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용문사에 가면 14년째 노래하는 가수가 있다
양평 용문사에 가면 14년째 노래하는 가수가 있다
  • 양평=박인탁 기자
  • 승인 2019.05.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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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특집] 기부문화 확산 앞장서는 이동해 나눔가수
나눔가수 이동해 씨가 지난 4월21일 양평 용문사 경내에서 ‘사랑더하기’ 공연을 펼쳤다.

양평 용문사 상설공연장서
매주 일요일마다 자선공연

공연 통해 2억여 원 모금해
어르신과 장애인 학생 위해
실버카 휠체어 장학금 전달

양평서 기부 1억원 첫 돌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등록

“새롭게 공연장 만든 만큼
10년 더 공연 이어가겠다”

양평 용문산 자락에 위치한 용문사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로 인해 가을에 찾기 좋은 절로 유명하지만 봄 정취를 즐기기에도 제격인 천년고찰이다. 지난 4월21일 오후에도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을 향하는 불자와 참배객, 등산객들로 넘쳐났다. 우리 국민 모두의 숨을 턱 막히게 했던 미세먼지가 싹 사라진 화창한 봄날에다가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하는 탐방로 곳곳에 봄꽃과 새싹이 피어났다. 간간이 불어오는 봄바람과 새소리, 시원한 계곡물 소리까지 더해짐으로써 청량감을 더했다.

일주문을 지나 두번째 다리를 건너자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건 없을걸/ 사랑받는 그 순간보다/ 흐뭇한건 없을걸….” 세시봉 가수 김세환 씨가 불렀던 노래 ‘사랑하는 마음’이다. 참배객들의 귀와 눈은 자연스레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했고, 입은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상설 공연장 앞에 이르는 참배객들은 ‘나눔가수 이동해의 14년차 사랑더하기’라는 현수막을 보고서야 이 노랫소리의 정체를 알게 됐다. 참배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노랫소리를 외면한 채 성급하게 갈 길을 재촉하는 이들부터 발걸음 속도를 늦추고는 노래를 들으며 모금함에 기부하기도 했다. 공연장 앞에 설치된 10개 남짓한 야외 벤치와 큰 돌 위에 잠시 앉아 공연을 즐기거나 지인들끼리 함께 춤을 추고 박수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공연장은 야외 7080 라이브 카페가 됐고 가수 이동해 씨는 세시봉 DJ 겸 가수가 돼 참배객들과 소통했다. “보고 싶은 거 볼 수 있고, 가고 싶은 데 마음껏 갈 수 있으면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반대로 아파서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면, 그것은 분명 불행입니다. 이렇게 멋진 풍광 속에서 제 노래를 즐기고 있다면 분명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혹시나 행복하지 않을 때에는 여기로 다시 오세요. 제가 노래를 들려드리며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나눔가수 이동해 씨는 지난 2006년 10월부터 용문사에서 자선공연 ‘사랑더하기’를 펼쳐오고 있다. 한국항공대 밴드 ‘활주로’ 보컬 출신으로 라이브 가수로도 활약했던 이 씨는 당시 용문사 부주지 보인스님(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에게 매주 주말마다 용문사에서 나눔 실천을 위한 자선공연을 펼치고 싶다고 요청했다. “언제까지 할 계획이냐”는 스님의 질문에 “시작하면 최소한 10년은 하겠다”고 장담하자 보인스님은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10년 목표는 이미 훌쩍 지났다. 벌써 14년째다. 지난해 태풍으로 인해 공연장이 무너져 내리자 많은 이들이 양평군청에 민원을 제기해 새로운 공연장도 얻었다. 이 씨는 최소한 10년은 더 노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 씨의 사랑더하기 공연은 3월 중순부터 첫눈이 올 때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 열린다. 추석 때는 연휴 기간 내내 공연을 펼친다. 은행나무 덕분에 가을이면 참배객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추석 차례를 지낸 뒤 곧바로 용문사로 올라와 공연하는데 최대 5일간의 연휴기간 내내 연이어 공연하다보니 마지막 날 공연의 막바지에는 음이탈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10년 넘게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공연하다가 지난해 5월 식당을 개업한 뒤에는 일요일만 공연한다. 가장으로서 가계를 책임지고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뒤늦게 식당을 열었지만 남에게 식당일을 맡긴 채 공연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 일요일에는 아예 식당 문을 닫고 공연에만 전념한다.

이 씨의 공연은 쉬는 시간 없이 5시간 이상 펼쳐진다. 차량으로 약20분 거리에 위치한 집에서 아침을 겸한 점심공양을 한 뒤 나서는데다가 공연장 인근에 화장실도 없어 공연하는 날이면 물 또한 최대한 적게 마신다. 하룻동안 참배객들과 이야기 나누며 부르는 노래가 70곡이 넘는다. 앙코르가 많은 날에는 80곡 넘게 부르기도 한다.

