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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바로 보면 날마다 부처님오신날”[부처님오신날 특집] ‘법화림’ 재가불자 수행공동체
법화선사(法華禪寺)는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외딴 절이다. 사방이 궁벽한 논밭이고 야산이다. 다만 스님들이 아닌 재가불자들이 모여 수행공동체를 이뤘다는 점에서는 특별한 절이다. 공동체의 이름은 ‘법화림(法華林).’ ‘한 사람 한 사람이 진리의 꽃, 법화(法華)들’이라는 자부심이 함축된 이름이다. 함께 먹고 자면서 종단의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수행한다. 최근 한국불교의 큰 스승 법정스님의 상좌이자 서울 길상사 주지를 지낸 덕현스님의 신간 <잔년(殘年)>을 접하면서 법화림의 존재를 알게 됐다. 부처님오신날을 보름쯤 앞둔 지난 4월26일 그들의 삶이 궁금해 직접 찾았다.

 

수행공동체 ‘법화림’을 이끌어가고 있는 덕현스님(오른쪽)과 재가불자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원래는 경북 봉화에 있는 ‘법화도량’이 본거지였다. 덕현스님이 2011년에 여기에 터를 잡았다. 법정스님을 따르고 덕현스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이제는 세속을 떨쳐버리고 완전한 수도승이 되어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법화림이다. 법화선사는 2년 뒤인 2013년에 세워졌다. 법정스님이 창건한 서울 길상사 신도였던 인근의 농장주가 땅을 흔쾌히 내놓았다. 여남은 명의 불자들이 법화선사에 산다. 절에 상주하는 사람들은 절친한 도반지간이다.

스님처럼 생활하며
함께 간화선 수행
친절한 ‘독참’으로
마음공부 수시로 점검

“인생 최고의 행복은
마음 깨달아 잘 쓰는 것“

새벽 4시부터 함께 예불하고 수행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잔다. 머리를 기르고 승복을 입지 않다는 점만 제외하면 승가의 풍경과 일치한다. 자기가 먹을 식량은 손수 농사 지어먹는 자급자족 시스템이 갖춰졌다. 서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돈을 내놓으며 살림을 꾸려간다는 ‘자율보시’의 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공동체이지만 사람을 얽매지도 않는다. 

생활규칙인 청규에 의거하면, ‘대중의 생활과 정진을 방해하지 않고, 도반들과 화합을 이루고 조화를 기하는 것’ 정도만 지키면 된다. 주인도 따로 없다. 덕현스님은 지도법사일뿐 수장은 아니다. 도시에 적을 두되 수시로 오가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50명이 넘는다. 매년 부처님오신날마다 여는 음악회에는 200명 가까이 모인다. 그야말로 열린 공동체다. 얼굴 표정들이 하나같이 편안하고 따스하다.

나종필(법명 도월) 최유미(법명 동산) 부부는 1963년생 동갑내기다. 1년 전 법화선사에 정착했다. 도시에서 함께 입시학원을 운영하다가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절에 들어왔다. 참선은 최 씨가 먼저 시작했다. 길상사 철야참선정진에 참가했다가 음성에 쉬기 좋은 절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아내를 따라 간화선 수행에 나선 나 씨도 반쯤은 출가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정확히 말하면 대학으로 우겨넣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배우는 것은 수없이 많은데 정작 알아야 할 것은 모르는 10대들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보았다. 대학진학은 인생의 여러 선택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대학진학만이 정도(正道)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처지가 양심에 찔렸다. 오직 수행에 전념하기로 했다.

아들인 나보원 씨도 법화림의 일원이다. 대학에 가지 않았다. 법화림이 일종의 대안학교인 셈이다. 물론 생업을 포기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단이고 떨치기 힘든 공포다. 하지만 최 씨는 “1년이 지나니 이제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걸 깨달았다면 걱정하지 마라. 나머지는 저절로 다 해결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실감한다고 했다. 결국은 남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싶어서, 대학에도 가고 취업도 하고 사업도 하는 것이다. 법화림에서는 도시에서처럼 다투고 눈치 볼 일이 없으니, 많이 가지지 않아도 된다. “가진 게 없으면 걱정도 없다. 정말이다.”

