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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이 더불어 살아요…연등마다 간절한 마음”[부처님오신날 특집]스리랑카이주민들의 쉼터 ‘마하위하라 사원’의 부처님오신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정성스럽게 연등을 만들고 있는 스리랑카 이주민 불자들의 모습. 이들이 만드는 봉축 연등엔 차별 없이 자신들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한국 사람들 저변에 깔린
외국인 향한 선입견 편견
“피부색 다르고 가난해도
마음만큼은 부자랍니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기 꺼려하는 어려운 산업 현장에서부터 유학생, 결혼 이주자까지 법무부에서 발표한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이미 국내에 들어온 이주민은 2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중 대표적인 불교국가인 스리랑카 이주민들은 3만 명에 달한다. 이들을 위한 변변치 않은 시설하나 없는 가운데 묵묵히 이주민 불자들의 심리적 쉼터가 되고 있는 아산 마하위하라 사원을 지난 4월28일 찾았다. 

한국의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과 ‘웨삭데이(Vesak Day, 음력 4월15일)’로 불리는 남방불교 최대의 명절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들에게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들어봤다. 대부분의 봉축 준비는 개원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는 아산 도량이 아닌 차로 10여 분 거리에 떨어진 평택 도량에서 진행됐다.

오전 9시가 되자 사원에 스리랑카 이주민 불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오랜만에 서로를 만나 왁자지껄 반갑게 안부를 묻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도량에 퍼졌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 어눌하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퍽 정겹다. 30여 명의 이주민들이 이날 모인 이유는 바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 공양을 하기 위해서다.

‘금강산도 식후경’ 오전 연등 작업이 마무리되고 점심 공양을 하고 있는 스리랑카 이주민 불자들의 모습. 공양주 보살이 없는 마하위하라 사원에선 점심 공양도 모두 이주민 불자들이 직접 준비한다.

오전 10시.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법당에선 법회가 봉행됐다. 여법하게 법회를 마친 이들은 다른 한 편 마련된 공간에서 스리랑카 전통등인 ‘팔각등’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시중 불교용품 점에서 사도 될 법 하지만 직접 나무 막대기를 칼로 다듬어 정성스럽게 팔각등 ‘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대가 완성되면 그 위에 천을 바르는 작업이 이어졌다.

한참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하사랑가(33) 씨가 “이쁘죠”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10여 년 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왔다는 하사랑가 씨. 지금은 주한 스리랑카 대사관에서 일을 하고 있다. 2014년 마하위하라 사원 평택 도량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함께 해왔다는 그녀는 서울에서 일요일마다 이곳에 와서 심신의 위안을 되찾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한국 생활에 익숙할 법도 하지만, 그녀에겐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 바로 한국 사회에 저변에 깔려 있는 편견과 선입견이다. 

“얼굴 생김새나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은 유리벽을 쳐 놓은 사람들을 마주할 때 힘들죠. 또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물론 물질적으론 가난할 수 있지만, 마음까지 가난한 것은 아닌데…. 부처님 법을 믿고 따르고 행하는 똑같은 불자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만들고 있는 연등엔 이주민을 바라보는 불필요한 인식들이 사라졌으면 하는 서원이 담겨있었다.

오전 11시20분이 되자 도량이 더 북적북적하다. 오전 작업이 마무리되고 점심 공양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공양주 보살이 없는 마하위하라 사원에선 점심 공양도 모두 이주민 불자들이 직접 준비한다. 

마하위하라 사원은 스리랑카 이주민 불자들이 심신의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마하위하라 사원에서 법회를 봉행하고 있는 스리랑카 이주민 불자들의 모습.

오후 불식을 하는 남방 불교 스님들에게 정오 이전에 공양을 올리고자 이주민 불자들의 발길은 더 분주했다. 스님들이 공양을 끝마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숟가락은 든다. 이날 메뉴는 스리랑카 전통 카레. 정갈한 밑반찬까지 준비됐다.