우리 나이로 올해 59세지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신나게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참배객들은 이 씨의 공연에 대한 답례로 커피부터 초콜릿, 김밥 등 다양한 먹거리도 건네준다. 여름철이면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노래를 듣는 이들이 희망곡을 신청하며 수박을 나눠주기도 한다. 남는 먹거리 또한 지나가는 아이들이나 종무원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있다.

4월21일 사랑더하기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5시간 넘게 논스톱으로 공연하다보니 공연장 앞 관객들이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매번 새로운 관객을 대상으로 30회 정도 공연을 하는 셈이다. 이 씨는 노래를 통해 ‘행복’이 전해지길 서원하고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조경수의 ‘행복’,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 등을 단골 노래로 부르고 있다. 기본적인 레퍼토리로 팝송까지 포함해 1500여 곡을 준비해 놓고 있으며 이외의 곡을 신청해도 즉석에서 불러주고 있다.

이 씨는 공연을 이어오다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공연을 시작했지만 ‘혹시 남들이 지켜보니깐 계속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연극을 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스스로 노래하고 싶을 때까지 노래하자’고 자신을 추스리고 ‘그 이상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고 정의한 뒤에는 공연에 전념하고 있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기에도 바쁘고 짧은 인생인데 뭐하려고 굳이 싫은 걸 찾겠어요. 많은 이들이 따뜻한 눈빛으로 공연을 관람할 때 힘이 되죠. 오랜 무명가수생활에 이어 10년 넘게 지역에서 이렇게 공연하며 팬들도 많이 생겼어요. 어린이가 어른이 된 뒤에 오기도 하고, 학생이던 애가 시집, 장가가서 오기도 해요. 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통해 행복을 찾고, 그 노래를 통해 많은 참배객들에게 잠시나마 행복감을 전해줄 수 있으면 그만이죠.”

이 씨는 양평군에서 ‘나눔가수’ ‘기부천사’ 등으로 불리는 유명인사다. 지난해 연말까지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회향한 게 2억840만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양평군 제1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씨는 나눔더하기 공연 수익금으로 지역 어린이 리틀야구단을 지원하고 학교 추천을 받아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장학금으로 수여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를 전달한데 이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카(보행 보조기)도 선물했다. “고령사회를 맞아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요. 1대당 14~15만원정도 하는 실버카가 필요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도 가정 형편이 좋은 자녀들조차 사주지 않더군요.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꾸준하게 기부할 것입니다.”

자선공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모금함 관리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 양평군종합사회복지관에 맡기고 있다. 모금함이 일정정도 차면 복지관에 전해줘 잠금장치를 열어 기금을 처리한다. 모금함을 한번 개봉하면 300만원 정도가 나오며, 단풍철인 10월 한 달동안 모은 기금이 연 모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해마다 1500만원 이상 기부하고 있는 이 씨는 지난해에는 약300만원의 자비를 보태서 1500만원을 희사했다. “다들 이렇게 오래할지 몰랐었죠.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은 아직도 하고 있냐고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뭐든지 꾸준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7년 동안 양평군 관내 읍면을 돌며 ‘나눔가수 이동해와 함께 하는 거리나눔 한마당잔치’를 열기도 했다. 이를 이어받아 몇 년 전부터는 각 읍면 자체적으로 ‘사랑의 바자회’ 등을 펼치며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니깐 제가 나서지 않아도 각 마을마다 ‘사랑의 바자회’ ‘이웃돕기 잔치한마당’ 등 제각각 행사 이름을 내걸고 나눔행사를 하더군요. ‘이동해와 함께 하는’이라는 행사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눔문화의 확산이 더 중요한 만큼 기쁜 일이지요. 행복한 이들이 많은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며, 저 또한 그 길을 위해 즐겁게 노래하며 행복을 전할 것입니다.”

지난 3월 열린 ‘희망나눔 플러스 실버카 전달식’ 모습.

■ 이동해 나눔가수는…

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이동해 씨는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했다. 항공대 재학 시절 밴드 동아리 ‘활주로’ 보컬로 활약한 것을 계기로 라이브 가수로도 활동했다. 무역업에도 종사했으며 고향으로 내려온 뒤에는 농사일을 하기도 했다. 양평군민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용문역 바로 앞에 옹기족발보쌈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 씨는 지난 2006년 10월부터 매주 주말이면 용문사를 찾아 ‘사랑더하기’ 공연을 펼치며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연말까지 2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해 실버카·휠체어·장학금을 전달하고 야구단 지원사업 등을 펼쳤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기부함으로써 양평군 관내 제1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기도 하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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