김미영(법명 안월ㆍ38세) 씨와 최준혁(법명 함월ㆍ35세) 씨는 법화림에서 같이 화두를 들다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김 씨는 본래는 절 수행을 했었는데 크게 효과를 느끼지 못하던 와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덕현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물고기가 물에 있으면서 물고기를 찾는구나’라는 말에 귀가 열려 법화림을 찾았고 나중에 최 씨를 알았다. 

‘같이 살아가는 부부’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부부’라는 정체성을 결코 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최 씨는 소방관 시험에 합격해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도 법화선사를 자주 찾아 마음을 다스리고 본분에 충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동생인 김민(33세) 씨는 조계종립 동국대를 졸업했다. 누나처럼 덕현스님의 법문 동영상에 마음이 끌려 법화림에 빠져들었다. 젊은 층에게 유튜브 포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는 대목이다. 또한 청년들이 마음의 평화를 얼마나 갈구하는지도, 수행을 인생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로 여기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법화림 사람들은 모두 순수해보였고 평안해 보였다. 이런 사람들이 어울려서 만들어가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하지만 마음에 맞는 좋은 친구들을 사귀자고 이 시골까지 발길을 들여놓은 것은 아니다. 이들의 목표는 결국 개인 각자의 깨달음이다. 

총무 역할을 맡고 있는 ‘주월(법명)’ 씨는 다재다능한 여성이다. 주위에서 “글도 잘 쓰고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잘 한다”며 칭찬이 자자한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다. 정작 자신은 “마음이 정처 없이 헤매느라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공부를 마지막 돌파구로 삼아 법화선사에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독참(獨參)’의 활성화가 법화림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독참이란 스승이 제자의 수행을 1:1로 점검해주는 일을 가리킨다. 실제로 음성과 봉화를 오가며 사람들을 지도하고 있는 덕현스님의 수첩에는 그날그날 ‘독참(獨參)’ 일정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인생의 말 못할 사연과 적나라한 문제까지 쏟아내고 어루만지는 시간이다. 친절하고 세밀한 독참 속에서 공부가 빨라지고 삶의 의미도 명확해진다.

“스님, 아는 것이란 힘입니까 독입니까?” “아는 걸 잘 쓰셔야죠.” “모르는 건 약입니까 독입니까?” “독도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죠.” “저는 이거 먹으니까 개운하네요. 대추차를 마시니까.” “예, 그렇게 약이 되시니까 좋네요. 자, 가서 쉬시자고요.” 

독참이 끝나면 다시 참선이다. 오전 오후 2시간 이상 중앙 법당인 자성천불전(自性千佛殿)에서 가부좌를 튼다. 숨소리마저 미안한 적막이 이들을 감싼다. 마음을 관찰하는 마음. 법정스님이 좋아했던 ‘텅 빈 충만’이라 표현할 만하다.

법화선사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으레 ‘불현절(佛現節)’이라 부른다. 우주에 두루 비치며 항상 영원한 ‘광대무변(廣大無變)’의 진리인 부처님을, 온다거니 간다거니 표현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오셨다면, 그저 어떤 모습을 빌려 잠깐 화현(化現)할 뿐이고 그리고 그 ‘어떤 모습’이란 열심히 수행하는 우리들 자신이라는 의미가 내재됐다. 

덕현스님은 “마음을 바로 보면 날마다 부처님오신날”이라며 부처님오신날의 참뜻을 정리했다. 문명과 멀찍이 떨어져 있으니 아무래도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부처님처럼 살아간다면 우리가 바로 부처님이라고 믿는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음성=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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