“밥 얼른 먹어요.” 공양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던 니산타(38) 씨가 기자에게 그릇을 내밀었다. 그 인연으로 점심을 같이 먹은 니산타 씨는 4년 전 한국에 왔다고 한다. 평택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는 4살 된 아들과 2살배기 딸,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스리랑카에 남겨둔 채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주중 내내 고된 업무에 시달리지만 고국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무엇보다 신행활동을 하며 고향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마하위하라 사원은 큰 힘이 된다. 그에게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바라는 점이 있냐고 물었다. 당연히 ‘가족들의 평안과 안녕, 또는 물질적 여유’를 말할 줄 알았지만, 그는 “아산에 새로 만드는 마하위하라 사원의 운영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답을 했다.

“우리 스리랑카 사람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마하위하라 사원이 아산에 새로 만들어져요. 지금 여긴(평택 도량) 컨테이너 건물이지만 거긴 진짜 정식 건물이죠. 스리랑카 전통 탑인 다고바(Dagoba)도 있어요. 곧 있으면 부처님 점안식을 하게 되는데 최초의 스리랑카 사원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사실 마하위하라 사원 아산 도량은 최근 마을 주민들과 예기치 못한 오해로 인해 공사가 계속 지연됐었다. 지금은 오해를 풀어가는 중이며 오는 5월19일 웨삭데이 기념법회와 함께 정식 개원식을 봉행할 예정이다. 

“한국 사람들도 다른 나라 절이라고 이상하게 보지 말고 관심 가져줬으면 해요. 최근엔 부처님한테 매일매일 마하위하라 사원이 번창하길 빌고 있죠.” 서툰 한국말이었지만 분명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도 든든하게 먹고 난 뒤, 다시 연등 작업을 2시간 여 지속했다. 이날 모든 작업이 완료되진 못했지만 얼추 연등행렬 때 사용할 연등을 완성시켰다. 취재를 마치고 사원을 나서는데 “종로에서 열리는 연등행렬 날 만나요. 그리고 꼭 자주 놀러 와요”라며 이주민 불자들이 손을 흔들었다. 비록 생김새 말투 피부색은 달랐지만, 순수한 그 웃음에서 똑같은 불제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불자…열린 마음으로 봐주세요 제발~”

■ 한국-스리랑카 마하위하라 사원 주지 담마끼띠스님

담마끼띠스님<사진>이 스리랑카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돕기 위해 마하위하라 사원을 건립한 것은 지난 2014년. 결정적인 계기는 “주변을 둘러보면 이웃종교의 십자가만 보이고, 사찰은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은 기독교 국가 아니냐”는 한 이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다. 이들을 위해 담마끼띠스님은 제일 싸고 싼 땅을 골라 지금은 평택 마하위하라 사원을 만들었다.

이제 많은 불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으로 충남 아산에 번듯한 도량이 개원을 앞두고 있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주민들이 많이 모이면 시끄럽다”는 이유로 마을 주민들이 사원 건립에 반대하면서 건립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원만하게 해결 중이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스님은 “스리랑카 이주민만 3만 명, 마하위하라 사원을 찾는 이들만 50개 지역에 1000여 명이 넘는 상황에서 한국생활에 적응을 위해 심리적 안정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며 “아울러 스리랑카 이주민들의 생활지원 프로그램과 한국-스리랑카의 깊은 문화 교류를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방문하게 된 한국과 대승불교의 매력에 빠져 이제 한국인으로 귀화까지 한 담마끼띠스님. 스님은 갈수록 이주민들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는 결국 ‘불교’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100명이라고 본다면 그 중 불자는 70~80명에 달합니다. 이주민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 불교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로 소통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자리를 자주 만들어줬음 좋겠습니다. 차별에서 벗어나 평등하게 대하라는 것이 결국 부처님오신날 의미 아닐까요.”

담마끼띠스님은 마하위하라 아산 도량이 개원하면 본격적으로 한국인들을 위한 초기불교 강좌와 위빠사나 명상프로그램, 이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등을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소망을 밝혔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똑같이 불법을 배우는 불제자입니다. 한국 국민들과 불자들이 조금이나마 열린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아산=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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