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특집] 희망의 빛 쏘아올린 전남대 불교학생회

스님과 불자들의 관심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불교 학생회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전남대 불교 학생회 회원들이 함께 모여 간식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간식행사는 송광사 불일불교대학 6기 졸업생으로 구성된 ‘청춘불사’ 회원들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지난 3월 말, 전남대학교 대학생불교학생회(이하 대불련) 소식이 들렸다. 올해 신입 법우가 60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대학교 종교동아리가 전체적으로 오랜 침체기를 걷고 있는데 ‘설마’했다. 동아리방을 리모델링하고 입소식 하던 날,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실제 상황이었다.

짐 쌓인 창고같던 동아리방
‘마음쉬는 카페’ 분위기 전환
올해 신입 법우만도 70여 명

송광사 교무국장 정응스님
가진 것 모두 다 내어주고
주변 스님들 찾아가 권선도

송광사 불일불교大 졸업생
중간고사 기간 푸짐한 간식

법회 신행활동 수행도 ‘활발’

학생회관에 자리한 불교 동아리 방은 분위기 좋은 카페였다. 동아리방 이름도 새로 지었다. ‘마음 쉬는 곳’. 입구에 달린 서각 현판이 멋스럽다. 송광사 승가대학에서 서예를 지도하는 가청 이정숙선생이 쓰고 전문 서각가가 각을 했다고 한다.

3~4평 남직한 동아리방은 창가 정갈한 곳에 불단을 마련했다. 아담한 크기의 관음보살이 반긴다. 여기에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도 주황색으로 색다르다. 천장에는 간접 조명까지 넣어 명상센터에 들어선듯하다. 한쪽에선 캡슐전문 커피머신에서 연신 커피 향을 품어낸다.

“지난해 10월 동아리 방을 찾고 보니 물건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창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승합차로 쓰레기를 3번이나 실어냈으니까요.” 올해 대불련 신입 법우 모집을 진두지휘한 지도법사 정응스님(송광사 포교국장)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이 담기듯이 동아리방을 마음 쉬는 도량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회고했다.

전남대 대불련에서 일어난 기적은 정응스님이 우연히 대불련 소식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가을, 스님은 송광사 불일불교대학 개설 차 광주 자비신행회를 찾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대불련에 등록된 법우가 5명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나마 활동하는 법우는 회장 1명으로 근근이 맥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불련 활성화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전남대 대불련 동아리방을 찾은 정응스님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어줬다. 주변 스님들을 찾아가 권선도 했다. 이렇게 모은 400만원으로 창고에 불과하던 동아리방을 ‘마음 쉬는 곳’ 카페로 리모델링했던 것이다. 동아리방을 정리하고 편히 쉬고 싶은 법우들이 모였다.

어렵게 대불련 맥을 이어오던 김승희 회장(영문과 2)은 “불교에 관심 없던 친구들도 동아리방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며 “앞으로 템플스테이, 봉사활동, 사찰순례 등 다양한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70명에 가까운 새로운 법우들은 대부분 종교가 없거나 이웃 종교인이다. 이제 대불련은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 증심사와 템플스테이 MOU를 체결했다. 증심사 템플스테이에 대불련 법우뿐 아니라 친구들도 참여토록하고, 사찰은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5월 초엔 자비신행회와 봉사활동 MOU를 맺고 자비신행회에서 매달 운영하는 소원우체통 배달부가 돼 봉사할 예정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난 4월29일 전남대 대불련 회원들과 ‘청춘불사’ 회원들이 빚고을 관등회 제등행렬에 참가할 연등을 만들고 있다.

지난 4월29일, 또다시 찾은 전남대 학생회관이 북적거렸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불련 법우들이 밝힐 연등을 만들기 위해 공간이 넓은 총학생회실을 빌렸다. 이날 연등 만들기에는 대불련 법우뿐 아니라 대학생 자녀가 있는 불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송광사 불일불교대학 졸업생들이다. 전남대 대불련이 변화하는데 숨은 공인이기도 하다.

올해 불일불교대학을 졸업한 6기 불자들은 정응스님을 도와 대불련 활성화에 함께 하고 있다. 불일불교대 6기 박찬종(광주 문흥동, 사업)회장은 “전남대 동아리 모집기간에 대불련은 30명만 모여도 성공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많이 지원해 놀랍고 기쁘다”며 “젊은 불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젊은 불자 포교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박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불사라는 뜻의 ‘청춘불사’ 모임을 결성했다. 회원도 10여 명에 이른다. 매달 회비를 모아 대불련 법우들의 간식을 비롯한 뒷바라지를 맡고 있다.

지난달 중간고사 때도 시험 시작하기 전날과 시험 중간에 간식을 들고 전남대를 찾았다. 분수대 잔디밭에 통닭, 피자, 빵, 음료수를 풀어놓고 시험에 지친 대불련 법우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대불련 법우와 친구들이 함께 했다. 이처럼 요즘 대불련 법우들은 어깨를 으쓱이고, 친구들은 부러워한다. 불교를 말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포교 현장이었다.

그렇다고 불교학생회가 친목만 앞세우고 부처님 가르침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불련 김다정(심리학과 2) 부회장은 “법우들이 불교를 바르게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있다”고 소개한다. 먼저 대불련은 중단된 정기법회를 준비 중이다. 5월부터 지도법사 정응스님을 법사로 매주 법회를 겸한 ‘스님과의 차담’을 갖는다. 또한 대불련 법우들은 자비신행회에서 진행하는 불일불교대학 강의를 청강할 수 있도록 했다. 정기적인 사찰순례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같은 전남대 대불련의 변화는 타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김해 불교학생회에서 정응스님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스님은 ‘마음 쉬는 곳’ 서각작품을 전달하고 법문을 약속했다. 전북대 대불련 동문회도 SNS를 통해 전남대 대불련 소식을 공유했다. 대불련 법우들에게 ‘관심’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고 후배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올해 초, 전남대에서 불기 시작한 대불련의 활기가 훨훨 전국으로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

전남대 불교학생회 동아리 방 현판. ‘마음 쉬는 곳’. 송광사승가대학에서 서예를 지도하는 가청 이정숙 선생이 쓰고 전문 서각가가 각을 했다고 한다.
■ 전남대 불교학생회는...

1960년 전남대 의대 불교학생회로 시작해 전남대 불교학생회로 확대됐다. 1980년 광주 5.18이후 민주화운동의 주역이기도 했던 전남대 대불련은 2001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총동문회를 결집해 700여 명에 이르는 동문 주소록을 작성했다. 1990년대 IMF와 함께 사회가 전반적으로 주춤하면서 종교동아리가 침체기를 맞았지만, 최근 67명의 신입회원을 모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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