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만 바라보지 말고 부처님 가르침을 경험하라”

 

법륜스님은 부처님 사진만 봐도 무릎이 절로 꿇리는 경지가 되려면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을 경험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나 먼저 부처님 가르침으로
자유와 행복을 얻어야 한다 
내가 먹어보고 맛있어야 
남에게도 먹어보라 권하지… 
내가 먹어보지 않은 약을 
좋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

법륜스님에게 부처님오신날은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이 무엇인지 묻자 스님은 부처님의 일생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람은 왜 괴로울까’, ‘사람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없을까’ 고민하던 왕자는 수행자를 본 후 결국 출가해 6년간 정진하다가 중도의 길을 발견하고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뤘다. 

“정각이 무엇인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정각을 이룬 결과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 그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자유를 불교용어로 ‘해탈’이라 하고, 행복은 ‘열반’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이를 스스로 증득하고 안온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세상 사람을 둘러봤더니 아직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처럼 괴로워했기 때문에 그들을 깨어나게 하겠다고 전법의 길을 떠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경구인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부처님의 일생을 압축한 것이라는 법륜스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 세상에 태어난 어떤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우리에게 스스로 보여주고 누구나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부처님이 오신 뜻”이라고 말했다. 

부처님이 발견하신 중도(中道)를 우리도 알면 자유와 행복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중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법륜스님은 “중도는 둘 다 버린 제3의 길”이라고 요약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력은 욕구다. 욕구를 충족하면 만족감을 느끼는데 우리는 이를 행복이라고 여긴다. 이를 추구하는 철학을 쾌락주의라 한다. 하지만 욕망은 끝이 없다. 충족되지 않으니 아예 욕구를 억제하자는 쪽이 생겼다. 고행주의다. 부처님은 두 가지를 모두 겪으셨다. 하지만 둘 다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 때 부처님은 욕구를 따라가거나 억제하는 건 정반대의 대응인데도 둘 다 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욕구가 생기니 갈거냐 말거냐, 방식만 다를 뿐이다. 부처님은 욕구에 반응하지 않고, 따라가지도 억제하지도 않고, 다만 욕구가 일어났다고 알아차렸다. 이것이 바로 수행의 핵심인 ‘알아차림’이다.”

중도의 이치를 알았다고 자유와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건 분명 아니다. 스님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주행연습을 하듯이 수행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한두 번 해보고 어렵다고 포기하면 평생 자동차 운전은 할 수 없다. 법륜스님은 수행을 잘하려면 “이치를 바르게 알고, 꾸준히 연습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부처님은 세상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도, 그 길을 가는 방법도 모두 가르치셨다. 그런데 왜 세상 사람들은 불교에 무관심하거나 도리어 걱정하고 있을까. 법륜스님은 현재 한국불교를 포함해 대부분 종교가 추구하는 행복의 방식을 쾌락주의라고 설명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원하는 것을 이루면 된다는 것이다. 취직을 못해서, 결혼을 못해서 괴롭다고 하면 부처님께 빌면 된다고 한다. 

법륜스님은 “옛날 사람들에게는 복을 비는 기복이 통했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 해봐야 통하지 않는다”며 “붓다의 본래 가르침은 이런 의미의 종교라고 할 수 없다. 욕구를 알아차려 그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괴로움이 없는 경지로 가는 것이 불교”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무관심이나 염려는 쾌락주의 가치관을 가진 종교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 스님의 진단이다. 유럽 기독교의 쇠퇴도 비근한 예다. 

“자신이 먼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자유와 행복을 얻어야 한다. 내가 먹어보고 맛있어야 남에게도 먹으라고 권하지, 먹어보지도 않고 남에게 맛있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먹어보지 않은 약을 좋다고, 이 약 먹으면 낫는다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법이 진짜 좋은지 자신이 먼저 해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아픈 사람에게 전한다면 전하는 것 자체에 큰 힘이 실리고 신뢰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륜스님은 미래사회에 가장 각광받고 전도유망한 직종으로 불교를 꼽았다. 스님은 “미래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미래사회는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바뀌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므로 미래사회는 ‘적응력’이 필수다. 어떤 사회가 오든지 적응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는데,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기술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적응력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수행’이다. 

“어떤 사회가 와도 자유자재로 될 수 있는 게 수행이다. 비 오지 말라고 하면 안 내리고 비가 오라면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다니고 날이 맑으면 또 그에 맞춰 하면 되는 것이 해탈이다. 불교의 이상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므로, 불교 혹은 수행은 미래사회에 굉장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래에 가장 유망한 직종 중 하나는 불법을 통해 사람들의 고뇌를 상담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스님은 복을 비는 종교는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불교와 세상을 가깝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 50만명에 누적조회수가 5억4000만 뷰를 넘는다는 사실로 증명된다(5월3일 기준). 부처님의 가르침은 문답에서 나왔다. ‘선문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불교도 묻고 답하며 가르침을 전하는 게 일상이었다. 가장 불교다운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즉문즉설’을 보면, 지금 세상이 가장 고통을 호소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법륜스님은 개인적인 질문이 85%를 차지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사회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취직을 못하거나 직장상사와의 마찰 등은 개인문제이지만 사회문제로도 볼 수 있다. 스님은 ‘차별’과 ‘불공정’, ‘평화’와 관련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는 불교가 세상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을 절에 오게 할지 질문을 받는다. 그 발상부터 잘못 됐다.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절에 와야 하는가. 그들이 필요한 걸 해주면 올 것이고,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없이도 잘 살면 놔두면 되고, 대화해보고 힘들어하는 게 있으면 그걸 해결해주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모여들 것이 아닌가. 모으는데 목적을 두지 마라. 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우리가 해주면 된다.”

불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을 묻자 법륜스님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불자들은 스님 생각, 절 생각, 부처님 생각을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다 먼저 자신이 불법을 통해 삶의 자유와 행복을 경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 불교의 새로운 진로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위대함은 무조건 믿거나 책을 본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내가 경험해야 부처님의 위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처님 사진만 봐도 무릎이 절로 꿇어집니다. 직접 부처님 가르침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정법의 가장 큰 파워입니다.” 

■ 법륜스님은…

법륜스님은 많은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세상에 명망이 높다. 굳이 표현하자면 평화운동가이자 구호활동가, 사상가로 소개할 수 있다. 1988년 불교수행단체인 ‘정토회’와 환경단체 ‘에코붓다’를 창립하고, 1996년에는 국내외 구호활동을 전개하는 ‘JTS’, 국제인권운동을 위한 ‘좋은벗들’을 각각 설립했다. 2004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재단’을 세웠다. 스님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된 ‘즉문즉설’은 2002년 시작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평화재단 이사장, 정토회 지도법사가 스님의 공식 직함. 저서로는 <금강경강의> <인간붓다> <스님의 주례사> <행복> 등 50편이 넘는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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