건전하듯이 잘 돌아야 합니다. 잘 돌려면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살 길이 열립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 법을 잘 깨달아 세상사람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원합니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해인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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