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인연들

기후스님 글 백화거사 그림 맑은소리맑은나라

꿈 속의 인연들

기후스님 글 백화거사 그림
맑은소리맑은나라

기후스님(호주 정법사 회주)의 구도소설 <꿈속의 인연들>이 10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 이미 2009년 출간 당시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호평을 들으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출가 수행자의 깨달음을 향한 열정을 담은 소설은, 화가인 백화거사의 동양화풍 그림으로 새 단장했다. 특히 만화 형식의 그림소설이어서 읽기가 더욱 수월해졌다. 

<꿈속의 인연들>은 인연의 귀함과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태백산 자락 무착산 해발 630미터에 자리한 불당골에서 시작된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온 열한 살 ‘청’과 아홉 살 ‘용’ 형제는 불당골 무착스님의 손에 맡겨진다. <천수경>을 시작으로 <초발심자경문>, <치문> 등을 배우며 서툰 행자생활을 해나간다. 어느 날 청은 우연히 불당골 언덕 위에 올랐다가 고개 너머 여우골에 사는 파평 윤 씨 집안의 외동딸인 두 살 누나인 행자를 만나게 된다. 청과 소녀 행자는 가끔 언덕에서 만나거나 그간의 안부를 편지로 주고받으며 사춘기를 보낸다. 후에 청은 청학스님이, 용은 용선스님이 되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수행 정진한다. 이윽고 청학은 출가수행 20년 만에 대본산(大本山)의 강사가 되고, 용선은 선승으로서 화두 일념을 지속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청학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의 소식을 듣게 되면서 삶의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불교계 베스트셀러
‘어른을 위한 동화’
만화 형식으로
10년 만에 재출간

<꿈속의 인연들>은 삶이란 결국 인연(因緣)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얽히고설킨 인연들의 끊임없는 매임과 풀림이 바로 현실이고 삶의 전부다. 기후스님은 “개개인의 삶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가 인연의 그물망에 싸여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이처럼 삶은 인연으로 이루어지고, 인연을 떠나 성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연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우리가 안락하게 살 수 있는 건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인연 덕분이다. 동시에 삶이 망가지는 이유는 뜻하지 않게 만난 악연 때문이다. 결국 인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때에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불교의 핵심 교리인 연기(緣起)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스님은 “삶이라는 꿈속에선 너와 나로 분리된 각 개인으로서의 삶을 살지만, 이 꿈에서 깨어나면 본래 하나임을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감사하면서 기꺼이 감내할 때 진정한 자유가 열린다. ‘이제는 그만 깨어나라’며 우렁차게 울려대는 자명종과도 같은 책이다.

기후스님의 구도소설 <꿈속의 인연들>은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10년 만에 만화 형식으로 재출간됐다.

책을 펴낸 김윤희 맑은소리맑은나라 대표는 “스님의 글에 화가 백화님의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만화판 <꿈속의 인연들>은 ‘봄날’과도 같은 희망의 언어를 독자들의 가슴에 안겨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기후스님은 종단의 어른이다. 194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65년 부산 범어사 금강암으로 출가하며 행자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 양산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통도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통도사와 해인사에서 강사를 역임했다. 인천 용화사를 비롯해 문경 봉암사, 김천 수도암 등 제방 선원에서 안거했으며 경주 기림사에서 6년간 ‘묵언정진’했다. 1991년 호주 시드니에 정법사를 세워 해외포교 분야의 이정표를 세웠다.

반세기 넘는 출가이력을 걸어온 스님이 책을 재출간한 까닭은 인연의 끝을 감지해서다. 암수술을 겪으면서 마음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사십여 년 넘게 불문에서 서성이며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부스러기들을 한곳에 모아 짜깁기하고 가물거리는 기억의 편린들을 더듬으며 짜내어 만든 한 권의 책. 이는 나의 분신이며 ‘속 살림’의 전부이기도 하다.” 인연. 인생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지혜를 불자들과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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